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에 김태경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올해 첫 번째 한국산 호러 영화다. 박보영, 주원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여고생인 정미가 한 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저주의 동영상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언니의 남자 친구 준혁이 바람을 피다가 걸려서 곤경에 처해 도움을 요청해오자.. 화해시켜주는 대신 저주의 동영상을 구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가 나중에 그걸 받아서 보던 중 저주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재미 삼아 폰카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애꿏은 사람이 가해자가 됐는데 네티즌 숫대의 마녀 사냥이 벌어져 가해자 신상이 다 공개되어 한 가정이 완전 파탄나고, 거기서 생겨난 원한이 원귀가 되어 세상 모두를 저주하고 동영상을 본 사람들을 무참히 주살하는 게 메인 소재다.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 저주의 매개체를 본 사람들을 죽인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정말 구시대적이다. 링과 주온으로 대표되는 J호러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J호러의 아류가 되어 버린 전형적인 K호러다.

이 작품은 K호러의 단점은 전부 다 갖추고 있다. 일단 J호러의 아류작인 소재와 귀신 들림 혹은 저주에 감염된 사람이 갑자기 미치광이가 돼서 날뛰는 것, 그리고 어설픈 교훈을 주려는 것과 억지 감동을 쥐어짜내는 것 등등 정말이지 뭐 하나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 온 연출과 전개의 재탕이다.

무엇보다 극중에서 벌어진 사건이 끝까지 해결이 되지 않는 게 정말 찝찝하다. 낚시용 떡밥을 던져 놓기만 할 뿐 회수하지 않은 것인데 그 때문에 귀신의 슬픈 사연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고 몰입을 할 수 없었다.

악플이나 마녀 사냥을 통한 신상 정보 등 21세기 현대 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훈을 주고 싶다는 건 알겠는데, 피해자인 귀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고 막무가내여서야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사건 같은 경우도, 사실 동영상을 본 사람이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메인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 ‘누군가 내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어!’ 이런 촬영 공포증에 포커스를 맞춰서 등장인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카메라 찍히는 공포를 캐치하기 때문에 이게 좀 애매하다.

직업의 특성상 카메라에 찍히는 일이 일상인 방송인이라면 또 모를까, 일반인으로선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공포 코드이기도 하다.

차라리 한 번 보면 죽고 마는 저주의 동영상이란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저주 소재의 왕도적 공포감과 긴장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겠지만 방향이 틀어져도 너무 틀어졌다.

등장인물이 유난히 적은데 그 중에서 사실상 세희, 주원, 강별 등 주연 3명만 계속 나오는데 여기서 가장 비중이 큰 건 셋 중 제일 먼저 저주 동영상을 보고 점점 미쳐 가는 정미다. 강별이 배역을 맡았지만 이제 겨우 데뷔 3년차에 그동안 드라마에만 나왔고 이 작품은 첫 주연작이라서 그런지 연기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어색할 수가 또 없다. 사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각본의 문제도 있어서 캐릭터 운이 없었다.

이 작품에서 정미가 미쳐 가는 건 정말 뜬금없다. 공포에 질려서 미쳐 가는 게 아니라, 무슨 빙의라도 된 듯 평소와 완전 다른 인격을 보이는데 사실 그게 저주 동영상의 내용이나 설정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단순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구 집어넣은 것이라 각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극중에서 저주 동영상 보고 바로 죽은 피해자는 사실 단 한 명 뿐인데, 그 피해자는 정미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리타이어하기 때문에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허공에 식칼을 휘두르고, 야밤에 후라이팬에 날계란을 마구 깨트려 넣어 계란 후라이를 해서 맨손으로 집어 먹는 것 비상식적인 행동이 연속으로 나오니 어느 타이밍에서 꺅 비명을 질러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각본이 이 지경인데 한국의 호러퀸이라고 할 만한 하지원이 배역을 맡았어도 안 됐을 거다. (계란 후라이 뜨거운 걸 맨손으로 집어먹는 거 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소림사 영화에서 철사장을 익히기 위해 맨손으로 뜨거운 모래를 푹푹 찌르는 거 보면 기절하겠다)

이게 다큐멘터리라면 심경의 변화와 미치는 과정, 원인 등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문제는 이 작품의 장르가 호러 영화라는 사실이다.

저주의 주체가 되는 원귀라도 자주 모습을 내비쳤으면 깜짝깜짝 놀랐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원귀가 실체를 드러내는 건 클라이막스 때고 그 이전까지는 거의 안 나온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것이 있다면 현대 문물을 잘 사용한 것이다. 링에서는 비디오, 착신아리에서는 휴대폰이 저주의 주체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동영상이다.

그 이외에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스마트폰으로 어둠 속에서 시야를 밝히고, CCTV나 휴대폰 카메라 등을 공포 소재로 활용하는 등등 요즘 시대의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했다.

다만, 극중 저주의 기원이 된 주술 말인데 그건 오히려 식상했다. 인형 배를 가르고 솜털을 다 뽑은 다음 쌀하고 머리카락을 집어넣어 물속에 담그는 건데, 이건 2009년에 일본 2ch 오컬트 게시판에 올라와 유행을 했던 나홀로 숨바꼭질이다. 이걸 자신을 저주해 원귀가 되어 사람을 해치는 주술이란 설정으로 바꾸었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라서 아류작 느낌이 더 강해졌다. (나홀로 숨바꼭질은 아예 일본에서 동명의 호러 영화가 나온 바 있다)

결론은 비추천. J호러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무섭지도 재밌지도 않은데 설교를 강요하는 지루한 영화다. 한국 호러 영화가 가야할 길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려준 작품이다.

도대체 한국 호러 영화계는 언제까지 이런 소재를 우려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2009년에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 같은 작품을 보면 한국 호러 영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말이다.



덧글

  • 블랙 2012/08/30 10:26 # 답글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포스터 하나는 정말 웃기게(...) 만들었네요.
  • 먹통XKim 2012/08/30 21:52 # 답글

    예고 봐도 볼 마음이 싸악.

    차라리 연가시가 훨씬 볼만하겠더군요..그래서 봤는데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이건 다른 감상기 봐도
    쌍욕난타이고 극장에서도 얼른 막내린 걸 봐도 알만하네요
  • 잠뿌리 2012/09/03 22:23 # 답글

    블랙/ 포스터 문구가 진짜 무서운 게 아니라 웃겼습니다.

    먹통XKim/ 연가시는 그래도 호평이 많더군요.
  • 신노스케 2012/09/06 19:45 # 삭제 답글

    저는 한줄로 요약합니다

    확인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것도 있다

    공짜 티켓으로 봤기 다행이지...
  • 잠뿌리 2012/09/07 22:51 # 답글

    신노스케/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로선 좀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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