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기묘한 그림동화~(2006) 2019년 일본 만화




2006년에 도쿄 소겐샤에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그린 단편집. 한국에서는 2011년에 미우 출판사에서 정식 발행했다.

그림 동화와 샤를 페로의 옛 이야기에 나온 동화를 원작으로 삼아 각색한 작품이다. 일곱 마리 새끼 염소, 기묘한 초대, 어부와 그 아내의 이야기, 스노우 화이트(백설공주), 생쥐와 참새와 소시지, 라푼젤, 코르베즈 나리, 누가 암탉을 죽였나, 카라바 후작(장화신은 고양이), 밀짚과 숯과 누에콩, 뒤바뀐 아이 이야기, 황금열쇠 등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1976년에 암흑신화로 데뷔를 했고 이 작품은 그로부터 30년 후에 나온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호시 다이지로 만화의 입문서라고 할 만큼 알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모로호시 다이지로하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세계와 배경, 묘사에 모호한 결말을 자랑해서 한 번 보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서 여운을 안겨준다.

온갖 종교와 철학이 믹스되고 거기에 자아성찰이란 주제가 많아서 보는 내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난 뭘 읽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데 그게 모로호시 월드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런 기존의 스타일과 정 반대다. 이미 결말이 나 있는 동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작품은 알기 쉬운 내용 덕분에 주석이 필요없고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센스가 충분히 발휘됐다. 정말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센스로 동화를 바탕으로 SF, 판타지, 호러, 블랙 코미디, 추리물 등 다양한 장르를 구현했다.

라푼젤을 SF물, 백설공주를 뱀파이어물, 일곱 마리 새끼 염소를 클론 연구, 뒤바뀐 아이 이야기를 생명 연장 연구, 누가 암탉을 죽였나를 재판물, 밀짚과 숯과 누에콩을 탐정물, 기묘한 초대를 잔혹 코미디, 카바라 후작을 호러물로 만들었다.

정말이지 이 센스는 독보적인 것 같다. 하나의 단편집에 그림 동화의 각색을 테마로 삼아 이만큼 다양한 장르를 넣을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하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아무런 각색을 하지 않고 원작 내용 그대로를 따라간 어부와 그 아내의 이야기 같은 게 이상해 보일 정도다.

그리고 사실 암흑신화, 재괴지이 같은 것만 보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와 개그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도 그렇고 은근히 개그 센스가 좋고 재치가 있다.

누가 암탉을 죽였냐 편에서 암탉 살해 사건을 재판하던 중 사자 재판장이 살인 사건이란 말을 하자, 곁에 있던 돼지가 ‘닭이 죽었으니 살인이 아니라 살조 사건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딴죽을 거는데 이런 언어유희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개그의 키워드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추리 요소가 들어간 재판물,탐정물인 ‘누가 암탉을 죽였냐’와 ‘밀짚과 숯과 누에콩’이다. 그리고 가장 짠한 건 ‘생쥐와 참새와 소시지’, 가장 인상적인 건 ‘기묘한 초대’다.

특히 기묘한 초대는 진짜 모로호시 다이지로식으로 해석하고 묘사한 게 돋보인다. 머리 뚜껑을 열어서 소시지를 꺼내 우적우적 먹다니 견딜 수가 없다.

그런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조금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표현의 수위가 한참 낮기 때문에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나온 표현을 보고 놀랄 정도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또 다른 단편집인 ‘후리오와 교정에서’를 보면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결론은 추천작! 모로호시 월드의 입문서다. 현재 국내에 발매된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 중에서 가장 알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모로호시 월드에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덧글

  • 2012/08/21 14: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블랙 2012/08/21 17:07 # 답글

    표지 그림은 '피터 브뤼겔'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군요.
  • 효우도 2012/08/21 19:43 # 답글

    쏘세지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식으로 등장인물에 대한 개념을 파괴시킨다니...
  • 잠본이 2012/08/21 20:31 # 답글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와 함께 모로호시 잘 모르는 사람에겐 추천하기 딱 좋은듯.

    참고로 실제 데뷔는 1970년에 '준코, 공갈'이란 작품을 통해서이고 '암흑신화'는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때의 히트작인 셈이죠. (진짜 대표작인 요괴헌터 시리즈는 과연 국내에 소개될 수 있을 것인가...T.T)
  • 시몬 2012/08/22 01:26 # 삭제 답글

    후리오와 교정에서 라는 작품은 처음 들어보네요(라기보단 제가 아는게 시오리와 시미코, 서유요원전, 호중천시리즈 요3종류밖에 아는게 없어서..)
    국내에 발간된 건가요?
  • 잠뿌리 2012/08/22 01:45 # 답글

    비공개/ 아 오타네요. 수정했습니다.

    블랙/ 저 그림속 캐릭터들이 다 저 단편집에 나오는 등장인물이지요.

    효우도/ 쏘세지 이야기는 정말 모로호시 다이지로 스타일에 부합하는 이야기였지요.

    잠본이/ 전 요괴헌터는 영화로만 봤는데 원작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이 상당히 많이 정식 발매되고 있는데 유독 요괴헌터만 아무런 소식이 없네요.

    시몬/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됐습니다. 미우 출판사에서 나왔고 출시명은 '나랑 후리오랑 교정에서'인데 이 작품도 단편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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