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위치의 공포(The Dunwich Horror.1970) 러브 크래프트 원작 영화




1970년에 로저 코먼이 제작 총 지휘를 맡고, 다니엘 할러 감독이 만든 작품. 1929년에 러브 크래프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원작의 내용은 던위치 마을을 배경으로 요크 소토스의 사생아인 불길한 쌍둥이 중 형 쪽인 윌버 웨이틀리가 마스카토닉 대학에서 네크로노미콘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지구에 소환하기 위해 책을 빌리려 하지만 헨리 아미티지 교수가 거절하자 밤늦게 도서관에 잠입했다가 경비견에게 물려 죽고는 괴물의 외모를 드러내고, 아버지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아 이형의 모습을 한 동생 쪽은 집에서 풀려나와 소동을 일으켰다가 아미티지 교수 일행의 주문 공격에 외우주로 추방당하는 이야기였다.

영화의 내용은 헨리 아미티지 교수의 제자인 낸시 와그너가 세계에서 유일한 네크로노미콘 사본을 아캄 대학에 보관해 놓았는데 윌버 웨이틀리가 나타나 그녀에게 접근. 최면술을 사용해 네크로노미콘을 입수, 낸시를 임신시키는 의식을 통해서 아버지 요그 쇼토스를 소환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서 고대의 존재의 사생아로 기괴한 용모를 가졌고 다소 허망한 최후를 맞이한 윌버 웨이틀리가 이 영화판에서는 비중이 급상승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다.

다만, 마법 반지를 끼고 양손을 손등이 보이게 해서 얼굴 양쪽에 딱 붙이고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이거나, 셔츠를 벗으니 몸에 마법 문자가 새겨져 있는가 하면 망토를 뒤집어 쓰고 마법 의식을 준비하는 등등, 원작에는 나오지 않았던 오컬트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워낙 옛날 영화고 저예산이라 그런지 특수효과가 정말 조잡하기 짝이 없다. 윌버의 쌍둥이 동생 쪽은 집에서 빠져 나와 사람들을 해치는데도 실체 한 번 드러나지 않는다. 동생의 시점으로 희생자에게 접근하기는 하는데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원색이 번쩍이며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섬광 효과를 집어넣어서 무섭기 보다는 오히려 눈이 아프다.

이 작품에서 윌버는 의식을 치루던 도중 아미티지 교수의 스펠 가로채기를 당해 번개 맞아 불에 타 죽는데 그 이후에 잠깐 나오는 요그 소토스는 이 작품 포스터에 나온 그것이다. (쿵푸의 세계는 빠른 자가 제압하듯, 오컬트의 세계도 말이 빠른 자가 제압한다)

하지만 본편에서 이세계의 문이 열렸다 닫힌 순간 정말 ‘잠깐’ 나온 수준이라서 시간을 재보면 불과 10초 밖에 안 된다. 게다가 앞서 나온 원색 섬광 효과 덕분에 그마저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윤곽이 드러난 것을 보면 그냥 단순히 뱀 머리칼을 가진 남자 메두사의 형상을 띠고 있어서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여러 생물의 머리가 달린 뱀 머리칼을 가진 괴물로 나오지는 않는다.

포스터만 보고 그런 괴물이 실제로 이 영화에 나올 거라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기대에 어긋날 것이다. 낚시 광고인데 사실 영화 본편보다 포스터가 더 그럴 듯하다.

영화 본편 내용은 지루하고 시시하다. 전개도 느릿하고 그 어떤 자극이나 미스테리도 없다.

원작과 달리 윌버가 초기에 리타이어하지 않고 영화 끝까지 계속 등장하는 관계로 동생 쪽은 겉절이가 됐기 때문에 비중 분배가 애매하다. 애초에 윌버가 죽은 직후에 왜 갑자기 동생이 갑툭튀하는지 이해도 안 간다.

사실 원작은 윌버가 일찍 죽으면서 동생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아미티지 교수 일행의 주문 공격으로 추방당하는 게 하이라이트가 된 반면 영화에서는 그걸 완전 새롭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즉, 원래는 제단에서 아미티지 교수 일행이 윌버의 동생을 외우주로 추방하는 것인데 이 영화판에선 거기에 윌버가 꼽사리 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동생 대신 뜬금없이 요그 소토스가 나왔다 사라지고 마을 사람을 도륙하며 소동을 피우던 동생 쪽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끝까지 언급 한 번 나오지 않아서 뭔가 감독이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

차라리 요크 소토스나 윌버의 동생을 묘사할 때 어설프더라도 특수 분장에 좀 신경 썼으면 B급 크리쳐물로서의 가치라도 남아 있을 텐데, 원색 섬광 효과로 어영부영 넘어가니 포스터에 나온 디자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비추천. 지루한 내용에 볼거리도 없고 결말도 시시한 작품이다. 그래도 포스터에 나온 요그 소토스의 디자인과 오프닝에 나오는 실루엣 애니메이션 하나만큼은 괜찮았다.



덧글

  • FlakGear 2012/08/25 20:24 # 답글

    어째 러브크래프트는 수많은 호러영화에 영감은 주었어도 정작 원작은 실패하네요;;
    원작이 그렇게 재현하기 힘들었던가;; 이럴수록 공포의산맥 취소된게 아쉬워요
  • 잠뿌리 2012/08/26 00:07 # 답글

    FlakGear/ 러브 크래프트 원작 소설 영화 중에서 괜찮은 작품은 정말 드물지요. 스튜어트 고든의 리 애니메이터(좀비오), 데이곤, 프롬 비욘드(지옥인간) 정도만 괜찮습니다. 공포의 산맥 제작 취소된 건 정말 아쉽습니다. 그거 만들기로 한 감독이 판의 미로 감독이라서 더욱 아쉽죠.
  • 먹통XKim 2012/08/28 00:33 #

    이젠 고인이 된 댄 오배논이 감독한 어둠의 부활(The Resurrected)도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 먹통XKim 2012/08/28 00:22 # 답글

    커티스 핸슨이 각본을 공동으로 맡았다는 게 놀랍더군요,

    참고로 2009년에 리 스콧이 감독하여 리메이크했는데..............이거보다 더 개판입니다.
  • 먹통XKim 2012/08/28 00:28 # 답글

    하긴 원작처럼 키가 250에 달하는 윌버를 실사화하는 게 어려울 듯.문득 생각나던게 원작자가 사이비종교 교주라고 욕먹을지언정 호평을 받으며 책도 잘 팔린 배틀필드 어스 생각나네요

    영화로 만들려니 키가 3미터에 달하는 외계인들을 그 따위로 만들어버려서...

  • 잠뿌리 2012/08/29 23:45 # 답글

    먹통XKim/ 어둠의 부활은 꽤 무섭게 잘만들었습니다. 극후반부에 지하실의 어둠 속에서 성냥불을 켠 순간 괴물과 조우하는 장면이 압권이지요. 던위치의 공포 원작에서 윌버는 사실 말이 좋아 인간형이지 키부터 시작해 용모에 기괴한 점이 많아서 아동용 러브 크래프트 단편에선 거의 염소 괴인처럼 그려졌던 게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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