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송별회 및 먹거리 탐방기 2020년 음식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동생 중 한 명이 캐나다에 이민갔다가 한국에 귀국한 지 벌써 3년 차, 캐나다 본가로 귀국한다고 하길래 8월 중순에 송별회를 주선해 친구들을 모으고 이태원으로 장소를 잡았다.

내가 서울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자란 도시 촌놈이라서 지금까지 이태원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진짜 이번에 처음 가봤다.

송별회를 하는 겸, 평소 때는 먹을 수 없는 외국 음식을 나름대로 골고루 먹었다.


점심 시간에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동생의 권유로 태국 음식점에 갔다.

태국 음식은 이름이 하도 길고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메인 메뉴 주문은 맡기고 일단 밥은 인원수대로 6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이 쎈 관계로 한 명당 하나씩 요리를 주문하지 않고 中 사이즈의 요리를 서너개 주문해 나눠 먹기로 했다.


밥은 1인분에 1000원. 이렇게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데 양은 보통이다. 꼬슬꼬슬한 게 개인적으로 입에 잘 맞았다.


밑반찬은 단무지와 고추 짱아찌. 이태원 태국 식당에가도 기본 반찬이 단무지가 나오다니.. 새삼스레 여기가 한국이란 게 실감이 났다.


가장 처음 나온 메뉴는 바로 톰 양 쿵! 태국 전통 음식의 대표주자이자 동명의 영화도 있는 음식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옹박 2란 제목으로 나온 토니 쟈 횽아 출연작이다)


앞접시에 덜어서..


한 국자 떠서 후루룹!

새콤하고 매운 국물맛에 버섯, 새우 등이 오독오독 씹히는데, 타이 허브 특유의 향은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딱 청국장 스타일이다. 정확히는, 담백함보다 맵고 신 맛을 좀 더 강화시킨 청국장이라고나 할까? 독특한 맛이긴 했지만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다.


두번째로 나온 메뉴는 태국 대표 국수인 팟타이! 숙주, 계란을 넣고 볶은 쌀국수에 땅콩 가루, 레몬즙을 곁들인 국수다.


한 접시 덜어서..


한 젓가락 들어 후루룩!

이건 괜찮다! 볶은 국수지만 숙주가 들어가 있어서 느끼함을 잡아줬고 고기도 돼지 고기와 닭고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어 채소, 고기, 국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겉으로 보면 간장맛이 날 것 같아 짠 듯한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달콤짭짜름해서 입에 잘 맞았다. 짠 맛과 단 맛의 비율을 보면 단 맛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온 건 꿰이떼오 돔양. 태국 전통 쌀국수다. 파타이가 볶음국수라면 이건 뜨거운 육수에 담긴 온국수다.


앞접시에 덜어서 국물도 한 국자 붓고..


한 젓가락 들어 후루룩!

이것도 맛있다! 태국 전통 쌀국수라지만 맛은 꽤 익숙했다. 맛이 굉장히 진하고 소고기도 듬뿍 들어가 있는데 한국식으로 치면 국물을 아주 진하게 우려낸 소고기 무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가까운 맛은 베트남 쌀국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쪽이 좀 더 매콤하다는 것 정도?


점심 먹고 이태원 동네 마트에서 파는 외국 음식을 구경하다가 겸사겸사 가본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이슬람교 신자만 강당 안에 들어갈 수 있지만 입구 근처에 관광객이 앉아서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했다.


이슬람 사원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터키 아이스크림.

케밥집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 터키 아이스크림 파는 곳만 약 3군데나 됐다.

케밥진 입구 앞 가판대에서 터키인 직원이 파는데 날이 몹시 더운데도 '아이수크림! 마싰쩌요! 쫀득쫀득. 아이수크림!'이라고 힘찬 목소리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게 인상적이다. 언젠가 TV 공중파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도 나왔지만, 터키 아이스크림의 정식 명칭은 돈두르마스라고 하는데 특유의 탄성을 자랑해서, 직원이 집게로 아이스크림 꼭지를 잡고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문한 손님한테 건네줄듯 말듯 장난을 치는 게 특유의 제스쳐로 자리 잡았다.

우리 일행은 4개를 주문했는데 가장 먼저 아이스크림을 받게 된 다른 동생이 그 장난에 걸렸다. 하지만 날이 더워서 그런지 그 직원이 비교적 빨리 건네 줬다.


터키 아이스크림 겟! 한 입 덥석!

일단 외형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콘이다. 맛도 바닐라, 딸기, 초코 3종류 밖에 없다.

가격이 1개에 3000원이나 하는 것 치고는 양이 좀 적은 것 같은데 직접 먹어보니 진짜 맛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어떻게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쫀득쫀득할 수 있는 거지? 이 식감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껌에 가깝다. 쫄깃한 식감의 아이스크림은 내 생전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특이하고 맛있었다. 3000원이란 가격이 납득이 될 정도였다.

터키 아이스크림 사먹고 나와보니 어느덧 시간은 늦은 오후가 됐고 마침 늦잠 자고 일어난 친구 한 명이 합류하기로 해서 기다리는 동안 간식 및 음료를 먹기로 하고 들어간 곳이 케밥집이다.


소고기 양고기 믹스 두룸 케밥. 메뉴명이 이렇게 써 있는데 문자 그대로 소고기와 양고기가 들어간 케밥이다.


아이스 커피는 아는 동생이 주문한 것. 이건 그냥 평범하다.


다른 동생들이 주문한 건 런치 셋트로 케밥+감자튀김+탄산음료 구성이다.


감자 튀김은 납품 받은 것이 아니라 수제인 듯 개당 사이즈가 두툼하다. 미니 포크로 찍어먹을 수 있어 편했다.


케밥은 한손에 딱 집어 들면 무게감이 좀 느껴질 정도로 두꺼웠다. KFC에서 파는 트위스터보다 약 1.5배, 맥도날드 스낵랩의 2배 이상됐다. 속재료 구성물은 양파, 양상추, 토마토, 소고기, 양고기 등이다.


입맛에 따라 칠리 소스를 이 케밥 꼭대기에 뿌린 다음 한 입 덥석!

마, 맛있다! 이거 상당히 맛있다. 가격대비 맛과 양의 비율이 매우 뛰어나다. 트위스터랑 스냅랩하고는 비교가 안 돼!

게다가 고기의 양도 정말 푸짐하다. 고기 야채의 비율을 보면 약 6:4의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스낵랩이나 트위스터의 텐더 쪼가리 랩으로 둘둘 만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이게 단품 레귤러 사이즈인데 라지 사이즈는 얼마나 푸짐할지 상상이 안 간다.

간식 먹고 새 친구와 합류한 뒤에 향한 곳은 노래방. 노래방에서 다들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캄캄해졌다.

귀국할 동생이 한국에서 영어 학원 강사 일을 하면서 한국의 회식 문화에 진저리가 나서 술은 싫다고 한 관계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 메뉴는 그리스 요리! 지중해 음식이다!


지중해의 허새 1. 물도 그냥 물통에 든 게 아니라 이런 유리병에 든 채로 나온다. 그런데 물이 미지근하다는 거.. 뭐 병에 보관하니 당연한 거겠지만 말이다.


지중해의 허세 2. 잔도 보통 잔이 아니다! 게다가 다크 블루 컬러! 와인 따라 마시라고 나온 컵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물만 따라 마셨다.

여기도 물론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메뉴 선정은 동생한테 맡겼다. 점심 때와 마찬가지로 메뉴를 서너개 시켜 나눠 먹기로 했다.


가장 처음에 나온 건 스삐따 고삐따! 메뉴에 적혀 있는 명칭은 그렇지만 부연 설명을 보니 시금치 파이다.


한 개 덜어서 요구르트 소스에 묻혀 반 입 덥석!

음. 그냥 시금치 파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데 시금치만 들어가 있어서 내 입에는 그다지 맞지는 않았다. 요구르트 소스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하얀 것만 봐소 무슨 크림 소스인 줄 알고 단 맛을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새콤한 요구르트 맛이었다.


두번째로 나온 메뉴는 무사카. 부연 설명을 보니 그리스식 가지전이다.

가지와 다진 쇠고기, 깍둑 썬 토마토, 호박 등을 쌓아서 만든 음식인데 가격대비 양이 정말 적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별로였다. 식감도 좀 질척거렸고 무엇보다 자르면 너무 잘게 부셔져 제대로 된 형태의 것을 먹기 보다, 잘게 부서진 파편을 줏어 먹는 느낌이 들어서 좀 그랬다.


세번째로 동시에 나온 메뉴는 그리스식 닭꼬치인 치킨 수블라끼!


그리스식 돼지고기 꼬치인 폭 수블라끼다!

구성물은 돼지고기or닭고기 꼬치와 그리스식 빵, 웨지 감자, 샐러드, 요구르트 소스다.

보통은 꼬치에서 고기를 뽑아서 구운 빵속에 야채와 함께 집어 넣고 소스를 부어 덥석-! 먹는 거지만 그러긴 귀찮아서 그냥 빵 뜯어먹고 샐러드 따로, 고기 따로 먹었다.

여기 와서 먹은 그리스 음식 중에 사실상 이 두 개가 제일 좋았다! 고기, 감자, 빵 셋 다 맛있고 양도 많았다. 고기 꼬치는 단 2개씩만 나왔지만 꼬치에 꿰인 고기 한 조각 한 조각이 튼실했다. 이게 반응이 워낙 좋다 보니 사실상 다른 메뉴 다 제쳐 놓고 이 꼬치구이만 두 접시 추가로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그런데 가격이 쎄다 보니 여럿이 함께 와서 같이 먹는 거라면 또 몰라도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별세계의 느낌이 좀 있다.

저녁도 배불리 먹고 송별회를 무사히 끝마쳐 해산!

난생 처음 이태원가서, 난생 처음 보는 음식 잘 먹고 왔다.

용산은 갈 일이 있어도 이태원에는 갈 일이 전혀 없어서.. 다음에 또 언제 이태원에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게 되면 다른 외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긴 하다.



덧글

  • 재팔 2012/08/31 22:45 # 답글

    오스트리아랑 스위스 식당도 괜찮더군요. 다만 가격이 ㅜㅠㅠ
  • smilejd 2012/09/01 01:22 # 답글

    그리스 요리 먹어보고 싶네요~~~
  • 시몬 2012/09/01 01:48 # 삭제 답글

    전통 수블라끼는 소금, 후추만 뿌리고 일체 양념을 안한다던데 이것도 그런건가요?
  • 먹통XKim 2012/09/02 21:59 # 답글

    돈두르마스가 비싼 게 그 쫀득한 맛이 되는 재료를 터키에서 직접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죠.
    살렙이라는 식물 재료라고 하는데 터키에선 여름에는 돈두르마스 재료로 이걸 팔고 겨울에는 살렙으로 차를 끓여 따뜻하게 팔아버린다고 합니다.

    터키에서 그럼 싼가 했더니 이스탄불에선 물가가 비싼지 한국과 거의 비슷하고 맛도 없어서 비추천이라고 합니다. 터키를 가본 분들 블로그나 책자를 보면 그래도 이스탄불 외 여러 곳..트라브존이나 카이세리.부르사같은 곳 가면 우리돈 천원 정도에 파는데 듬뿍 초콜릿이나 여러가지 가루도 뿌려주고 호두조각이나 땅콩같은 토핑도 푸짐하게 해주며 꽤 듬뿍 줘서 역시 한국에서 파는 거랑 차원이 다르답니다.

    --2000년 초반에는 부천역에서 2천원 정도로 팔았던 적이 있죠
  • 잠뿌리 2012/09/03 22:32 # 답글

    제팔/ 다음에 이태원에 가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smilejd/ 수블라끼를 추천합니다 ㅎㅎ

    시몬/ 네. 저기서 먹은 수블라끼는 치킨, 폭챱 둘 다 소금, 후추만 뿌리고 구운 숯불 꼬치입니다. 다른 양념은 일체 들어가지 않아서 찍어먹는 소스가 따로 나오지요.

    먹통XKim/ 부천에서도 팔았다니 놀랍네요 ㅎㅎ 확실히 부천역 근처에는 노점상이 새로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해서 의외의 메뉴가 나왔다 사라지고 그런 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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