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모험: 해피엔딩의 위기 (Happily N'Ever After.2007) 2008년 개봉 영화




2007년에 미국, 독일 양국 합작으로 폴 J. 볼거 감독이 만든 3D 판타지 애니메이션. 원제는 해피 엔 에버 애프터. 한국에서는 2008년에 들어왔고 국내 개봉명은 엘라의 모험이다.

내용은 동화 나라에서 마법사가 동화의 해피엔딩을 관장하고 있는데 스코틀랜드로 휴가를 떠나면서 멍크, 맘보 등 두 제자한테 동화의 선악 저울추와 마법봉을 맡기지만 사고뭉치 맘보의 실수로 인해 신데렐라의 계모가 마법의 존재를 눈치 채고 마법봉을 빼앗으면서 동화 내용을 뒤집고 악당들을 집결시키자, 신데렐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멍크, 맘보와 함께 왕자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소꿉친구로 오랫동안 짝사랑 해온 왕자의 하인 릭이 합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제는 해피 엔 에버 애프터가 의미하는 것은 동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뒷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신데렐라과 왕자와 결혼하고 끝나는 게 진정 그녀에게 있어 해피엔딩일까? 라는 명제가 나온다.

국내 개봉명은 엘라의 모험으로, 엘라는 히로인 신데렐라의 이름 끝자만 남겨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것 치고 본편 스토리는 엘라의 모험이라고 하기 좀 그렇다.

극중 엘라는 왕자에게 홀딱 빠져서, 계모에 의해 동화 나라가 뒤짚어 졌는데도 왕자만을 찾고 다닌다. 그 과정에 약간의 모험이 있긴 하지만 사실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히로인이 신데렐라고 악당 보스가 신데렐라의 계모란 사실을 제외하면, 신데렐라 동화 자체와 연관성이 떨어진다. 요정이 마법으로 도와주는 것도, 왕자가 유리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는 것도 아니다. 계모의 두 딸과 신데렐라에게 마법을 걸어준 요정은 단역에 불과하고, 극중에 벌어지는 사건도 어떤 동화와도 연관이 없다.

사실 말로만 기존의 동화를 뒤집은 거지, 실제로는 그저 스킨만 살짝 바꾼 오리지날 동화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계모가 마법으로 쿠데타 일으킴<왕자 어딨노? 왕자가 희망이데<왕자 찾음. 근데 무능함<ㅆㅂ 그냥 우리끼리 계모 잡자<ㅇㅋ 계모 레이드 ㄱㄱ<계모 물리치고 해피엔딩.’ 대략 이렇다. 여기에 무슨 반전이 있고 발상의 역전이 있다는 말일까?

해피엔딩 뒤집기란 대명 하에 동화 속 악당들이 총 집합하는 것 치고는 스케일도 굉장히 작다. 왕자를 찾으러 어디 멀리 나간 것도 아니고 성과 가까운 숲에 갔다 오는 것 정도고, 동화 속 악당들도 극 전개상 제대로 된 활약이나 악행 한 번 저지르지 못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엘라의 소꿉 친구이자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는 릭이라고 할 수 있다. 릭은 왕자의 하인으로 엘라를 좋아하지만 동화속 엔딩 내용대로라면 그녀와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번민하는 캐릭터다.

왕자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엘라와 사이가 틀어지지만 중반부부터 정신 차리고 엘라를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엘라가 하는 일은 그저 계모의 타겟이 되어 악당들에게 쫓기다 결국 잡혀간 공주님 역할 정도다.

엘라의 목표인 왕자 찾기를 완수한 것은 릭이고, 잉여스러운 왕자를 대신해 성으로 돌아와 엘라를 구출한 것 역시 릭이다. 활약은 물론이고 비중, 거기다 동화속 해피 엔딩을 깨고 신데렐라에 맺어져 왕자에게 NTR을 걸어 버리니 이 정도 됐으면 주인공 확정이다.

왕자님만 찾으면 왕자님이 다 해주실거야, 라는 MB 친위대 아줌마 같은 발언을 하는 엘라와 달리 릭은 ‘왕자 없이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자’라는 말을 자주 해서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엘라의 초기 목적은 왕자를 찾아 사건을 해결, 왕자와 결혼해 잘사는 것으로 ‘현상유지’다. 엘라가 왕자와 맺어지는 엔딩을 뒤집어 스스로 해피엔딩을 만든 릭이야말로 본 작의 테마를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엘라의 모험이 아니라 릭의 모험이었어야 됐다. (PC게임 유저라면 원제 릭 데인져러스, 국내명 ‘릭의 모험’이라는 게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릭 이외에 나머지 인물들이 너무 무능하고 잉여한 게 단점이 됐다. 게다가 악당들 역시 공기 비중인 것은 마차가지고, 본래 나쁜 놈이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착해진 반전 악당 포지션인 럼펄스틸스킨도 그 역할을 생각하면 분명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어야 됐는데 최종 사투 때 그냥 기둥에 숨어서 지켜보기만 해서 맥이 빠진다.

드워프 같은 이미지에 전투 모드에 들어가자 밀리터리 룩을 갖춰 입고 풍차식 캐터펄트로 다이아몬드를 날리는 일곱 난쟁이와 모터사이클 스타일로 개조한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들 정도만 인상적이다.

MBC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멤버인 정형돈, 하하가 각각 마법사의 제자 멍크와 맘보 역을 맡았는데 다행히 주연이 아닌 조연 캐릭터고 또 애드립도 적당하기 때문에 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여민정 성우가 엘라 역, 김장 성우가 릭 역, 이선주 성우가 계모 프리다 역, 김기흥 성우가 왕자 역을 맡았다. 주연 캐릭터는 전부 전문 성우가 연기했기 때문에 더빙 퀄리티 자체는 높다. 역시 연예인 성우는 조연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무리하게 자기 유행어를 남발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결론은 평작. 제목만큼 대단한 반전이나 파격적인 시도 같은 건 일절 나오지 않는, 전형적인 판타지 동화다. 그나마 연예인 성우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주조연의 명확한 구분으로 전문 성우가 활약할 수 있게 해서 한국말 더빙 퀼리티가 올라간 사실을 높이 사고 싶다. 전문 성우가 조연을 맡고 성우 경험 한 번 없는 개그맨들이 주연을 맡아 더빙 수준을 급락시킨 요즘 한글 더빙 애니메이션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2년 후인 2009년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본래 타이틀명은 ‘해피 엔 에버 애프터2’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전작인 이 작품이 엘라의 모험으로 번안되었기 때문에.. 후속작에는 주인공이 엘라가 아닌 백성공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라의 모험2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그나마 해피엔딩의 위기, 백설공주 길들이기 등 주제를 함축한 부제라도 잘 붙여 다행이다.

덧붙여 후속작의 한글 더빙에는 정형돈과 하하가 참여하지 않아서 맘보 역은 엄상현 성우, 멍크 역은 홍진욱 성우로 캐스팅이 바뀌었다.



덧글

  • 놀이왕 2012/08/21 12:59 # 답글

    원어판에서는 엘라 성우가 사라 미셸 갤러였고 릭 성우가 사라의 남편인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였습니다. 그리고 왕자의 경우 국내에서는 프린스 챠밍으로 소개되었는데 사실 원래 이름은 험퍼딩크 왕자로 DVD에 수록된 삭제장면을 보면 왕자가 자신의 길을 찾겠다며 성을 떠날때 엘라와 릭에게 자신의 본명을 말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자기 이름을 밝힙니다.
  • 잠본이 2012/08/21 20:51 # 답글

    http://en.wikipedia.org/wiki/Happily_N'Ever_After
    정확한 원제는 '해필리 네버 애프터'(동화에서 마무리로 항상 나오는 <그 뒤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해필리 에버 애프터>를 꼬아놓은 것. 즉 '행복하게 살긴 개뿔이!').
    '해피엔딩의 위기' 쪽이 오히려 더 의미를 잘 살린듯 OTL
  • 잠뿌리 2012/08/22 01:42 # 답글

    눌이왕/ 프린스 챠밍은 다분히 슈렉 2를 의식한 네이밍이네요 ㅎㅎ

    잠본이/ 부제가 오히려 본제보다 훨씬 잘 살렸네요.
  • 순수한 가마우지 2015/09/19 23:07 # 답글

    아이스 에이지4에서 악당 역을 맡은 개콘 꺽기도 팀과 비슷하네요..이번 하하와 정형돈 캐스팅이..(적절하다는 말임.)
  • 잠뿌리 2015/09/20 13:42 #

    개그맨 더빙은 딱 조연, 단역 정도가 좋습니다. 더빙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전문 성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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