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목 / 태공망전(1989) 2019년 일본 만화




1989년에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그린 중편 만화집. 2001년에 복간된 것을 2012년에 AK커뮤니케이션에서 정식 발매한 작품이다.

내용은 장자 ~제왕편~에 등장하는 혼돈의 죽음을 한무제 시대에 벌어진 무고지화와 엮어서 각색한 무면목. 주나라 통일의 일등공신이었던 태공망의 출사전 이야기를 다룬 태공망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면목편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얼굴 없는 사색의 신 혼돈을 동방삭이 장난삼아 얼굴을 그려 넣었다가 그게 실체화되어, 오랜 사색에서 깨어난 혼돈이 스스로 움직여 속세로 내려갔다가 인간들과 함께 살면서 점점 변해가는 이야기다.

신이었을 때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인간들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면서 무고지화를 부추긴 흑막이 되는데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그 부분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보통 자아성찰이란 주제가 많이 나오는데 여기선 반대로 자아를 찾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리고 속세에 물들어 타락하는 혼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모로호시 작품과 방향성이 다르다. 그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고지화 같은 사건도 도술이나 주술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음모와 책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설정되어 있는데, 혼돈이 강충과 여화의 영향을 받아 인간이 되어가면서 주술 묘사도 거의 나오지 않는 게 이채롭다.

물론 동방삭과 남극노인처럼 신선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거의 관찰자 입장이나 마찬가지라서 사건에 크게 개입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보다는 오히려 역사극에 가깝다.

태공망전편은 강족 노예였던 태공망의 젊은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말년이 되어 주나라에 출시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통, 태공망하면 봉신연의의 주인공이 떠오르겠지만 사실 거기 나오는 태공망은 본명이 강자아로 태공망은 별명이며 중국 운주 시대의 전략가로 실존 인물인 태공망을 기원으로 둔 캐릭터다. 실제 태공망은 본명이 여상이고 태공망이 별명이다.

이 작품은 봉신연의의 태공망이 아닌 실존 인물인 태공망의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태공망전이라고 해서 봉신연의를 떠올리고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다른 작품인 재괴지이나 암흑공자전처럼 도술이 난무하는 도술 배틀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 본편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무면목이 역사극이라면 태공망전은 전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성찰이란 주제로 회귀해서 젊은 시절의 여상이 미끼 없는 낚시로 물고기를 낚으면서 만난 정체불명의 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방랑의 길에 올랐다가 나이 70 말년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이 그 신이 일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길을 잘못 들어 왕궁에 갔다가 주지육림에 강제로 참가해 고생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큰 사건 없이 태공망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진행된다.

무면목은 무고지화라는 큰 사건이 있어 온갖 음모와 책략, 배신, 정변이 난무해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인 반면 태공망전편은 정반대로 강에서 낚시하듯 조용하게 흘러간다.

여상의 젊은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가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군사로 초빙되기는 하지만 보통 그런 장면은 단 몇 페이지 만에 끝난다.

무면목편에 비해 좀 전개가 심심하기는 하지만 태공망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몰입은 더 잘 되고, 태공망이 70 평생 신을 찾아 방랑한 이야기라서 깊이가 있다.

태공망 여상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서백후 창과의 만남과 주나라에서의 활약에만 포커스를 맞추니 이렇게 젊은 시절부터 말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건 참신하게 다가온다.

결론은 추천작! 고대 중국 배경의 역사극+전기물로 구성된 중편 만화로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 중에서도 비교적 내용 이해가 쉬운 편에 속해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제목과 표지만 보고 동양 판타지 만화를 생각하고 보면 기대에 어긋날 수 있다.



덧글

  • 애쉬 2012/08/26 01:38 # 답글

    오오오.... 이런 작품이 있었을줄이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잠본이 2012/08/26 11:01 # 답글

    정말 이양반 평소 스타일과는 달리 초자연적인 부분이 최소로 억제되어 있어서 그게 오히려 신선했죠.
  • 잠뿌리 2012/08/29 23:39 # 답글

    애쉬/ 취향에 맞으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ㅎㅎ

    잠본이/ 이런 작품이 오히려 모로호시 월드에선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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