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오조(新少林五祖: The New Legend Of Shaolin.1994) 홍콩 영화




1994년에 왕정 감독이 만든 무협 영화. 이연걸과 구숙정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청나라 시대 때 소림사와 천지회가 반청복명의 비밀 결사를 조직해 조정에 항거하는 와중에, 조정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은 게 소림사 속가 제자인 무공 고수 홍희관인데 구족이 멸해져 어린 아들 문정 하나 살아남자 아들과 함께 8년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소림사의 명나라 지보를 새긴 다섯 아이를 지키며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소림오조란 제목으로 나왔지만 본래 원제는 ‘신 소림오조’다. 즉, 이 작품 이전에 이미 소림오조란 제목의 영화가 있다.

1974년에 나온 쇼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최고 흥행작 소림오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본래 원작 내용은 채덕중, 마초홍, 방대홍, 이식개, 호덕제가 어른으로 나오며 후세에 오조라 불리며 소림사에서 고된 수련을 해서 무공을 연마하고 반청 결의를 다지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원작의 소림오조 다섯 명이 어린 아이로 나오며 소림사에서 등에 명나라의 지보(보물 지도)를 새겨져 조정의 추격을 받는다.

활약의 정도를 보면 원작과 달리 거의 단역에 가깝고 짐짝 내지는 인간형 아이템 정도의 비중 밖에 없다.

사실 아이들 등짝에 나눠 새긴 명나라 지보도 그냥 적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 이외의 비중은 없다. 지보를 보고 보물을 찾는 내용은 아니다. 단지 악당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지키는 게 주된 내용일 뿐이다.

주인공 홍의관은 창의 고수로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문의 사제와 친형에게조차 배신을 당해 세상의 쓴 맛을 다 봤고 아들에게는 적에게 인정을 두지 말라고 가르치며 차갑고 엄격한 캐릭터로 나온다. 현대물은 논외로 치고, 이연걸이 90년대에 찍은 무협 영화에서는 거의 대부분 의리 있고 선하거나, 쾌활한 열혈남아로 나왔는데 본 작의 캐릭터는 그런 기존의 캐릭터와 대치된다.

악인은 아니고 선인이지만 적에게 가차가 없으니 D&D식 가치관으로 치면 카오스 굿이다. 혈육에 대한 정을 빼면 2002년에 장이모 감독이 만든 영웅에서 맡은 배역인 자객 ‘무명’이 될 것 같다(생각해 보면 이연걸은 2000년 이후부터는 무협 영화에서 기존의 캐릭터와 대치되는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다. 영웅의 무명, 무인 곽원갑의 곽원갑, 명장의 방청운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홍의관이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아도 아들을 아끼고, 아들이 다쳤을 때 크게 걱정하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히로인인 홍두의 대쉬에 마음이 흔들리는 등 조금씩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모든 사건이 다 해결한 다음 비로소 무표정에서 벗어나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때문에 사실 이 작품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쿨데레 홍의관의 성장물이 될 수도 있다.

극중 홍희관의 아들 홍문정은 사묘가 배역을 맡았는데 아버지만큼이나 존재감이 있다. 무뚝뚝한 말투로 아버지한테 배운 말을 시기적절하게 돌려주면서 깨알 같은 개그를 치는데 무공 실력도 상당해서 본 작에 나오는 아이 중 가장 강하고 아버지와 함께 창술 협격까지 선보인다.

클라이막스 때 나오는 이들 부자의 창격은 본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지다. 여기 나오는 창이 또 보통 창이 아니라 창날을 봉에서 본리시킬 수 있고, 봉은 또 삼절곤으로 변화까지 가능하며 창날을 회전시키는 무공까지 더해져 변화무쌍하게 나온다.

사묘는 아역 배우 중에서 절정에 다다른 무공과 카리스마를 뽐냈는데 이연걸의 태극권을 오마쥬하거나 소림오조 중 3명과 팔짱을 끼고 3인 합체 무영각을 날리는 액션도 빼놓을 수 없다.

홍희관이 처한 상황만 보면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극중 홍두의 어머니 춘교가 개그를 담당하고 있어 홍콩 영화 특유의 코믹함이 살아 있다.

죽은 척 하는 폐기공만 할 줄 알았던 춘교가 작품 전반에 걸쳐 펼친 개그가 웃기면서도, 극 후반부에 젊은 시절 강호를 누빈 여걸 ‘천수관음’의 허풍이 구라가 아닌 사실로 드러났을 때의 임펙트는 장난이 아니었다.

춘교 배역을 맡은 엽덕한은 확실히 이런 감초 역할에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악역 마영아는 홍콩 무협 영화의 단골 악역 배우인 계춘화가 맡았는데 설정이 좀 황당하다. 홍희관에게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로 그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소림사를 배신한 배신자로 오프닝에서 죽임을 당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재등장해 본작의 끝판 대장이 됐다.

극중 대사에 의하면 서역의 요괴승한테 발견되어 독액을 뒤집어쓰고 백독공을 익힌 언데드 몬스터처럼 나오는데, 바퀴 달린 철갑차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철방패로 무장한 특수 부대까지 지휘한다. (서역의 요괴승은 아무래도 네크로맨서인 듯)

하지만 그런 설정이 좀 황당할 뿐이지, 거의 반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어서 홍희관을 압도하고 주요 인물을 참살하며 악역으로 대활약하고 강력한 힘과 카리스마를 뽐내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아쉬운 건 첫 등장 씬 때 철혈 소년단이 공중에 던진 칼을 발판 삼아 허공답보 하듯 건너 뛰어가며 화려하게 등장한 천지회 총타주 진근남이 야라레 메카란 사실이다. 등장씬에 비해 최후가 너무 허접하고 출현씬도 다 합쳐 10분도 채 안 된다.

본 작에서 진근남 배역을 맡은 유송인은 유명 배우로 얼굴만 보면 누군지 알 만큼 많은 작품에 출현했으며, 주성치의 녹정기에도 천지회 총타주 진근남으로 출현했다. 하지만 녹정기는 김용 소설 원작이라 본 작의 진근남은 패러렐 월드의 진근남이다.

진근남의 빠른 리타이어로 극의 긴장감은 높아졌지만 춘교의 가슴 찡한 마지막과 비교하면 정말 대우가 나쁘다.

결론은 추천작. 원작과 상당히 달라지긴 했지만, 원작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무협 영화에서 이연걸이 쿨데레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흥미롭다.

여담이지만 사묘는 1년 후 이연걸의 탈출에서도 극중 이연걸의 아들 역으로 출현한다.

덧붙여 이 작품의 맨 마지막에 홍희관이 소림오조의 한 명인 방대홍의 아버지를 만나 통성명을 했을 때, 그의 이름인 ‘방세옥’을 듣고 움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노리고 집어넣은 개그다. 1992년에 원규 감독이 만든 영화 ‘방세옥’에서 이연결이 방세옥 역으로 출현했기 때문이다.



덧글

  • 무희 2012/09/09 00:15 # 답글

    춘교 할머니 마지막은 정말 뭉클했죠. 비디오와 공중파 더빙판 둘 다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 블랙 2012/09/09 10:01 # 답글

    공중파에서 여러번 방영해서 많이들 보셨을듯 합니다.
  • 시몬 2012/09/09 10:32 # 삭제 답글

    엔딩중에 방세옥이라고 주장하는 왠 뚱보아저씨가 나타나자 이연걸이 '당신이 정말 방세옥이오?' 라면서 황당해하는 장면이 있었죠.
  • 엑셀로우 2012/09/13 09:16 # 삭제 답글

    이연걸과 구숙정은 이후 이연걸의 탈출에서도 호흡을 맞췄었죠.
    거기서도 구숙정이 처음엔 이연걸에게 튕기다가 나중에 헬렐레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 잠뿌리 2012/09/13 14:26 # 답글

    무희/ 춘교 할머니의 최후 씬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블랙/ 공중파 더빙판도 성우 연기가 좋아서 몰입감이 높았지요.

    시몬/ 이연걸의 방세옥을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깨알 같은 개그였지요.

    엑셀로우/ 이연걸의 의천도룡기에서도 구숙정이 히로인 소소 역으로 나오는데 두 배우가 자주 엮이는 것 같습니다.
  • Dead_Man 2012/09/18 12:46 # 답글

    이연걸의 탈출이 아니라 영웅 아닌가요? 탈출은 다이하드 짭이었는데;
  • 잠뿌리 2012/09/25 19:19 # 답글

    Dead_Man/ 아. 영웅 맞습니다. 제가 착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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