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The Curse.1987) 러브 크래프트 원작 영화




1927년에 러브 크래프트가 쓴 단편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를 1987년에 데이빗 키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농부 네이던 일가가 사는 시골집 밭에 어느날 밤 운석이 떨어졌는데 그 이후부터 물이 오염되어 작물이 썩어 버리고, 물을 마신 사람들은 이상한 병에 걸려 몸도 마음도 망가져 광기에 사로잡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나훔 가드너의 땅이 운석이 떨어진 이후 사건 사고가 벌어져 일가가 몰락하는 바람에 죽음의 황무지로 불리면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아미 피어스 노인의 증언을 듣는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판은 조금 다르다.

우선 농부 이름이 네이던으로 바뀌었고, 주인공은 극중 네이던의 후처가 데리고 온 아들인 자크다. 양부한테 구박 받고 쳐 맞으며 피가 이어지지 않은 형에게 괴롭힘 당하는 등 모난 자식으로 작중에서 갖은 고생을 다한다.

운석이 떨어진 이후 집안에 흉사가 벌어진다는 건 원작과 동일하지만 주인공이 제 3자로 목격자의 증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 사건에 휘말린 가족의 일원으로 나오기 때문에 운석에 의한 저주로 인해 변해가는 주변 환경과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작은 타이틀에 크게 써 붙인 우주에서 온 색체(컬러)로 인해 흉사가 벌어지는 게 공포 포인트지만, 이 영화판은 색체의 비중은 낮고 땅이 저주 받은 뒤 물이 오염되어 그걸 마신 가족들이 하나 둘씩 얼굴에 종기가 잔뜩 난 기괴한 형상으로 변하면서 광기에 사로잡히는 것이 공포 포인트다.

야채와 과일을 수확하니 속이 썩거나 벌레로 가득 차 있는가 하면 닭들이 막내 여동생을 공격하고 말이 미쳐 날뛰어 큰 형을 치고, 소가 산채로 썩어 가다가 디아블로 3의 ‘부풀어진 시체’나 ‘기괴한 살덩이’처럼 벌레를 분사하는 고어한 연출이 난무한다. 싼티가 많이 나는 게 흠이라서 화질이나 영상, 연출 퀄리티만 놓고 보면 무슨 집에서 캠코더로 찍은 아마추어 영화인 것만 같다.

주요 무대가 집안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중반부부터 외모와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한 가족 구성원에 의해 공포를 느끼다가, 극후반부에 갑자기 집안이 흔들리면서 거센 바람과 돌풍, 지진으로 인해 집 전체가 폭삭 주저앉는 전개가 나오는데 그건 클래식한 하우스 호러물의 정석이다.

그 때문에 사실 코즈믹 호러라기보다는 하우스 호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러브 크래프트 원작 영화라기보다는 아미티빌 하우스 시리즈의 열화 카피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을 마시면 저주 받는다란 좋은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물을 마신 상태에서 저주로 인해 변이가 진행되는 과정을 담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물을 마셔야 되는 상황을 만들거나 유도하지 못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결론은 비추천. 러브 크래프트 원작을 생각하고 보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 될 텐데 그것과 별개로 놓고 봐도 너무 싼티가 나는 B급 호러 영화다.

여담이지만 러브 크래프트 전집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면 러브 크래프트가 생전에 말하길 자신의 소설 중 이 작품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높은 자부심을 가졌다는 문구가 있지만.. 이 영화판을 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덧붙여 이 작품 이전에 1965년에 다니엘 핼터 감독이 ‘다이, 몬스터, 다이!’란 제목으로 원작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를 영화로 만들었다. 여기서는 등장 인물의 이름이 원작과 동일하며 농부 나훔 역을 맡은 배우는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 배역으로 유명한 보리스 칼로프다.

추가로 이 작품은 시리즈화되었는데 사실 전부 본편과 관련이 없다. 후속작인 ‘커즈 2: 더 바이트’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사탄’이란 제목으로 출시됐는데 거기선 주인공이 군사 실험에 쓰인 뱀에게 물려서 유전자가 변이되어 오른손이 뱀으로 변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타이틀 원작 풀 네임은 ‘우주에서 온 색체’로 일본 수입판의 번안된 제목은 ‘데드 워터’가 됐다. 물과 저주를 소재로 한 J호러 ‘미즈치’의 한국 수입판 제목은 ‘데스 워터’다.



덧글

  • 먹통XKim 2012/07/30 14:42 # 답글

    사탄은 국내 개봉까지 했습니다...포스터가 기억에 남네요
  • 시몬 2012/07/31 01:18 # 삭제 답글

    이거랑 비슷한 설정인데 내용이 개그코미디였던 단편영화가 하나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주연이 무려 스티븐킹 이었죠. (작가로 유명한 그 분 맞습니다)
  • FlakGear 2012/07/31 05:24 # 답글

    이건 저도 기억납니다. 케이블에서 틀어줬던 기억이 나네요. (케이블이 미묘하게 컬트영화가 많이나와서) 이거 보고나서 우주에서 온 색채를 따로 읽은 적 있는데 영화장면이 떠올라서 슬쩍 미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 비주얼이 싼티나도 역겨움은 ;;; 과일이나 채소 잘랐는데 끈적한 액체나오는 건 지금도 속 미식거리는;;
  • 잠뿌리 2012/08/03 13:53 # 답글

    먹통XKim/ 극장에서 보면 재미있었겠네요. 커즈 2는 꽤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이 커즈 1은 좀 시시하지만요.

    시몬/ 그게 아마 1982년에 나온 크립쇼 극장판의 두번째 에피소드일 겁니다. 거기서 스티븐 킹이 농부로 나오는데 어느날 밭에 떨어진 운석을 보고 가져다 팔려고 손으로 만졌다가 자신의 몸과 집 주변에 잡초가 돋아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죠. 제목은 조디 베릴의 외로운 죽음입니다.

    FlkGear/ 그 장면 정말 속이 뒤집히게 만들죠. 양배추를 썰었더니 썩은 진물이 콸콸 솟구치고, 사과를 쪼개 보니 구더기가 우글우글거리고.; 한국 고전 공포 영화 여곡성에 나온 지렁이 국수 저리가라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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