시너(Thinner, 1996) 스티븐 킹 원작 영화




1984년에 스티븐 킹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1996년에 톰 홀랜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변호사 빌리 홀렉은 고도 비만의 체형을 갖고 이지만 아내 하이디와 딸 린다와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에 운전 중 아내의 오랄 섹스에 정신이 팔려 실수로 늙은 집시 여인을 차로 치어 죽게 하는 바람에 법정에 섰지만 골프 친구인 판사와 경찰 친구 덕분에 무죄 판결을 받자, 그에 분노한 집시 여인의 남편이 빌리에게 ‘말랐다’라는 말과 접촉으로 저주를 걸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타이틀 시너는 희석제와 ‘말랐다’라는 뜻 두 가지가 있는데 본편에 쓰인 건 당연히 후자의 뜻이고 극중에서 집시 노인이 빌리에게 건넨 저주의 말이기도 하다.

극중 빌리는 고칼로리 음식을 즐겨 먹는 고도 비만의 뚱뚱한 남자였지만 저주가 걸린 이후 아무리 먹어도 급속도로 살이 빠지고 300파운드에 육박한 체중이 줄고 줄어서 20킬로 남짓 되는 해골남으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살이 빠지는 걸 좋아하다고 비상식적으로 빨리, 그리고 끝도 없이 빠져 뼈만 앙상하게 남으니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점점 미쳐가기 시작하는데다가 아내의 불륜까지 의심하면서 나락에 발을 딛는다.

주인공 빌리 역은 로버트 존 버크가 맡았는데 고도 비만일 때와 초 저체중일 때의 극단적인 모습들이 특수 분장을 통해 구현되었기 때문에 체중 변화에 따른 모습 변화와 성격파탄자가 되어 가는 과정이 나름 호러블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성격도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평소 미소 띤 얼굴이 험악하게 변해가니 얼굴 표정만 봐도 오싹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빌리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전인 초반부의 진행은 좀 지루하고, 빌리의 몸이 너무 말라서 힘도 없이 골골거리는 후반부는 극적인 상황이 이어지지 못해 좀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볼만한 건 빌리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적어도 자기 몸으로 움직일 수준은 되고 집시 무리를 찾아가 무서운 얼굴로 일갈하는 중반부, 그리고 스티븐 킹 소설 원작답게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절정을 보여주는 엔딩뿐이다.

저주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피를 넣어 완성한 딸기 파이를 표적에게 먹여야 한다! 이런 설정 자체가 어떤 결말이 나올지 이미 알려주는 것 같다.

가족의 화합이 아니라 파멸로 종지부를 찍는 것이야말로 스티븐 킹의 테이스트가 아닐까 싶다. (미스트, 펫 세미터리도 그렇고 이 양반은 이런 걸 너무 좋아한다니까)

집시와 저주라는 오컬트의 키워드가 메인 소재인 것을 보면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일상의 오컬트에 파고드는 게 스티븐 킹 스타일이다. 이웃집 남자가 정원 깎기를 하는데 실은 사타니스트라 주인공을 갈아버리는 내용 같은 게 일상적으로 나오는 게 스티븐 킹 월드다.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펫 세미터리)에서도 동네 뒷산에 실은 고대 인디언 믹맥 부족의 묘지터가 있고 거기에 죽은 생물을 묻으면 좀비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나오니 러브 크래프트 월드와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집시 조심, 인디언 조심, 초능력 왕따 소녀 조심, 광견 조심 같은 정보를 수록한 스티븐 킹 월드 여행 가이드가 필요하다.

결론은 평작. 전체적으로 보면 별로 무섭지도 재미있지도 않지만 몇몇 씬은 볼만하고 현시창 엔딩은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는 원작자 스티븐 킹이 닥터 뱅거 역으로 카메오 출현한다.

덧붙여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국내에도 많이 나왔지만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리처드 버크먼이란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이 원작이기 때문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덧글

  • 잠본이 2012/10/20 20:57 # 답글

    운전중에 오랄이라니 겁도 없군요 OTL
  • 시몬 2012/10/22 01:03 # 삭제 답글

    스티븐 킹은 자기 작품들의 세세한 부분을 서로 연결시키는걸 좋아하더라구요. 아주 조금씩 나오는 정도지만.
  • 잠뿌리 2012/10/25 17:27 # 답글

    잠본이/ 그런 전개가 대부분의 영화에 나올 때 사고로 이어지지요.

    시몬/ 러브 크래프트 신화처럼 스티븐 킹 신화를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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