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등뼈(The Devil's Backbone.2001)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2001년에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멕시코산 호러 영화.

내용은 1936년에 구데타로 인해 내전이 벌어진 스페인을 배경으로 후견인에게 버림 받은 10살 소년 카를로스가 산타루치아 고아원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소년 유령 ‘산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스타일만 놓고 보면 판의 미로에 전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이 훨씬 먼저 나왔기 때문에 판의 미로의 전신이라고 할 만 하다.

본 작에서 주인공 카를로스는 고아원에서 유령 산티와 조우하지만 사실 메인 스토리는 유령 이야기가 아니다.

카를로스는 고아원 아이들의 텃세로 잠시 고생하다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화해를 해 같은 편이 된 뒤로 고아원 안에 숨겨진 비밀에 접근하면서 극이 진행된다.

극중 산타루치아 고아원은 시대 배경인 스페인 내전을 축소한 곳이다.

기형으로 태어나 죽은 사산아로 만든 술을 특효약이라 판매하며 부당이익을 취한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고 그로 인해 허허벌판에 있는 폐쇄된 고아원에 욕망이 소용돌이 치고 있고 억울하게 죽은 소년 유령의 미스테리가 있다.

어려운 재정 형편 속에서도 카를로스를 받아 준 노의사 카라레스는 좌파 진영은 시민군, 프랑코 장군처럼 구데타를 일으켜 고아원을 초토화시킨 고아 출신 고용인 우파 진영은 하긴토는 파시스트를 대변하고 있다.

인상적인 씬도 꽤 많이 나온다. 특히 고아원 운동장에 박혀 있는 폭탄이 비 내리는 밤에 그림자 실루엣으로 악마를 형상화한 장면은 정말 멋졌다. 미사일 꼬리 부분을 악마의 머리처럼 비추는 건 상상도 못한 연출이었다.

꼬마 유령 산티의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보통 유령 영화에서 유령은 속이 텅 빈 연기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여기 나오는 산티는 창백한 피부 바깥으로 골격이 혈관처럼 투명하게 비추고 죽은 원인인 머리의 총격 자국에 깨진 흔적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때문에 연기 형태의 영혼체보다는 도자기 인형 같은 느낌을 준다.

나무를 깎아 만든 창으로 협동하여 맘모스를 사냥하는 원시인 그림이 고아원을 점거한 파시스트 하긴토에 대항하는 아이들을 상징하는데 이런 복선과 암시, 상징 등이 다양하게 깔려 있다.

정치적인 설정과 메시지를 제외하고 봐도 충분히 볼만하지만 악마의 등뼈란 제목의 의미는 둘째치고 그 단어가 가진 호러물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1930년대 배경의 스페인 영화란 점과 줄거리부터가 암울한 느낌이 들어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 거리감을 좁히고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판의 미로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봤다. 왜냐하면 카를로스를 포함한 어린 소년들이 마지막에 가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서로 작은 힘을 모아 맘모스 그림이 상징하는 것처럼 하긴토에 대항하기 때문이다.

문득 어린 아이들과 어른의 대결 구도하면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인 옥수수밭의 아이들이 떠오르는데 거기 나오는 광신자 아이들과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정말 극과 극을 이루는 것 같다. (아이 모습의 살인마 집단과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아이들의 차이라고나 할까)

좋게 보면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완전 암울한 판의 미로 엔딩보다 이 작품의 엔딩이 더 좋았다.

결론은 추천작. 호러 영화지만 무섭기보다는 정치적인 상황을 축소한 내용을 어린 소년의 성장 이야기로서 서정적으로 풀어나가 감성을 자극하는 슬픈 영화다.



덧글

  • 블랙 2012/09/23 22:23 # 답글

    제목이 의미하는게 뭔가요. 진짜로 등뼈가 나오는건 아닌 모양이군요.
  • 데프콘1 2012/09/24 19:32 # 답글

    잘만들긴 했는데 기분이 나뻤어요.
    박찬욱 감독 영화 보는거 같았음
  • 먹통XKim 2012/09/24 21:16 # 답글

    적어도 악마를 잡아 등뼈로 사골국 먹지 않습니다
    응?
  • 잠뿌리 2012/09/25 19:28 # 답글

    블랙/ 단어적으론 무슨 체재를 의미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영화 본편에선 기형아 낙태아의 척추에서 우려낸 술을 빚어 파는데 그걸 악마의 등뼈라고 부르는 대사가 나옵니다.

    데프콘1/ 전 김기덕 감독 영화 보는 것 같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시창 분위기가 그랬지요.

    먹통XKim/ 등뼈로 우려낸 술은 만들어 팔지요.
  • 판의미로 2016/10/09 04:38 # 삭제 답글

    판의미로 결말이 왜 암울한가요? 자신이 원래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행복하게 사는건데.
  • 잠뿌리 2016/10/12 09:45 #

    판의 미로 엔딩은 열린 결말이라서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만든 작품입니다. 오필리아가 보고 경험한 게 혼자만의 상상이라고 해석하면 배드엔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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