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날 판타지 2 한글 패치 게임











1988년에 스퀘어에서 패미콤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파이날판타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팔라메키아 제국의 황제가 지옥에서 마물들을 불러들여 전 세계에 총 공격을 가해 많은 도시가 점령된 가운데 핀 왕국에 살던 4명의 젊은이들이 고향을 잃고 도망치다가, 제국에 저항하는 반란군에게 구조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번 작에서는 게임을 가동시키면 타이틀 화면이 가장 먼저 나오지만 게임을 시작할 때 바로 전투부터해서 아군 파티 전멸이란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전작이 위저드리, D&D의 영향을 받았다면 이번 작은 스토리적으로 영화 스타워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악의 힘으로 세계 정복의 야망을 불태우는 제국의 황제와 그런 황제의 오른팔로 정체불명의 사나이지만 실은 아임 유어 오라버니. 내지는 아임 유어 불알친구의 설정을 숨기고 있는 흑기사가 나오며, 용감하고 아름다운 공주가 저항군의 상징적인 존재로 나온다.

초거대 비공정인 대전함을 하늘에 띄워 지상을 향해 폭격을 감행하고, 주인공 일행이 적은 전력으로 내부에 침입해 대전함을 폭발시키는 등 스타워즈가 생각나는 내용이 몇 개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류라고 할 수는 없다.

주인공 일행의 대활약으로 황제를 물리치는 게 주된 내용인데 이 과정은 확실히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전작은 사실 서양 RPG의 영향으로 스토리 안에 캐릭터가 없고 단순한 퀘스트의 반복으로 진행된 반면 이번 작에는 캐릭터성이 대폭 강화됐다.

주인공 일행도 고유 대사와 리액션을 하게 됐는데 그보다 NPC의 수가 늘어나면서 스토리 진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전편보다 입체적으로 변했다.

저항군의 반격이라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 주인공 일행이 나아갈 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동료가 많이 나와서 수치상으로 전체 등장인물 중 약 1/3이 사망해 버리지만, 제국군의 거센 공격에 의해 각 도시가 파괴된 걸 생각하면 사상자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때문에 생긴 처절한 내용과 분위기는 가정용 RPG게임으로선 파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픈 씬은 시드의 최후였다. 자기 몸이 상해 죽어 가는데도 비공정은 무사하다고 말하고, 끝까지 빌려주는 거니 조심히 타라고 잔소리하다가 숨을 거둬서 정말 짠했다. 그리고 가장 감동 받았던 건 엔딩 때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일행의 등 뒤로 시드, 요셉, 밍우, 리처드 등 죽은 동료들의 혼이 나타나 지켜봐 주는데 주인공이 그 기척을 느껴 뒤돌아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씬이었다.

물론 마냥 어두운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주인공 일행을 대상으로 해적질하다가 털려 먹은 뒤로는 동료가 되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여해적 라이라, 라미아 퀸이 변신한 가짜 힐더 공주에 의해 유혹 받는 주인공(프리오닐), 동물과 이야기하는 가이 등등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이벤트도 있다.

이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게 가짜 힐더 공주의 프리오닐 유혹씬이다. 배경이 빨간색으로 물들며 전용 BGM까지 있다. 침대로 가서 누운 힐더 공주가 애태우게 하지 말고 빨리 와달라는 에로한 대사를 하는데 거기에 주인공이 넘어갈 뻔하는 내용으로 유명한다.

초보코, 시드, 용기사, 비룡, 투기장, 궁극의 마법 알테마, 베히모스, 리바이어선, 기가스 시리즈, 봄버 등등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를 대표하는 설정 등이 처음 나와서 그 개념이 확립된 게 이 작품이다.

전작은 처음 시작했을 때 4명의 파티원의 이름을 짓고 직업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에서는 이름만 지을 수 있고 직업은 결정할 수 없다. 아니, 직업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게임상에서 이름은 자유롭게 지을 수 있지만 각자 고유한 외모와 성별, 프로필을 가진 캐릭터로 디폴트 네임은 각각 프리오닐, 마리아, 가이, 레온하르트 등 4명이다.

이중에서 레온 하르트는 가장 나중에 동료로 합류하고, 기본적으로는 프리오닐, 마리아, 가이 3인의 주역 캐릭터에 스토리 진행에 따라 NPC 동료가 들어왔다가 나갔다 한다.

NPC 동료 캐릭터는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밍우는 백마술사, 고든은 전사, 요셉은 몽크, 레이라는 시프(해적), 리처드는 기사(용기사)다. 여기서 레이라, 리처드는 극중 설정은 해적, 용기사지만 아직은 그 개념이 확립된 것이 아니라 이전 작의 기사, 시프를 계승하고 있다.

주인공 일행은 초기 능력치는 다르지만, 캐릭터 성장 시스템에 의해서 스타일이 결정된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레벨 자체가 사라졌다. 그 대신 장비와 마법 숙련도가 생겼고 스테이터스 수치도 특정한 행동을 해야 오르게 되어 있다.

마법을 많이 사용하면 지성(지력)과 마력이 상승, 공격을 많이 하면 힘, 체력이 상승,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 민첩성이 상승한다. 최대 HP는 공격에 맞아서 HP가 줄어들 때, 최대 MP는 마법을 사용해서 MP가 줄어들 때 각각 상승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마법 전사로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힘, 체력만 계속 올리면 지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지성, 마력만 계속 올리면 힘, 체력이 떨어지게 되어 있어서 전사가 됐든 마법사가 됐든 한 가지 타입에 올인해야 한다.

이것은 그 당시 기존의 어떤 RPG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스템이지만 이론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투를 할 때마다 능력치가 바로 상승하는 게 아니라, 상승 속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 거기다 장비와 마법 숙련도의 존재 때문에 전투 노가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매우 불편하다.

또 한 가지 참신한 시스템은 워드 메모리 시스템이라고 해서, NPC와 대화를 할 때 말하기, 메모, 도구 메뉴를 지원해서 특정 대화에서 중요한 단어가 나오면 그것을 메모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처음에 힐다 공주와 대화를 하다가 메모한 ‘들장미’라는 단어는 저항군 사이에 통하는 암호라서 모 마을에 가서 저항군으로 추정된다는 주점 주인과 대화를 해 말하기로 들장미를 고르면 비밀 통로를 열어주는, 이런 방식이다.

근데 사실 여기서 메모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단지 특정 대화만 좀 늘어난 것 정도라 오히려 플레이에 번거로울 뿐, 그렇게 재미있는 요소는 아니다.

전작처럼 마법은 마법 가게에서 구입해 배울 수 있는데 이번 작에서는 각 캐릭터가 마법을 배우는 제한이 없다. 마법의 레벨이 사라지고 사용 방법도 포인트제가 아닌 MP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마법에도 숙련도가 생겨서 해당 마법을 많이 사용해야 숙련도가 오르고, 기술 레벨이 상승해야 위력과 효과가 증대된다. 사실 이것 때문에 밸런스가 완전 엉망이 됐다.

최강의 흑마법인 플레어를 사용해도 숙련도가 1이면 숙련도가 그보다 높은 파이어보다 위력이 약하다. 상태 이상 치유 마법인 에트나 같은 경우도, 숙련도 15가 넘어가면 모든 상태 이상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부활 마법 레이즈 대용으로 기절한 멤버를 HP 1로 부활시킬 수 있기까지 하다. 숙련도가 높아지는 만큼 소모되는 MP가 많아진다고는 해도 이러면 마법을 여러 가지 익힐 필요가 없어진다.

텔레포트 마법이 초기에 나온 건 좋은데 성능을 대폭 하향시켜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한 캐릭터의 HP가 대폭 하락하는 패널티가 생겼다. 그런데 사실 던전 탈출용보다 오히려 전투 때 자주 쓰는 마법이 됐는데, 적을 텔레포트시키는데 공격 판정이 생겨서 예상 외로 공격 마법의 대체가 됐다.

궁극의 마법 알테마는 분명 초기 위력이 높게 설정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걸 얻는 시점에서 숙련도가 올라간 다른 공격 마법보다 한참 위력이 딸려서 그것을 얻기 위해 게임상에서 투자한 시간과 스토리적으로 희생당하는 밍우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건 밍우의 ‘개죽음’이란 대명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전작의 전투 화면은 적과 아군의 창이 나뉘어져 있던 반면 이번 작에서는 그 창이 사라졌다. 그리고 커서로 가리킬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나서, 공격과 공격 마법으로 같은 편을 목표로 지정할 수 있고 마법의 전체 지정 기능이 추가됐다.

그래서 언데드 몬스터에게 케알 같은 백회복 마법을 걸어서 역으로 신성 데미지를 입히거나, MP를 흡수하는 안티 마법을 같은 편에게 시도해서 최대 MP를 늘려주는 비법도 가능하다. HP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 HP를 늘리는 방법이 공격에 맞는 거라서 같은 편끼리 패도 그 룰이 적용된다. 공식적으로 이걸 파티 어택이라고 부른다.

전투에서 포메이션 개념이 도입됐는데 단순하게 전열과 후열로 나뉘어져 있다. 직접 공격 대상은 전열이 다 받고 후열은 마법에만 표적이 되지만 그 대신 활, 마법 밖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적을 쓰러트리면 일정한 확률로 아이템을 드롭하는 건 이번 작에서 처음 생겼는데, 초중반에 보물 상자에서도 얻을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을 후반부에는 전투 때 드롭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다. 단, 아이템을 드롭하는 경우에는 돈은 얻지 못한다.

상태 이상의 경우 새로 추가된 것이 많아서 난이도가 상승했다. 저주, 개구리, 암흑, 미니멈, 매혹, 맹독 등이 추가됐는데 여기서 맹독은 독의 강화판이다. 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태 해제되지만 맹독은 계속 지속된다.

맵 이동 같은 경우는 전작과 비교도 안 되게 편해졌다. 초반부 플레이 한정으로 배를 타거나 비공정을 탈 때 원하는 목적지로 자동 이동하기 때문에 필드를 돌아다니며 헤맬 필요가 없어졌다. 레벨 노가다를 위해 그런 이동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걸어서 갈수 있게 되어 있어 양자택일할 수 있다.

이동 기구 중 새로 생긴 것은 초코보와 설상선인데, 전자는 초보코의 숲에서 초코보에게 말을 걸어 필드에서 탈 수 있는데 초보코 테마가 BGM으로 흐르며 통상의 2배 속도로 맵 이동이 가능하고 이때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다.

후자인 설상선은 설원을 이동할 수 있는 배로 오직 설원에서 밖에 쓸 수 없다.

중반부에서는 해적선을 타고 바다를 지나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전작처럼 전투가 발생할 수 있다. 전작에서는 오로지 항구에서만 상륙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작에서는 어디서든 상륙 가능해 쾌적해졌다. 비공정이 나오는 건 거의 마지막 지점이라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장비 슬롯은 머리, 몸, 팔, 왼손, 오른손, 도구로 슬롯이 2개 늘어났다. 장비와 도구의 인벤토리가 하나로 통일되어 장비 슬롯의 제한은 없어졌지만.. 문제는 아이템 휴대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다. 인벤토리창이 꽉 차면 더 이상 아이템을 가질 수 없는데 이게 장비와 소비형 아이템, 이벤트용 아이템까지 다 같은 슬롯을 쓰는데다가, 전작처럼 소비형 아이템은 숫자로 표시되는 게 아니라 하나씩 따로 표시되어 대량으로 가질 수도 없다.

방어구의 경우, 방어구 무게가 적용되어 무거운 갑옷일수록 방어력은 높지만 회피율이 떨어지는데 이건 전작과 같은 설정이지만 중요성은 이번 작이 더 커졌다.

성장 시스템 때문에 갑옷을 입을 때 받는 패널티로 마력, 민첩성의 성장이 늦어지는 일이 생겨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방어구가 좋다. 갑옷보다는 보호대, 투구보다는 머리 장식, 아대보다는 반지가 더 낫다.

그 이외에 자잘한 부분은 전작보다 발전했다. 우선 전작에서 세이브는 여관과 침낭 타입의 아이템을 사용해야 가능했지만 이번 작에서는 도시와 던전을 제외한 필드에서라면 어디서든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됐고, 저장 슬롯도 무려 6개나 주어진다. 저장 슬롯이 달랑 1개였던 전작과 엄청난 차이다.

한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아쉽게도 100% 한글판은 나오지 않았다. 이 패미콤용의 한글화는 약 60% 가량 밖에 안되는데 일단 초반부 대화는 전부 한글화됐지만 중반부 이후부터의 대화는 한글화되지 않아 폰트가 깨져서 나온다. 그래도 캐릭터 이름과 몬스터, 아이템, 마법 명칭 등 중요한 건 전부 다 한글로 나와서 플레이하는데 지장은 없다. (그래도 힐다 이벤트는 한글화되어 있었다)

GBA용으로 나온 파이날판타지 1&2 어드밴스는 팀 새녘바람이 한글화를 했는데 이것 역시도 1탄은 100% 한글화됐지만 2탄은 오프닝과 주요 명칭만 한글화되고 오프닝 이후부터 일본어로 나온다.

결론은 추천작. 참신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플레이하기 정말 불편하고 패미콤판 기준으로 밸런스가 엉망에 버그 투성이라 전체적인 게임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스토리 하나만큼은 좋았으며 파이날판타지 시리즈가 공유하는 여러 오리지날 설정들의 개념이 잡힌 작품이기에 한번쯤 해볼 만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여러 기종으로 이식됐는데 PS1판은 CG무비와 원화가인 아마노 요시타카의 갤러리 모드가 추가됐다. GBA판부터 난이도 조절과 시스템 개편, 엔딩 묘사, 추가 시나리오 편성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PSP판은 GBA판을 베이스로 하여 새로운 던전과 몬스터가 추가됐다.

덧붙여 추가 시나리오는 ‘소울 오브 리-버스’라고 해서 본편에서 사망한 동료 캐릭터의 뒷이야기로, 밍우, 요제프, 리처드, 스콧 등 4명으로 파티를 편성해 진행하는 내용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가지고 있던 장비로 시작하는 거라서, 죽기 직전 장비를 벗겨내면 안 된다. 여기서 리더 포지션인 스콧은 본편에 처음 만난 시점에서 부상자로서 유언과 유품을 남기고 사망하기 때문에 본편에서 동료가 되지 않았지만 힐더 공주의 약혼자이자 핀의 첫째 왕자이며 고든의 형으로 중요 인물이었다.

또 이 추가 시나리오에서 황제는 선과 악의 황제로 나뉘어져 나오기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황제는 게임상에서는 그냥 황제란 표기로 나오지만 오리지널 소설판인 ‘파이날 판타지2 몽마의 미궁’에서는 ‘마티우스’라는 진명이 나온다. 저자는 본편 게임 시나리오를 맡은 테라다 켄지고 삽화는 본편 게임 원화를 맡은 아마노 요시타카가 맡았다.

테라다 켄지는 파이날 판타지 1탄부터 시작해 3탄까지의 시나리오를 맡았다. 그가 쓴 소설 중에서 전격 문고에서 나온 ‘다크 위저드’가 한국에서 ‘판타지 노벨’ 브랜드로 정식 발매됐었다.



덧글

  • 기사 2012/10/01 07:53 # 답글

    황제의 특이한 비명소리인 '우보아~!'가 인상깊었죠
  • 블랙 2012/10/01 23:41 # 답글

    6에 나오는 악세서리 '소울 오브 사마사'의 원래 명칭은 '밍우의 혼'이었다고 합니다.
  • 잠뿌리 2012/10/04 15:26 # 답글

    기사/ 그 비명 때문에 역대 보스 중에 최후가 참 꼴사납죠.

    블랙/ 밍우의 혼이라니. 이름부터가 안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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