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 (Battleship, 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에 피터 버그 감독이 만든 SF 전쟁 영화.

이 작품 국내 홍보 포스터를 보면 ‘트랜스포머의 하스브로 원작!’이란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표시되는데, 하스브로가 뭔가 하니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만든 미국의 완구 전문 업체다. 이 작품은 하스브로에서 발매한 보드 게임 배틀쉽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보드 게임 자체는 별도의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게임판에 배를 배치해 놓고 상대의 좌표를 불러 그 자리에 있는 배를 격침시키는 룰로 진행된다.

내용은 2005년에 지구의 과학자들이 기후가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발견해서 기존보다 5배나 뛰어난 통신 장비를 개발해 통칭 비콘 프로젝트라고 해서 외계 행성과 접촉을 시도했는데,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 전 세계 해군이 한 자리에 모여 림펙 다국적 해상 훈련을 하던 중.. 수년 전 비컨 프로젝트로 보낸 신호에 응답한 외계 행성으로부터 날아온 외계인의 우주선이 바다 한 가운데 나타나면서 지구촌 곳곳에 동시다발적인 외계인의 테러가 가해져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아군 함정의 지휘부가 피격 당해 주인공 알렉스 하퍼가 함장 대리가 되어 생존병을 이끌고 미군함 한 대로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SF 영화로 세계 최강 미군이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야기로 깔끔하게 요약이 가능하다. 1996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인디펜던스 데이가 미공군의 외계인 초전박살을 다룬 이야기라면 이번 작은 미해군이 외계인을 초전박살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공군에서 해군으로 병과가 바뀐 것일 뿐,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너무나 뻔한 내용이라 결말은 쉽게 예상되고 스토리는 정말 허접하다. 미군 VS 외계인의 구도도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가 되어 버렸다.

러닝 타임이 2시간을 가뿐히 넘어가지만 미군의 패권주의를 미화시키고 세계 최강 미군 오나니질에 미해군 홍보하기 바쁜 내용 때문에 스토리는 정말 허접하기 짝이 없다.

사고뭉치에 백수의 왕이었던 주인공 알렉스 하퍼가 해군에 입대한 이후 외계인 침공에 휘말리면서 형의 죽음으로 마음을 바로 잡고 새로운 함장으로서 점점 성장해 나가는 성잘물 요소도 담고 있고, 림펙 훈련 때 참가한 13개국 해군 중 12개국의 함선이 배리어에 막혀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미군 함선 달랑 하나 남아 이 세계를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 되니 미 해군 홍보물의 정점을 찍고 있다.

세계 최강+정의의 아군=미군이란 공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아니, 사실 부함장에 가까운 포지션이 초반에 알렉스와 대립하던 일본 자위대의 함장인 나가타는 손자병법을 달달 외며 조언을 하는데 ‘미국 일본 해군 킹왕짱’이란 결론을 도출시키기 때문에 편애가 심하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부각시켜 초반에는 알렉스와 나가타가 서로 라이벌 관계를 이루다가, 나중에 서로 힘을 합쳐 외계인을 바르며 ‘님 좀 짱이심.’ ‘아니 님이 더 짱.’ 이렇게 서로 어널썩킹하느라 바쁘다.

극중 외계인 소동이 일어난 직후에 미 해군이 ‘이건 분명 북한군 짓이야!’라고 드립치거나, 외계인의 선제공격에 집중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홍콩, 중국을 유난히 많이 보여주니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는 작중 취급이 형편없다.

극후반부에 낡을 대로 낡아 빠진 70년대 군함 미주리호를 타고 백발이 성성한 퇴역 군인들의 협력을 받아 외계인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장면은 밀리터리 덕후보다 오히려 보수 우익들이 질질 싸면서 볼 것 같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스통 들고 무쌍난무하는 어르신들도 이 영화 속에 들어가면 영웅의 귀환인 것이다.

원작이 보드 게임인 만큼 영화도 그 특성을 따라서 시종일관 좌표를 외치며 발포를 해서 외계인의 우주선과 해전을 벌인다. 수만톤이 넘어가는 함선이 즉석에서 닻을 내려 해상 드리프트로 적의 포격을 피하거나, 클로킹한 적을 조류의 흐름을 파악해 감으로 때려 맞추는가 하면 우주 저편에서 온 최첨단 우주선을 전쟁 기념관으로 쓰던 70년대 고물 함선의 함포로 박살내버리고 심지어는 전쟁 때 두 다리를 잃고 의족을 착용한 퇴역 군인이 맨 주먹으로 배틀 슈트 입은 외계인을 때려잡는 등등 고증 파괴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남발하면서 미해군을 최강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

영화 어벤져스로 비유하면 헐크의 대사로 깔끔하게 요약할 수 있다. ‘외계인이 약골이네?’

본 작에서 외계인이 입은 배틀 슈트의 헬멧은 근거리에서 얼굴에 바로 총격을 당해도 기스 하나 안 나는데, 정작 우주선의 유리창은 스나이퍼 라이플에 저격당해 산산이 깨지니 뭔가 파워 밸런스가 엉망이다.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의 친형인 라데츠가 지구에 왔을 때 처음 만난 전투력 5짜리 농부가, 딱총 한 발로 라데츠를 해치운 그런 느낌일까.

어디까지나 원작 보드 게임을 충실히 재현하는 만큼 거대 함선과 함선의 정면충돌로 인한 거대 스케일의 전투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적 외계인은 정찰 부대라서 사용하는 무기도 제한되어 있다. 거기다 공격 타겟의 인식과 지구 침공 목적 등에 이런 저런 제약을 많이 걸어둬서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미해군의 미션 클리어 조건도 적 부대 전멸이 아니라 통신 장비 파괴니 결과적으로 일개 정찰 부대와 싸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스타 크래프트로 치면 지구 인류가 프로토스의 스카우터 서너 대와 세계의 명운을 건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렇듯 각본과 설정은 깔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까고 싶어도 깔 수 없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화려한 비쥬얼이다. 건물이 됐든 함선이 됐든 뭔가 터지고 부서지는 걸 쉴 새 없이 보여주는데 그 비쥬얼적인 부분은 상당히 멋지게 다가온다.

외계인의 동시다발 테러로 세계가 혼란에 빠진 묘사도 스케일이 매우 커서 정말 어지간한 재난 영화 뺨치는 수준이다. 그 부분만 딱 떼어 놓고 보면 외계인 침공 소재의 블록 버스터급 재난 영화다.

함선의 집중 발포와 총화기의 화력 묘사도 디테일하고 박력이 넘쳐서 밀리터리 매니아를 흥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론은 미묘. 한국에 귀신 잡는 해병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외계인 잡는 해군이 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미군 찬양 내용 때문에 스토리는 허접하지만 특수 효과와 CG는 블록버스터 스케일이라서 비쥬얼적으론 나무랄 곳이 없다. 이 작품과 자웅을 겨룰 만한 작품은 세계에서 단 하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 밖에 없다. 두 작품 다 당대 최고의 영상 기술력과 최악의 각본이 공존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게 정신 승리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전세계 한국 최초 개봉이란 국내 홍보 문구는 부끄러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한국이 친미 국가라고 해도 미군 찬양 영화를 선행 개봉하는 건 그만큼 호갱님 인증이다. 거기다 트랜스 포머의 하스브로 원작! 이 문구도 내용 알고 보면 완구 회사 원작!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강조한 건지 모르겠다. 이건 뭐 독수리성과 사자성이 박터지게 싸우는 중세 기사 서사시 영화 만들고 '레고 원작!'이러는 거나 마찬가지다.



덧글

  • 차원이동자 2012/08/07 11:27 # 답글

    마지막 한단락의 요약에 눈물흘렸습니다
  • Left Q Dead 2012/08/07 12:50 # 답글

    그나마 스타크래프트에서 스카웃 몇 대한테 테란 전체가 관광당하는 게 차라리 나아 보이는군요.(뭐 마린으로도 격추하는 우주쓰레기라지만 테란이 노업인데 저건 실드까지 완전한 333에 부스터까지 풀업이라던가, 아니면 순회온 스카웃들이 전부 모조급 영웅유닛들이었다던가 하면 왠지 납득은 될 것 같으니.)

    왠지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리뷰 들어보니 진짜 최악입니다.
  • 나삼 2012/08/07 14:06 # 삭제 답글

    그 한국은 왜 안나오냐..라는...심하게 말씀드리면 드립...은 언제쯤 볼 수 없을까요. 한국영화에 외국.서양.묘사하면 반드시 미국 영국 프랑스 말고 폴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나오길 빕니다.
  • 잠뿌리 2012/08/07 15:42 # 답글

    차원이동자/ 극과 극을 이루는 영상 기술력과 각본이지요 ㅎㅎ

    Left Q dead/ 올해 최악의 영화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지요.

    나삼/ 실제로 진주만에서 열리는 림펙 합동 훈련에는 한국 해군도 참여합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한데 안 나오고 일본 해군만 나왔지요. 그런데도 전 세계 한국 최초 개봉이란 홍보했으니 한국이 나오지 않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영화에서든 '한국은 왜 안나와?'라는 말도 아니고, '나올 수 있을 법한데 왜 안나왔나?'하는 의문이 든 것 뿐입니다. 그런 본문 내용을 곡해하고 말아주세요.
  • 정호찬 2012/08/07 17:25 # 답글

    영화 실제 내용과 영 다른 게 보이는데요.

    1. 13개국 해군 중 12개국의 함선이 다 격침당하고- 극중 전투에 참여한 건 초기에 외계 물체에 접근한 미 해군 구축함 2척, 일본 해자대 구축함 1척입니다. 다른 함정들은 전부 베리어 밖에서 진입 못하고 있었죠.

    2. 주인공 친형은 다른 함정 함장이었습니다. 이쪽은 아예 초장에 격침. 주인공 함정은 약간 피탄된 게 하필 함장과 부함장 있던 거라서 지휘권이 이양된 거죠.

    3. 70년대 고물 함선의 함포로 박살-그 고물 함포가 현용 구축함이 쓰는 5인치 함포, 토마호크, 하픈보다 더 무식한 파괴력을 가집니다. 강철로 떡장갑친 전함이 주적인 시대에 만든건지라. 도태된 건 사거리 문제, 그리고 같은 전함을 상대할일이 없어졌기 때문이죠.

    4. 한국은 안나오고 일본은 잘나오는 이유, 최소한 이 배경에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태평양 해양 전략에선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해군 전력을 가진 일본이 더 중요할 수 밖에요. 한국 해군도 근래 들어 돈지랄해 전력 증강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해자대에비히면 모자르고 심지어 한국 해군조차도 미 해군은 육군과 공군과 달리 그냥 좀 친한 우방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 잠뿌리 2012/08/07 18:02 # 답글

    정호찬/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많이 있네요. 수정하겠습니다.
  • 잠본이 2012/08/07 22:48 # 답글

    레고 원작에서 뿜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진군 2012/08/08 02:58 # 답글

    뭐 최악까지는 아니었네요 전. 다만 뿌려놓고 회수안된 떡밥이 너무 많다는거랑, 대규모 전투를 바랬는데 소규모 뿅뿅만 있었다는 점, 주인공이 조올라게 맘에 안든다는 점 등이 문제였던듯.
  • FREEBird 2012/08/08 11:55 # 답글

    한국 해군은 나왔으면 오히려 민망했을지도요..
    아무래도 영화 비쥬얼상 '크고 알흠다운' 전투함들이 나와야 하는데 한국 해군서 그런 장면에서 내보낼 배는 세종대왕급.
    근데 세종대왕급은 또 덩치도 큰 녀석이 과무장으로 유명한 배다보니 미국 만세를 불러야 하는 작품 특성상 나올수가 없고(세계 해군들이 다 활약한다면 몰라도 말이죠..), 세종대왕급 빼면 영화에 내보낼만한 배가... 후우...
  • 블랙 2012/08/09 06:58 # 답글

    테일러 키취는 올해의 대표작 2개가 다 재앙급 흥행실패작이니 참 지못미가 아닐수 없습니다. 영화계에 다시 주연으로 나오기는 힘들지도...

    영화의 외계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는것 같은데 일방적으로 나쁜놈 되서 두들겨 맞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어요.
  • 잠뿌리 2012/08/10 13:33 # 답글

    잠본이/ 하스브로 원작이나 레고 원작이나 똑같지요 ㅎㅎ

    아진군/ 사실 여기서 싸우는 게 외계인 본대가 아니라 정찰부대니 대규모 전투가 안 나온 듯.

    FREEBird/ 그렇게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해군으론 외계인과 싸울 짬밥이 안 되겠네요.

    블랙/ 한 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흥행 실패하면 우연히 아닌 필연이 되는 거지요. 외계인의 입장에 대해선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서 좀 그렇긴 했습니다. 단순히 미해군 홍보 영화가 되었다 보니 외계인은 그저 물리쳐야 할 적으로 밖에 묘사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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