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 2 (Troll 2 , 1990) 요괴/요정 영화




1990년에 클라우디오 프라가소 감독이 만든 작품. 트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어린 죠수아 앞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세스가 혼령이 되어 자주 나타나 고블린 동화를 들려주며 고블린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와중에 여름 휴가차 가족이 전부 ‘닐보그’라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하우스 스와프를 하러 가서 현지 가족과 집을 맞바꾸어 며칠 지내기로 했는데, 그곳이 실은 사악한 요정 ‘고블린’이 인간으로 둔갑해 살아가는 마을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먹여 채소로 만들어 잡아먹어서 조슈아 가족들에게 큰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의 제목은 트롤2지만 본편 내용은 전작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다가, 사실 트롤도 안 나온다. 본편에 나오는 사악한 난쟁이 요정은 통칭 ‘고블린’이라고 부르고 트롤이란 표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극중 고블린은 오직 채소만 먹는데 마법에 걸린 채소와 그것을 재료로 한 음식, 우유를 인간에게 먹여서 녹색 채소로 만들어 잡아먹는다.

이 설정이 은근히 잔혹하지만 연출 자체는 정말 유치하다. 녹색이 들어간 고블린 음식을 먹은 사람은 녹색물을 입에서 토하고 땀과 피처럼 철철 흘리며 녹색 점액질 덩어리로 변하거나, 혹은 몸에 나부 피부가 돋아나 식물이 되기도 한다.

고블린 자체는 마을을 이루어 사는 만큼 숫자가 많은데 나무창이나 몽둥이 따위를 들고 있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무장을 하고 있고 머리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 서너 명 당해내지 못하고 쩔쩔 맨다.

인원수가 많다는 것 이외에는 인간보다 앞서는 점이 전혀 없다. 오히려 고블린보다 인간으로 둔갑한 상태가 더 강해 보이지만 정체를 들킨 이후에는 쭉 고블린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허접할 수가 또 없다.

차라리 고블린 퀸인 크리덴스 리오노르 기엘거드가 마녀 폼으로 나온 모습이 고블린 무리를 다 합친 것보다 더 위협적이긴 했다. 물론 마녀 분장이 허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히피 고스록 차림의 과장된 모습으로 인간 폼 때보다는 훨씬 낫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의 포스터에는 고블린이 나온 반면 DVD 커버에는 마녀 폼의 고블린 퀸 혼자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온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대단한 발연기를 자랑하며, 그 중 엘리엇의 안경 쓴 친구 아놀드 배역을 맡은 대런 어윙의 ‘오, 마이 갓’ 대사는 전설의 발연기로 유명하다. 대런 어윙은 이 작품 이후로 연기 활동 일체를 하지 않다가 16년이 지난 2006년이 되고 나서야 에버우드 TV판에 출현하기 시작해 지금 현재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테이블 위로 올라가 고블린 음식에 오줌 싸는 주인공 설정은 무리수가 있었지만, 뭐 이후에 나온 고블린의 약점은 일단 너무 유치해서 정신이 아득해지긴 해도 웃음 포인트로선 좋았다.

극중에 나오는 고블린의 약점이란 게 육식이다. 주인공 조슈아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비장의 무기가 햄만 가득 든 볼로냐 샌드위치다. 악역인 고블린 퀸이 주인공 조슈아 보고 ‘건강을 생각해서 채소를 먹어야지!’라고 외치는 장면은 대폭소였다.

안 그래도 채식주의자라서 사람을 그냥 잡아먹을 순 없고 채소로 만들어 먹는 고블린이란 설정도 황당해 죽겠는데 햄 샌드위치가 약점이라니. 본 작의 각본을 맡은 조 다마토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참고로 조 다마토 감독은 포르노에 고어 등을 접목해 에로+호러를 믹스한 B급 영화를 다량으로 만든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다. 감독으로서 만든 타이틀이 무려 200개나 된다.

대표작이자 그나마 평이 좋은 작은 비욘드 더 다크니스와 카니발 군도. 아쿠아리스의 프로듀싱에 참여하기도 했다. 클래식 포르노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라면 타잔 X, 포르노 홀로코스트 등으로 익숙할 것이다.

가족들이 서로 손을 잡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강령술로 할아버지의 혼령을 불러내 조언을 받거나, 스톤헨지에 깃든 마법의 힘으로 고블린을 물리치는 씬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전작과 달리 배드 엔딩으로 끝난 것도 여운이 남는다. 하우스 스와프와 야구공에 적히 메시지로 복선을 던지는데 막나가는 본편 스토리와 달리 엔딩은 멀쩡하다. 다만, 엔딩 씬 자체의 연출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어서 최악으로 시작해 최악으로 마무리된다.

결론은 추천작.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발로 쓴 각본, 유치하고 조잡한 분장과 싸구려 연출, 쓸데없이 잔인한 설정과 배우들의 발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최악, 최흉의 결과물을 완성시켰다.

너무 못 만들어서 최악의 평점과 혹평을 받고 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졸작의 제왕으로서 20세기를 평정한 작품이 됐다. 물론 이 작품보다 더 못 만든 졸작은 많겠지만 인지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이 본좌다.

한 세기를 풍미한 졸작 중에 졸작으로 오히려 권해주고 싶다.

여담이지만 본 작에서 고블린들이 유리 대접에 담긴 녹색 액체를 강제로 먹이려는 장면은 어쩐지 1987년에 피터 잭슨이 만든 고무 인간의 최후(배드 테이스트)에서 따온 것 같다.

그리고 극중 고블린 퀸의 환영이 거울에 뜬 다음 거울 유리가 깨지면서 고블린이 튀어나와 덮치는 씬은 1980년에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만든 마녀 3부작의 2번째 작품, 인페르노에 나온 마녀 거울 씬을 연상시킨다.



덧글

  • 무상공여 2012/07/25 20:10 # 답글

    그 "오 마이 갓"하는 발연기 장면은 영어권에서 불후의 짤방으로 남았다더군요.

    They eating her!!

    Oh my god~~~
  • FlakGear 2012/07/25 20:26 # 답글

    그나저나 포스터는 프라이트나이트를 연상케하네요
  • Rev.v.AME 2012/07/25 23:08 # 삭제 답글

    O MY GODDDDDDD 할 때 얼굴에 기어다니는 파리 한마리도 추가로 압권이죠. ㅎㅎ 그 외에도 "Coffee is the devil's drink" "NILBOG(Goblin 거꾸로 한 단어)" "Nilbog milk high in vitamin content" 등등 명 대사가 정말 많던... 최근에 이 작품 다큐멘터리가 하나 나와서 Troll 2 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는데, 타이틀이 Best Worst Movie ㅎㅎㅎ 재밌었어요. http://www.imdb.com/title/tt1144539/
  • 블랙 2012/07/26 09:19 # 답글

    채식주의를 비판하고 육식을 권하기 위해 만들었나보군요.
  • Rev.v.AME 2012/07/27 03:47 # 삭제

    그런 깊은 뜻은 없다고 봅니다. 그냥 고블린 같은 몬스터들이 보통 사람을 잡아먹는다는(=육식)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그런 거겠죠..
  • 먹통XKim 2012/07/29 15:57 # 답글

    제목은 트롤인데 나오는 건 고블린. 왜 그럼 제목이 트롤이니 트롤이니...보면서 듣던 생각.
  • 먹통XKim 2012/07/29 15:58 # 답글

    2010년 20주년 기념 SE DVD가 나왔는데 뭐 이건 꼴랑 예고 하나 들어간 게 고작이며 화질보정도 안된거였죠.
  • 먹통XKim 2012/07/29 15:58 # 답글

    참 주인공 죠슈아를 맡은 배우도 호러쪽에서 감독을 하네 뭐네 활동한다더군요
  • 잠뿌리 2012/07/30 14:12 # 답글

    무상공여/ 그게 아직도 유튜브에 남아 있지요 ㅎㅎ

    Rev.v.AME/ 재조명 받아서 그 덕분에 DVD로 복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블랙/ 의미를 부여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본편 설정에선 그게 단순히 개그라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 다마토 감독이 즐겨 쓰는 소재인 인육, 식인 등을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정말 이례적이죠.

    먹통XKim/ 제목은 트롤 2인데 고블린이 나오지 않아 완전 낚시지만 배급사가 트롤 1과 같은 곳이라 그렇게 된 것이지요. 죠슈아 역을 맡은 배우가 아직도 활동한다는 게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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