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티그레(El Tigre.2007) 미국 애니메이션




2007년에 니켈로디언, 닉툰 네트워크에서 조지 R 구티에레즈, 산드리 에퀴후아가 기획, 데이브 토마스, 가베 스왈 감독이 만든 TV애니메이션. 총 2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2008년에 완결됐다. 한국에서는 2009년에 니켈로디언 채널에서 방영했다.

내용은 범죄로 가득한 미라클 시티에 사는 13살 소년 매니 리베라는 변신 벨트를 사용해 엘 티그레로 변신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인데 전설적인 영웅 화이트 판테라가 아버지, 과거 유명한 악당인 푸마 로코가 할아버지여서 어떤 때는 아버지와 함께 히어로 일을 하고 또 어떤 때는 할아버지를 따라 빌런이 되어 악행을 저지르는 등 영웅과 악당 사이를 오가며 소동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아이+슈퍼 히어로+범죄 도시란 설정만 늘어놓고 보면 딱 파워퍼프걸이 생각나지만 이 작품은 아류가 아닌 오리지날로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슈퍼 히어로, 할아버지는 슈퍼 빌런, 여자 친구는 트러블 메이커라서 가족 관계 설정부터가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의 엘 티그레는 가족 구성원이 영웅과 악당인 관계로 주인공 자체도 양쪽 진영을 오가며 사고를 쳐서 참신하게 다가온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영웅과 악당 사이에 갈등하는 주인공이 나올 것 같지만 실은 그런 거 전혀 없다.

본편에 벌어진 사건 사고는 영웅과 악당의 장절한 싸움이 아니다. 매 화 에피소드마다 히어로, 빌런의 역을 맡으면서 자기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한다. 그 때문에 영웅과 악당이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거고, 주인공 매니가 엘 티그레로서 양 진영을 오가며 사고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계가 없는 건 영웅과 악당 정도고, 아동용 애니메이션답게 해서 될 일과 안 될 일. 즉, 착한 일과 나쁜 일은 분명히 구분짓기 때문에 설령 주인공 매니라고 해도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에피소드도 꽤 많다.

매니는 딱 그 나이 또래의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사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매니와 프리다의 장난에서부터 시작된다. 적절하게 비유하자면 아동용 잭애스라고나 할까?

메인 테마가 가족인 만큼 히어로와 빌런 사이를 오가며 소동을 일으켜도 결국 가족이 화합해 하나로 뭉쳐 사건을 해결하는 게 대부분이라서 왕도적 전개를 걷고 있다.

이 작품의 기획자인 조지 구티에레즈, 산드레 에키후아는 부부인데 멕시코 토박이고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기반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전체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본편의 주요 무대인 미라클 시티는 기획자 부부가 살던 멕시코시티를 베이스로 만든 곳이다. 그 때문에 배경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상의 령을 기리는 죽음의 날인 디아 델 로스 멘또스, 종이로 만든 전통 인형 핀야타, 또띠야에 콩과 고기를 넣어 만든 멕시코 전통 음식 부리또 등등 곳곳에서 멕시코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종래의 미국 애니메이션과 확실히 차별화됐다.

또 라틴 아메리카풍의 배경 음악이 본편 분위기랑 너무나 잘 어울려서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원작 보이스도 라틴 억양의 영어가 나오고 스페인어도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진짜 미국 애니메이션 같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같은 니켈로디언 작품인데도 티미와 못말리는 수호천사나 보글보글 스펀지밥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다.

정줄 놓고 즐기는 유쾌 상쾌 통쾌라는 점은 니켈로디언 스타일 그대로인데 본작의 라틴 아메리카 테이스트가 국내에서는 먹히지 않은 모양이다. 확실히 한국에서 미국 미디어물은 넘쳐 나지만 멕시코 미디어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 무리도 아니다.

엘 티그레의 슈퍼 히어로 능력은 모든 걸 자를 수 있는 발톱과 쇠사슬 달린 주먹, 초도약이다. 아버지인 화이트 판테라는 마법의 청동 부츠를 신으면 초가속과 강력한 킥 능력를 얻게 되는데 부츠를 만진 사람은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능력도 있다. 할아버지인 푸마 로코는 혼돈의 금빛 솜브레로(멕시코 밀짚모자) 로봇으로 변신해 집게발, 드릴, 미사일을 사용한다.

슈퍼 히어로물답게 초능력 싸움이 가장 큰 볼거리다. 화려하고 통쾌하며 속도감이 넘쳐서 꽤 재미있다.

히로인인 프리다는 경찰 서장의 딸인데 초능력 따위는 전혀 없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엘 티그레와 연인이라기 보단 베스트 프렌드에 가깝고 똘기충만한 소녀라 트러블 메이커이자 트릭스터 역할에 충실하다.

처음에 보면 너무 개념이 없어서 비호감일 수도 있지만 그걸 넘어선 똘기 충만한 모습이 매력적이라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캐릭터다.

죽음의 땅에서 자기 몸이 서서히 해골로 변해가는 상황에서도 ‘이거 짱인데?’란 대사와 함께 웃으며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는 히로인은 난생 처음 봤다. (히로인이라고 히로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조이 아베스. 빌런 네임은 블랙 쿠에르보로 슈퍼 빌런 가족 ‘플록 오브 퓨리’의 손녀로 등에 제트 엔진을 메고 날아다니며 손목에 찬 광선총으로 레이저를 발사하는 슈퍼 빌런 소녀다.

할머니는 푸마 로코, 어머니는 화이트 판테라, 딸인 조이 아베스는 엘 티그레를 좋아했다가 차인 경력이 있는 기구한 팔짜의 3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엘 티그레를 이용하려다가 나중에 역으로 콩깍지가 씌어서 라틴 츤데레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주역으로 나온 에피소드가 몇 개 있고 그중 일부는 블랙 쿠에르보의 승리로 끝난다. 블랙 쿠에르보 에피소드는 다 재미있게 봤다.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리베라 가문의 영웅이 총 출동하는 더 그레이브 이스케이프. 그리고 맨 마지막 에피소드인 노 부츠, 노 벨트, 노 베레모다. 라틴 음악과 함께 피가 끓어오르는 열혈물의 전개가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에피소드들이다.

참고로 이 두 에피소드에서 ‘리베라맨 어쎔블!(리베라 가문, 출동!)’이란 구호가 나오는데 이건 마블 코믹스 어벤져스의 팀 구호 패러디다. (어벤져스 어쎔블!)

물론 이 작품의 세계에 슈퍼 히어로는 리베라 가문 인물만 나오는 건 아니다. 다른 히어로도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적을 뿐이다. 무엇보다 리베라 가족 자체가 전부 히어로/빌런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다른 히어로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한국 더빙판의 경우 성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꽤 높다. 특정 캐릭터는 오히려 한국판 성우가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조이 아베스/블랙 쿠에르보 같은 경우가 그런데 원작 성우는 좀 나이 든 느낌이 강한 반면 한국 성우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다.

하지만 한국에서 현지화되면서 원작 고유의 작명 센스나 느낌이 많이 퇴색됐다. 특히 원작은 육성 자체가 멕시코식 영어 억양에 스페인어도 많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 더빙은 그런 맛을 살리지 못했다.

결론은 추천작. 미국 애니메이션이지만 배경이 멕시코라서 독특하고, 영웅과 악당 가족이 벌이는 사건 사고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분위기가 낯설어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푹 빠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어 각종 애니메이션 시상식 때 후보작으로 등록되었고 그중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TV애니메이션상, TV애니메이션 등장인물 디자인상, 애니메이션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는 어찌된 이유인지 시즌 1로 완전히 끝났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43340
2489
9753750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