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ももへの手紙.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이 만든 하트풀 애니메이션.

내용은 도쿄에 살던 11살 소녀 모모가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이쿠코와 함께 작은 섬마을 시오지마로 이사오면서 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와의 사이도 엇갈리는 가운데, 다락방에서 요괴 3인조 이와, 카와, 마메를 목격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원제는 ‘모모에게 보내는 편지’다. 모모의 아버지가 딸과 다툰 후 사과 편지를 쓰기 위해 준비한 종이에 ‘모모에게’라는 글자 하나 남기고 끝내 내용을 적지 못한 걸 모모가 발견해 가지고 있는데 그게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 아이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봉할 때 번안된 제목은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로 모모의 편지보다 요괴들을 부각시켰다.

물론 요괴들도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본 작의 주요 내용은 모모가 요괴 3인조와 만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점점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녀 모모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인 만큼 감성을 자극한다. 요괴가 나오긴 해도 판타지나 동화와는 좀 거리가 있고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 국내 개봉 때 홍보 문구였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진이란 말을 듣고 판타지 장르를 생각하고 보면 기대에 어긋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제작 기간이 무려 7년이나 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만큼 배경과 작화, 인물 표정 하나하나가 다 디테일하게 만들어 졌다. 특히 등장인물 표정이 매우 다양하고 감정이 잘 묻어나 있어서 분명 작화는 2D 애니메이션인데 실사를 방불케 한다. 요괴들이야 표정 변화가 적지만 본 작의 히로인 모모의 표정 변화는 진짜 사람 같다.

클라이막스 때 나오는 폭풍 질주 장면을 제외하면 스토리 전반에 걸쳐 풍경, 배경, 행동 등 묘사 일체가 리얼 노선을 걷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가 있어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 전에 다퉜는데 끝내 화해하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아 죄책감에 눈물 흘리는 모모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무리하며 남 몰래 눈물을 삼키는 이쿠코. 두 모녀의 갈등이 주축을 이루는데 그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감정 몰입이 잘 된다.

만약 그것만 나왔다면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우울해 좀 부담스러웠겠지만 요괴 3인조가 나와서 깨알 같이 웃겨주며 나름대로 대활약을 하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볼거리를 제공하니 재미도 있었다.

요괴 모습을 하고 수호신의 임무를 맡고 있지만 어딘가 미덥지 못하고 여기저기 사고를 치며, 신세한탄과 푸념도 많이 하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모모는 조금씩 변해 가고 요괴들 또한 모모에 의해 변하니 서로 성장해가니,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판타지 요소는 홍보 문구에 나온 모험물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엔딩 몇 분 전에 나오는 아빠의 편지 답장을 받는 씬은 가슴 뭉클하다.

비쥬얼, 캐릭터, 스토리. 다 좋지만 아쉬운 건 한글 더빙 수준이다.

이 작품의 한글 더빙판에서 요괴 3인조 육성은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 등 개그 콘서트 출신 개그맨 3인방이 맡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세 사람은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이 처음이다. 캐릭터와 외모적 싱크로율은 높을지언정 정작 목소리는 좀 안 어울린다. 어색한 연기를 애드립으로 메우고 있지만 목소리 싱크도 맞지 않는 게 많아서 더빙 퀄리티는 낮은 편이다.

사실 일본어 원어 버전을 들어보면 이와의 목소리는 위엄있고 사극형 말투고 카와는 생긴 것과 다르게 샤프한 목소리를 가졌다. (마메는 원체 대사가 적으니 논외) 보통, 전문 성우는 목소리로 승부하지 캐릭터의 외모와 싱크로율 높은 사람을 쓰지 않는 반면, 이 작품의 캐스팅은 목소리를 듣고 캐스팅한 게 아니라 단순히 극중 요괴와 외모가 비슷한 연예인을 기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각자 개그 콘서트 때 쓰던 유행어를 이 작품에서 남발하지 않는 게 다행이랄까? 그런 의미로 보면 토르 황금망치의 전설 한글 더빙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다. 거기선 애드립으로 유행어를 남발하는데다가 외모 싱크로율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추천작. 판타지 어드벤처란 말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리얼한 묘사가 돋보이고 사춘기 아이의 정신적 성장에 몰입이 잘 되면서 잔잔한 내용이 가슴을 적시는 치유계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2012년 일본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 2012년 제 16회 뉴욕 국제 아동 영화제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덧붙여 이 작품의 국내판 홍보 문구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제작진이 선사하는 판타지 어드벤처! 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그건 반쯤은 낚시다.

실제 이 작품의 감독인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대표작은 ‘인랑 JIN-ROH’이다.

다만,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 감독을 맡은 사람이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다수의 원화 작업에 참가한 ‘안도 마사시’라서 홍보 문구가 완전 낚시인 건 아니다. 안도 마사시가 작화 감독, 원화로 참가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은 추억은 방울방울, 붉은 돼지, 바다가 들린다, 온 유어 마크,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덧글

  • Limccy 2012/08/24 15:52 # 답글

    이걸 한글자막판으로 봣는데 참 괜찮더라구요. 볼만했어요.
  • 블랙 2012/08/24 16:56 # 답글

    포스터만 봤을때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쯤 되는줄 알았는데 11살이었다는건 의외더군요.
  • 幻夢夜 2012/08/24 20:55 # 답글

    부국제 때 쓴 자막을 그대로 가져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고유명사 생략은 기본이요,

    이와의 대사는 옛 사극풍인 걸 다 무시하는 번역이라 좀.. 그래도 요 몇년간 본 애니 중 참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2/08/26 00:15 # 답글

    Limccy/ 더빙판보다는 자막판이 훨씬 낫지요.

    블랙/ 포스터에 조금 크게 나왔는데 실제 본편에서는 신체 사이즈도 작고 아담한 게 딱 초등학교 고학년 스타일입니다. 극중에서 초등학교 6학년으로 나오니, 1년 뒤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지요.

    幻夢夜/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했습니다. 이와가 모모를 부를 때 말끝에 '도노!'라고 붙이는 것도 사극 말투인데 이걸 좀 잘 살려줬으면 했었지요. 최근에 본 극장용 애니메이션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 먹통XKim 2012/08/28 00:23 # 답글

    30만 관객으로 그럭저럭 성공했더군요.수입가도 비싸지 않았기에
  • 먹통XKim 2012/08/28 00:25 # 답글

    그나마 모모 성우가 이선 씨(뽀로로!....신쿠(로젠 메이든) 아야메(바람의 성흔)...루리(기동전함 나데시코)...)로 성우 경력 20년 베테랑이라 괜찮더군요.
  • 잠뿌리 2012/08/29 23:46 # 답글

    먹통XKim/ 30만 관객이면 충분히 성공했네요. 개봉관도 많지 않아던 걸 감안하면 좋은 성적인 것 같습니다. 한글 더빙판은 모모 배역을 맡은 이선 성우 목소리 하나만 듣고 봐야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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