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逆転裁判, Ace Attorney.2012) 게임 원작 영화




2001년에 캡콤에서 GBA용으로 만든 법정 배틀물인 역전재판을, 2012년에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20XX년에 일본 정부는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심재판’이라고 하여 변호사와 검사가 공개 법정에서 증인과 증거를 동원해 3일 동안 법정 배틀을 벌여 피고인의 유죄, 무죄만 선행 결정하는 새로운 재판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당시 벌어진 DL-6호 사건이 15년 동안 봉인되어 있다가 신참 변호사 나루호도 류이치가 맡은 재판 때문에 다시금 세상에 알려져 천재 검사 미츠루기가 누명을 써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자,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나로호도가 미츠루기의 변호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판의 러닝 타임은 무려 135분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자랑하지만, 그 긴 분량을 원작 게임처럼 속도감 있게 빠르게 진행한 것이 아니라 느릿하게 진행을 해서 지루하고 답답하다.

원작의 1장 ‘최초의 역전’과 3장 ‘역전의 토노사맨’은 5분 이하로 축약해서 넘어가고 2장인 ‘역전자매’와 4장인 ‘역전, 그리고 안녕’을 연결시켜서 4장을 메인 스토리로 채택했다.

전반부의 스토리는 사실 맛보기에 지나지 않고 중반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관계로 영화판에서 나루호도의 숙적으로 나오는 건 카르마 검사다.

게임 원작의 실사 영화이다 보니 캐스팅에 유난히 눈이 간다.

영화 스틸샷이 공개됐을 때 원작 팬들에게 ‘나의 마요이는 이렇지 않아!’라는 외침을 이끌어낸 키리타니 미레이가 배역을 맡은 아야사토 마요이 같은 경우는.. 이 배우 자체는 미모가 출중하지만 원작 캐릭터와 달라서 거부감이 든다. 이건 사실 캐스팅보다 각본의 문제인데 원작에서는 귀여운 푼수 캐릭터였던 10대 소녀 마요이가 여기서는 어쩐지 정서가 불안정해 보이는 20대 아가씨로 나온다. 피아노 치는 마요이, 원작 팬은 과연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토노키 형사도 원작에선 덩치가 큰 중년 아저씨지만 영화판에선 벌크가 너무 많이 빠져 마른 체형에 젊은 신인 형사가 되어 버려다.

나루호도, 야하리는 무난한 편이고, 미츠루기는 이번 영화판에선 워낙 대사도 적고 비중도 낮아서 어떻게 캐릭터를 감상할 수가 없다.

사실 이 작품에서 원작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건 보트 관리인이 데리고 증인으로 출석시킨 ‘앵무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요 몇 년 사이에 닌자 보이 란타로, 크로우즈 시리즈, 이겨라 승리호, 용이 간다 등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를 많이 만들었지만 사실 이 아저씨의 특기 분야는 야쿠자 판타지랑 호러물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착신아리, 오디션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감독이 만들어서 그런걸까? 이 역전재판 실사 영화판은 원작과 완전 동떨어진 분위기의 연출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호러 연출이 말이다.

오프닝에 나오는 아야사토 마이코의 영혼 공수 빙의 연기부터 시작해 앵무새 주인인 보트 관리인이 진실 고백 후 보게 된 자살한 마누라 귀신 환영(이때 디자인이 새장 뒤집어 쓴 하얀 옷 입은 여자 귀신으로 나온다), 감옥에서 독살된 코나가의 끔찍한 몰골 등등 이게 법정 드라마인지 호러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시대 배경을 아예 20XX년이라고 모호하게 설정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제판 제도가 최첨단 기계를 동원해 홀로그램을 띄워 증거를 제시하고 법정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마치 SF 영화 같은 연출로 원작에서 증거 제시할 때처럼 ‘받아라!’라고 외치며 홀로그램 윈도우를 상대에게 날릴 수 있고 화면에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뜨기도 한다.

이건 꽤 임펙트 있는 연출이었지만 문제는 처음에 나왔을 때만 그럴 듯하게 나온다. 원작의 반론, 증거 제시 격돌 같은 연출은 한두 번 나오고 끝이고 그 뒤에 극후반부로 넘어가면 비중이 공기화된다. 왜 넣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떨어진다.

원작 게임과 마찬가지로 탐정 파트와 법정 배틀을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법정 배틀보다 오히려 탐문 조사 쪽에 더 많은 비중을 주고 있기 때문에, 원작 특유의 배틀이 나오지 않는다.

한참 밀리다가도 결정적인 증거와 반론을 가하면서 카운터 역습에 나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역전의 쾌감을 주는 원작 게임의 핵심 포인트가 이 실사 영화판에서는 전혀 구현되지 못했다. 그런 관계로 ‘잠깐!’, ‘의의있소!’ 등 나루호도의 18번 대사가 그리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다.

역전재판의 꽃인 역전 음악도 뭐 하나 들어간 게 없다. 원작 게임 BGM을 그대로 쓴 건 토노사맨 전용 테마 하나 뿐이다.

애초에 그런 배틀이 가능하게 만든 증거도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원작 게임의 탐정 파트에서는 증거를 수집, 증인을 찾아내 법정에 제출해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 역전하는 것인 반면, 영화판의 탐정 파트는 증거 찾기 위주가 아니라 사건에 연루된 캐릭터들의 과거를 밝히는 게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감독이 중시한 건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에선 이름조차 없이 그저 보트 관리인이라 불린 캐릭터에게 과거가 있고 결혼 설정에 자살한 마누라의 환영까지 보는 연출까지 자잘하게 나오고 미츠루기나 카르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유일하게 괜찮은 게 있다면 원작에는 나오지 않았던 경찰 마스코트 체포군의 깨알 같은 활약과 실사로 재현된 토노사맨 초대형 사이즈 벌룬의 위용, 그리고 에필로그가 지나고 영화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나루호도의 삿대질이다. 특히 나루호도의 삿대질과 역전재판 타이틀 디자인과 연결시키는 연출은 멋졌다.

결론은 비추천. 원작을 모르고 보면 이해가 안 되고, 원작을 알고 보면 기대에 어긋나 실망하게 되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작품이다. 그렇지만 일본 현지에선 의외로 호의적인 평이 나오기도 했다.



덧글

  • animelove 2012/09/04 15:01 # 답글

    원작팬으로서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
    단지 안타까운건 여성진 캐스팅이 엄청 뭐시기 했다는거 정도였네요
  • Jjoony 2012/09/04 18:57 # 답글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어요..썩 맘에 들었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원작팬에 한해서" 평작정도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역시 마요이와 치히로는 영 아닌거 같아요...
  • 잠본이 2012/09/04 19:54 # 답글

    이겨라 승리호 스타일로 만들어줬으면 대박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호러스럽게 갔다면 답이 없군요 T.T
  • 지나가는 저격수 2012/09/04 20:26 # 답글

    확실히...

    게임을 대입시키면 정말 짜증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 J.Min 2012/09/04 22:00 # 삭제 답글

    원작팬으로서요? 워스트오브워스트였습니다.
    나의 역전재판은 이렇지 않다구! (혹시나 해서 끝까지 훑었는데 역전재판 음악은 전혀 안썼더군요. 재판 배틀도 재미없고요.)
  • akes 2012/09/04 22:06 # 삭제 답글

    바프(vap) 저거저거... 원조 서유기 슈퍼몽키 대모험을 내놓은 곳이 아직도 살아있네그려...
  • FlakGear 2012/09/05 02:20 # 답글

    일본에서 호평이었다니. 왠지 그럴것같기도(...)
  • 군중속1인 2012/09/05 19:38 # 답글

    아..저는 구하는대 도저희 찾을수가 없어요 ;ㅂ;
  • 어벙 2012/09/05 22:41 # 답글

    나와버렸네요;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면 더욱 큰 호평을 얻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말이죠.포스터의 인물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한편으로 영화가 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항상 opiana 닉네임을 쳐서 들어왔는데 하도 불편해서 새로 가입했습니다.역시 가입이 편하네요 ㅠㅠ)
  • 잠뿌리 2012/09/07 23:02 # 답글

    animelove/ 특히 치히로가 너무 나이들어서 나왔지요. 배우 자체는 나이가 좀 있어도 나름대로 치히로와 싱크로를 맞추려고 한 것 같지만.. ㅠㅠ

    Jjoony/ 사실 좀 비중있는 여자 캐릭터는 그 둘 밖에 없는데 둘 다 캐스팅이 에러라서 좀 그렇지요.

    잠본이/ 호러 연출은 오프닝과 후반부 증언 때 단 두번 나오지만 그게 너무 임펙트가 커서 무섭지요. 과연 미이케 다카시 감독다웠습니다.

    지나가는 저격수/ 게임에 대입하면 너무 이질감이 크지요.

    J.Min/ 저도 원작 팬으로선 좀 별로였습니다. 캐스팅은 둘째치고 법정 배틀이란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라서 그렇지요.

    akes/ 정말 명줄이 질긴 회사인 것 같습니다.

    FlakGear/ 일본 관객들은 이런 게임, 애니, 만화의 실사 영화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벙/ 아. opinana님이시군요. 이글루 가입 환영합니다 ㅎㅎ 확실히 비로그인보다 로그인하는 게 편하지요. 역전재판은 개인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법정 배틀을 화려하게 묘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레이튼 교수 VS 역전재판 트레일러 무비도 보면 임펙트가 큰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못할 일도 없다고 보거든요.
  • 먹통XKim 2012/09/09 11:44 # 답글

    으악 이건...포스터만 봐도 코미디프로그램에서 따라하나?
  • 잠뿌리 2012/09/13 14:29 # 답글

    먹통XKim/ 내용 자체는 꽤 진지하게 만들었지요 ㅎㅎ
  • 먹자군 2012/09/17 21:12 # 삭제 답글

    전 이작품은 그래도 평작정도로 등급은 매기고 싶군요.
    스토리도 원작이랑 100%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고
    양키들이 아닌 다른곳에 제작해서 이렇게 주고 싶습니다
    양키들이 만들었으면 비추천이 아닌 쓰래기라는 등급을 줘야할거 같군요

    근데 미츠루기 머리가 흰색인거 보고 충격이온
  • 잠뿌리 2012/09/18 11:25 # 답글

    먹자군/ 흰색이라기 보단 회색에 가까웠지요. 원작과 비슷했습니다.
  • 뷰너맨 2012/11/01 05:25 # 답글

    %비율로 보자면 약 35% 정도로 대부분이 나루호도군의 "쩔쩔매는" 것 말곤...

    이렇게 너무 짧게 하지 말고 개그를 중요하게 연출로서 부각시킬 수 있는 감독을 선택하고 원작 BGM을 거의 그대로 넣어도 될텐데... 좀 무리수가 많았지만,

    "웬만하면 드라마로 하지..."

    역전재판은 길이조절을 짧게 하기 보단 좀 늘려서 드라마로 밀어붙였다면 그 쪽이 오히려 더 먹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좀 남더군요... 그나마 그럭저럭? 이 최종 평가.
  • 잠뿌리 2012/11/04 01:33 # 답글

    뷰너맨/ 무리하게 영화 한편으로 압축하기 보단 일본 드라마로 장편화시키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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