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괴지이[諸怪志異](1989) 2019년 일본 만화




1989년에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후타바샤에서 출간한 작품. 중국 기담을 모로호시 다이지로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만화로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 후기에 따르면 요재지이를 보고 중국 기담을 만화로 그리게 됐는데 본작의 내용 자체는 수신기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고 한다.

요재지이는 중국 청나라 시대 때 포송령이 지은 괴이 소설집이고, 수신기는 중국 동진 시대 때 역사가 간보가 편찬한 지괴소설집으로 육조 시대의 귀신괴이, 신선오행에 관한 설화의 통칭인 지괴로 여겨지는 이야기를 모은 설화집이다.

재괴지이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로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도사인 오행 선생과 귀신을 볼 줄 아는 견귀인 아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암흑신화와 공자 암흑 공자전을 생각하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굉장히 난해하지만 이 재괴지이는 그 반대로 내용 이해가 쉽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두 작품보다 더 읽기 편하고 접근하기 쉽다.

물론 누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 아니랄까봐 잔인한 장면이 몇 군데 나오긴 하지만 그게 결코 메인은 아니고 전체의 일부분에만 해당한다.

주인공이 오행선생, 아귀(연견귀)이다 보니 도술 배틀이 벌어지기도 하고 요괴를 물리치는 퇴마행 이야기도 많다. 날개 달린 백마를 타고 날아다니며 불자로 번개를 쏘고 종이로 호랑이를 만들어 보내는 등 갖가지 도술이 나온다. 사선 장각과의 대결은 암흑 공자전에서 공자와 양호의 대결 구도가 옮겨온 것 같다.

사실 그 두 사람이 주역으로 나오는 에피소드는 오리지날에 가깝다. 1~2권까지는 오행 선생이 주인공 포지션이고, 3~4권은 연견귀(아귀)가 주인공 포지션에 속한다. (아귀는 어릴 때 이름, 연견귀는 성장한 뒤에 쓰는 이름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오행선생과 아귀가 나오지 않은 에피소드도 많은데 그 이야기들은 모로호시 다이지로 특유의 암흑 동화 필로 진행된다. 스노우 화이트(기묘한 그림 동화)를 중국풍으로 어레인지한 느낌으로 기괴함 속에 풍자와 해악이 있다.

중국 기서를 재해석한 만큼 각색이 많이 되어 있는데 삼국지의 제갈각, 수호지의 무송, 한무제, 현종과 양귀비, 측천무후 등이 한 개 에피소드의 주역이나 조역 등으로 등장한다.

실제 역사에서 제갈각은 정적에게 살해당한 반면 이 작품에서는 초자연적인 사건에 휘말려 끔살 당하니 역사를 재현한 것은 아니고 인물을 빌려 온 것이다. 한무제의 봉화, 사후 죽음의 세계에서 마후로 부활한 측천무후 등 실존 인물의 판타지적 각색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구도왕. 개한테 도술을 사용해 묘기를 부리게 한 후 잡아먹어서 구도왕이란 별명을 얻은 사내가 관리에게 초대를 받아 과거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인데 엔딩이 정말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부분은 시공사판보다 창작미디어판의 대사가 더 맛깔나게 나온다. (시공사판: 제가 바로 그 흰개랍니다, 창작미디어판: 내가 그 맛있어 보였다는 백구다)

3권부터는 아귀가 성장해 연견귀라 불리면서 퇴마행에 들어가는데 추배도라는 예언서를 중심으로 한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된다. 이때부터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완전 오리지날로 진행된다.

옴니버스 스타일이 아닌 만큼 이야기의 다양성이 조금 떨어지고, 오리지날로 진행되는 관계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대표작인 서유요원전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3권부터는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4권으로 완결되었다는 건데 이게 제대로 끝난 게 아니란 사실이다. 스토리상으로 뭐 하나 해결된 것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고된 여행을 나레이션으로 암시하며 끝내 버린다.

창작 미디어에서 정식 발매했을 때가 1999년이었는데 이때는 3권까지만 나와서 뒷권 내용이 몹시 궁금했지만 이때로부터 약 9년 후인 2008년에 시공사에서 재괴지이란 제목으로 재간하면서 4권 완결까지 나왔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창작 미디어에서 나왔을 때는 재괴지이란 제목으로 나오지 않고 부제인 ‘이계록’, ‘호중천’, ‘귀시’로 총 3권이 나왔다. 각각 1989년, 1991년, 1999년에 나왔는데 4권인 연견귀는 2005년에 나왔기 때문에 창작 미디어판은 4권까지 출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가 제대로 완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서 3,4권은 비추천하지만 1,2권은 옴니버스 스타일이라 확실히 재미있고 이야기도 다양하다.

암흑신화, 암흑 공자전이 봐도 내용 이해가 너무 어려워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에 부담이 느껴진다면 재괴지이와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부터 보기 시작하는 게 입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덧글

  • 애쉬 2012/07/28 22:05 # 답글

    저도 추천합니다

    이 만화를 읽고 우리나라에도 금오신화 같은 설화를 재구성한 작품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했답니다
  • 잠본이 2012/07/28 22:33 # 답글

    고민이 많았는데 1, 2권만 먼저 봐야겠군요(...)
  • 차원이동자 2012/07/28 23:11 # 답글

    제가 구판으로 1.2.3권봤고 보유했었죠..
    약간 옛날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볼만했죠. 저도 추천.
  • 시몬 2012/07/30 01:42 # 삭제 답글

    예전에 우연히 책방에서 4권을 발견해서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크고 아름다운 가격이 구매할 마음을 싹 없애줬습니다. 구판 1,2,3권 가격이랑 비슷하게만 나왔어도...
  • 잠뿌리 2012/07/30 14:04 # 답글

    애쉬/ 우리 나라에는 신과 함께가 있지요 ㅎㅎ

    잠본이/ 1,2권 먼저 보고 뒷권 구입을 생각해 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차원이동자/ 저도 구판으로 먼저 구입해 봤지요. 3권은 잃어버렸고 1,2권인 호중천, 이계록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시몬/ 확실히 재간되고 나서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좀 사기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래서 전 1년에 한번씩 있는 만화 총판 30% 세일 기간 때 구입했었지요.
  • spawn 2012/09/01 21:02 # 삭제 답글

    저도 1,2권만 보는게 재미있다고 하길래 3,4권은 보류중입니다. 물론 1,2권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잠뿌리 2012/09/03 22:34 # 답글

    spawn/ 3.4권은 좀 애매하지요. 1,2권은 옴니버스인 반면 3,4편은 장편으로 바뀌었는데 결말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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