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에픽(Unepic.2011) 동인 / 인디 게임




스페인의 개발자 프란시스코 테예즈가 혼자서 2년 동안 만들고 2011년에 나온 인디 게임.

내용은 주인공(플레이어)가 친구인 릭의 집에 모여서 TRPG를 하다가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가 판타지 세계의 던전으로 차원이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D 횡 스크롤 게임으로 액션에 RPG 요소를 믹스한 던전 액션 RPG다. 이 게임은 인디 게임으로서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 게 아니라, 이미 나온 게임의 요소를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조합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우선 시점과 플레이 방식은 코나미에서 만든 마성전설2 가리우스의 미궁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아기자기하게 만들었고, 게임 본편의 룰 자체는 와우와 디아블로 같은 서양 RPG를 기본 베이스로 해서 디테일하게 잘 만들었다.

예를 들면 적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단검으로 공격하면 크리티컬이 터지고, 살과 피가 있는 생명체인 적은 단검 공격이 유효하며 반대로 뼈만 있는 언데드 몬스터나 나무 상자 같은 건 둔기류로 공격해야 보다 높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뱀 같이 공격 리치가 긴 몹을 상대할 때는 창을 사용해 중거리 공격을 가해야 한다.

몬스터들도 인공지능이 있어서 시야에 주인공이 들어오면 집요하게 쫓아온다. 반면 시야에 주인공이 없으면 졸거나 무방비 상태가 되기도 한다.

몬스터를 잡다 보면 박쥐 날개, 뱀 혀 같은 재료가 떨어지는데 상점에서 레시피를 구입하고 빈 병을 입수해서 포션을 만들 수 있다. 포션은 어디서나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부엌에 가야 제조할 수 있다.

마법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쓸 수 없지만 스펠북을 입수해서 마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그전에 스펠북 기록 자체를 언락시켜야하는데 플레이 도중에 조우할 수 있는 정신체의 퀘스트를 완료해야 비로서 주문 사용이 가능하고 스펠북을 얻어 기록을 해야 해당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정수'라는 마법의 가루인데 각 원소별로 따로 준비되어 있다. 이 게임은 MP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정수를 소비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몬스터를 쳐 잡고 정수를 모아야 한다. 아니면, 돈을 모아서 주방에 가면 소모품으로 정수를 구입할 수도 있다. 정신체 퀘스트 클리어 후 해당 원소 스펠북이 언락된 이후에는, 상점에 가서 스펠북을 구입할 수 있다.

몬스터 중에서 흡혈 박쥐나 거머리 같은 것은 인벤토리에 강제로 아이템으로 들어오는데 그걸 가지고 있으면 HP가 실시간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얼른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클릭해 없애버려야 한다. 불 공격에 당하면 화상, 독 공격에 당하면 중독, 얼음 공격에 당하면 빙결 효과로 공격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런 상태 이상 효과는 지속형이며 해당 효과의 그래프가 점멸해야 사라진다.

이런 부분이 서양 RPG 같은데, 세이브 포인트나 상점 등으로 한 번에 순간이동할 수 있는 특정 아이템 같은 건 또 일본 RPG 같다. 결과적으로 디테일함과 편리함의 장점을 동시에 취한 것 같다.

인벤토리는 한 번에 전체가 보이는 방식인데 이걸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나눌 수도 있고, 단축키표도 여러 개를 만들어 쓸 수 있어서 매우 편하다.

지속형 아이템 중에 '펫'이라는 게 있는데 옵션처럼 주인공에게 붙어 다니며 보조 공격을 해준다. 펫은 체력과 기력이 있는데 기력이 차 있어야 공격을 해주고 체력이 다 떨어지면 죽는데, 이때는 아이템을 사서 부활시켜주면 된다. 펫은 매 던전에 나오는 퀘스트의 보상으로 하나씩 존재한다.

스토리 진행도 일본과 서양 RPG 방식을 믹스했는데 퀘스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적 보스를 물리쳐 열쇠를 얻어서 잠긴 문을 열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마성전설2 갈리우스의 미궁과 동일한데 거기에 세가의 몬스터 랜드까지 집어넣어 보스 격파 후 열쇠와 함께 동전이 흩날리는 연출이 들어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맵 뷰어로 맵을 볼 때 선택한 부분에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이 부분에는 무엇이 있다.’ 이런 걸 텍스트로 기록할 수 있는 것인데 매우 편리하다. 사실 이런 건 보통 CRPG(컴퓨터 RPG)보다는 TRPG(테이블 토크 RPG)같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게임에서나 쓰던 것인데 그걸 이렇게 잘 적용할 줄은 몰랐다.

던전이란 배경에 걸맞게 어둡지만 기본적으로 라이터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가까운 곳은 밝게 볼 수 있다. 해당 맵 전체를 밝게 보기 위해서는 촛대나 램프, 횃불 같은 포인트에 불을 붙여야 한다.

화면상에 보이는 모든 포인트에 불을 붙이면 화면이 밝아진다. 이게 또 미니 게임스러운 느낌이 나고 단순히 미궁을 헤매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상쾌한 느낌을 준다.

대사 분량이 꽤 많은데 주인공과 주인공 몸에 빙의된 영혼체의 만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영혼체는 악당 포지션인데 주인공을 조종하려고 빙의했지만 예상 밖으로 통제하지 못해서 어쩌다 보니 모험 파트너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이 영혼체에게 제라툴이란 이름을 지어 주면서 플레이 도중에 서로 티격태격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것도 꽤 재미있다. 주인공 스스로는 다스 베이더라고 주장하며 던젼 내 상점을 운영하는 고블린들을 속여서 물건을 매매하기도 한다.

상점 종류는 무기/마법점, 주방, 우체국 등이 있는데 무기/마법점에서는 무기와 갑옷, 스펠북, 포션 레시피 등을 살 수 있고, 주방에서는 포션 제조와 마버븨 정수 구입이 가능, 우체국에서는 게임 코드와 랭킹을 기록할 수 있다. 각 상점들도 특정 아이템을 구입하면 한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세이브 포인트 이동 아이템인 헤일로는 무료인 반면 상점 이동 아이템은 금화를 주고 사야한다. 하지만 부엌과 조라의 상점에서는 사용 횟수 무제한의 이동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지역의 상점은 나중에 순간이동 마법을 배워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패러디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게임과 영화 등 오덕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패러디 대사가 나온다. 비속어가 많이 나오지만 그게 다 웃기는 욕이라서 부담이 없다. 나는 꼼수다랑 같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한글 번역이 맛깔나게 잘 되어 있다.

난이도는 처음 시작할 때 쉬운 난이도를 고르면 자동 저장이나 회복 기능 등을 지원해줘서 플레이가 쾌적하지만, 그것과 또 별개로 미궁 자체가 워낙 넓으니 전체적인 난이도는 조금 높은 편이다.

그래도 불합리할 정도로 높은 건 아니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분명히 제시하기 때문에 난이도 밸런스는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

세이브, 로드는 난이도 보통 이상에서는 반드시 특정한 장소에서만 가능한데 악마성 드라큐라 월하의 야상곡에 나온 세이브 포인트와 동일하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데, 탑 지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오라클을 만나 주인공의 운명이 담긴 상자 3개 중 1개를 선택하라고 할 때, 무엇을 골랐느냐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진다. 일단 본편 엔딩은 하나고 운명의 선택에 의한 멀티 엔딩은 주인공의 미래를 보여주는 후일담이다.

미래 엔딩은 코믹하고 본편 엔딩은 나름 감동적이고 뿌듯하다. '와우, 정말로 최고의 결말이었어!'

결론은 추천작! 온고지신. 옛것을 바로 써서 새것처럼 한다는 속담의 의미를 잘 나타내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보통, 레트로 게임은 향수를 자극하지만 지금 현재 다시 플레이하기 좀 어렵고 불편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게임은 그 문제점을 해결했기에 재미와 완성도를 동시에 잡았다. 동굴 이야기, 용사 30에 이어서 고전 게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만든 명작이다.

여담이지만 공식 홈페이지인 언에픽 사이트에서 데모 버전을 다운 받아서 플레이할 수 있고, 정식 버전은 약 10달러 정도 한다. 홈페이지의 언어 지원을 보면 한국어는 없고 아시아권 국가는 중국어만 있지만, 실제 게임 본편은 한국어를 지원한다. 한국 유저가 한글 패치를 제작해 개발자에게 보내주어, 개발자가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이 게임은 서양 유저들이 캐슬 배니아(악마성 드라큐라)와 메트로이드를 합친 것 같아서 ‘메트로배니아’라고 부르지만, 개발자 본인은 코나미의 마성전설2 갈리우스의 미궁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면서 브레인게임즈에서 만든 갈리우스의 미궁 리메이크판을 해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갈리우스의 미궁 리메이크판은 2009년에 브레인게임즈에서 PC용으로 만든 공개 게임이다)

추가로 스팀에 등록하려고 했지만 스팀이 자사의 게임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는 일화도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스팀에선 비록 거절당했지만 각종 게임 관련 사이트에서 호평을 받고 인디 게임 랭킹의 상위권에 들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홀 지역에서 마지막 펫인 '피피'는 닥터 슬럼프에 나오는 삐삐인데, 삐삐를 얻을 수 있는 숨겨진 장소 디자인과 BGM은 마성전설 2 갈리우스의 미궁의 오마쥬다.

* 이 게임의 구입 방법은 온라인 구매인데 게임 겟터, 데수라, 게이머즈게이트, 공식 홈페이지 언에픽게임닷컴에서 약 9~10달러 정도로 구입 가능하다. 게임 자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받아 설치한 다음, 이게임 타이틀 < 옵션 < 엔터 유저로 들어가 이메일로 온 시디키를 입력해 정품 인증을 하면 데모 버전에서 풀 버전으로 바뀐다. *



덧글

  • 한쓰 2012/09/04 15:38 # 답글

    매번 눈팅만하다가 간만에 저도 아는 게임 리뷰를 하시는게 반가워서 처음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친구 추천으로 데모를 해보고 꽃혀서 바로 구입해서 재밌게 즐겼습니다.
    얼마전에는 인디게임 번들에 끼어서 6달러에 살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요.
    현재는 10불 정도면 구입할 수 있고,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물건입니다.
  • FlakGear 2012/09/05 02:15 # 답글

    엌! 이거 딱 제스타일이네요. 컨셉도 제가 좋아하는 내러티브고...
    한편으로 게이머유머까지 있으면 완벽한데... 스팀구매 못하면 어디서 살수있죠?
  • 잠뿌리 2012/09/07 22:56 # 답글

    한쓰/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로 높은 게임 중 하나지요. 명작입니다.

    FlakGear/ http://www.steambb.com/bbs/board.php?bo_table=unepic&wr_id=14 <- 한국 언에픽 공략 게시판인데 이 게시물에 한국에서 구입하는 방법이 잘 나와있습니다.
  • Aprk-Zero 2012/09/13 16:12 # 답글

    이벤트 중에 고블린과 붕가하는 모습보고 엄청 뿜었습니다...
  • 잠뿌리 2012/09/18 11:26 # 답글

    Aprk-Zero/ 그때 나오는 BGM이 바나나 보트송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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