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래빗 (Legend of a Rabbit, 2011) 중국/홍콩 애니메이션




2011년에 순리준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원제는 토협전기. 국내 개봉명은 레전드 오브 래빗이다.

내용은 타이거 도장의 대사부가 악당 제자 슬래쉬의 독수에 당해 도망쳤다가 호떡 장수 푸를 만나 쿵푸 마스터 기술을 전수해준 다음 외동딸 피오니에게 영패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죽어 버리자, 푸가 대사부의 유언에 따라 피오나를 찾으러 타이거 도장을 향해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만들었는데 다분히 드림웍스의 쿵푸 팬더를 의식하고 만들었다. 일단 국수가게에서 아버지를 따라 장사하던 ‘포’에 대비되는 살찐 토끼 ‘투’. 거기다 비열하고 사악한 악당 슬래쉬는 ‘팬더’다.

본 작의 내용이 잔혹한 악당 슬래쉬가 대사부를 죽이고 타이거 도장을 점거, 스스로 새로운 대사부를 자처하는 패악을 저지르는 상황에 투가 나서서 물리치는 이야기인데 이게 가만 보면 쿵푸 팬더 디스하는 내용이다.

쿵푸 팬더로 쿵푸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면서 본좌에 등극하자, 우리 살람 쿵푸 원조다 해. 이러면서 팬더 악당을 만들어 물리치는 이야기랄까.

그런데 사실 디스하는 내용보다 쿵푸 팬더 열화 카피에 더 가까우면서 사실은 따라하는 것도 제대로 못한 게 본 작의 결과물이다.

문파, 음모, 내공 전수, 사부의 딸과의 사랑, 복수극 등등 본 작에 들어간 코드는 정통 무협지의 그것이라 이것만 놓고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정작 그 코드를 모아 풀어나가는 방식이 엉망진창이라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쿵푸 팬더의 포는 살찐 몸에 운동 신경도 둔하지만 쿵푸를 동경하고 있고 언젠가 쿵푸 마스터가 되는 게 꿈이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마스터 쉬푸의 지도하에 쿵푸의 달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몸도 마음도 성장해서 진정한 의미의 드래곤 워리어가 된다.

하지만 본 작의 주인공 투는 쿵푸에 전혀 관심이 없고 또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본인이 쿵푸를 한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다. 사실 투는 쿵푸와 전혀 연관이 없는 호떡 장사에 지나지 않지만 대사부가 죽기 직전 투에게 자신의 쿵푸 마스터 기술을 전수해준 것이다. 이게 말이 좋아 기술 전수지 실은 내공을 전해준 거나 마찬가지라 손을 마주한 것만으로 기술이 전수된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나중에 투가 쿵푸 마스터로 각성한 다음에도 ‘나는 쿵푸를 할 줄 몰라’ 이런 대사를 하는 것이다.

투는 정말 매력이 없는 주인공인데 일단 도가 지나칠 정도로 멍청하고 둔하며 개념이 없다. 히로인 이름 잘못 알아듣고 영화 끝나기 20분 전에 겨우 알아차리는데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피오니 찾으러 타이거 도장에 갔다가 주방보조가 됐는데, 찾아야 될 피오니가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주방보조로 남아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런닝 타임 총 89분 중에 약 60분 가까이 쿵푸를 하기는커녕 얼떨결에 주방 보조가 돼서 잡일을 한다. 잡일을 하다가 꿈을 꾸던 중 대사부가 슝하고 나타나는데, ‘어르신, 당신 따님 어딨나요? 투가 이리 물어보니 대사부는 갑자기 쿵푸 마스터 기술이 어쩌구 하면서 동문서답하고 이게 계속 반복되다가 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각성한다.

무슨 수련을 한 것도, 심적으로 고민을 한 것도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전수 받은 내공을 단지 꿈 두 번 꾼 것만으로 각성해 버리는 이 전개는 정말 허무하다.

그런 상황인데도 투가 본격적으로 악당과 싸우는 씬은 끝나기 10분 전이다. 그 10분 중에 1분 동안 적 자코를 청소하고 끝판 대장 슬래쉬는 2분만에 격파한다. 즉, 본작에서 투가 펼치는 쿵푸 액션은 단 3분이다. 89분 중에 3분이란 말이다!

그것도 사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연출이라서 맥이 빠진다. 히로인 위기의 순간 갑자기 대오각성한 투가 3분 내에 악당들을 전멸시키는 내용이니 이건 뭐 울트라맨이 따로 없다.

그나마 피오니가 검격을 펼치는 씬이 몇 분 나오긴 하지만 전체 러닝 타임 중에서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다. 그 때문에 3D 쿵푸 버스터란 말이 무색하게 쿵푸와 관련 없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다.

애초에 이 작품 원제는 토협전기란 걸 생각해 보면 포인트가 ‘쿵푸’가 아니라 ‘협’이다. 투가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대사부의 유언에 따라 피오니를 찾아가는 여정이 ‘협’이란 거다.

근데 협객이라고 보기엔 너무 멍청하고 둔한 투는 보는 내내 답답하게 하고, 조연인 비기는 거만하고 허풍쟁이에 사람을 막 대하는 성격이라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은 주인공 같지 않고 조연은 짜증을 유발하는 악당 졸개 같은데 유일하게 멀쩡한 캐릭터는 히로인 피오니 한 명 뿐이니 주역부터가 글러먹었다.

오히려 본 작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건 쿵푸 팬더 디스 캐릭터인 슬래쉬다. 비열하고 강력한 무공을 지녔는데 독수나 암기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자객을 보내 암살하는 등 전형적인 중국 무협지 악당이지만 적어도 악당으로서의 아이덴티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결론은 비추천. 대륙에서 쿵푸 팬더를 디스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지만 그 결과물은 쿵푸 팬더 마이너 카피조차 되지 못한 괴작이다. 다른 작품을 디스하는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는데 정작 본 작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덧글

  • DrKurse 2012/07/23 12:01 # 답글

    이런걸 당당하게 쿵푸팬더의 대항마로 내놓다니 참 뻔뻔하다 해야할지...

    어사일럼사의 짝퉁영화를 보는 기분이겠군요.
  • Left 死 Dead 2012/07/23 12:23 # 답글

    왠지 포스터부터 쿵푸팬더 짝퉁이라고 광고하는 것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이건 그냥 망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쿵푸팬더 디스에는 성공한 것 같긴 하군요. 잘 만들어서 디스해도 상관없는걸 흑역사급 쓰레기를 만들어놔서 왠지 원작망신(?)을 시킨다는 게 문제지.
  • 잠뿌리 2012/07/23 16:52 # 답글

    DrKurse/ 어사일럼은 B급 영화 특유의 쌈마이한 재미라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것마저도 없지요 ㅎㅎ

    Left 死 Dead/ 이 작품을 보면 오히려 쿵푸 팬더가 너무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해줍니다.
  • 먹통XKim 2012/07/29 16:01 # 답글

    되려 쿵푸팬더 2는 중공에서 무려 9천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 2위(1위는 당근 미국) 대박이었습니다. 참고로 쿵푸팬더 1 세계 2위 흥행이 바로 한국인데 2편은 3위였죠. 그래도 한국 극장가 역사상 최대 관객 (506만 관객),

    그럼 요놈 한국관객은 전국 8만 2천명.그래도 5만명을 넘긴게 대단하네요 ㅡ ㅡ
  • 잠뿌리 2012/07/30 14:09 # 답글

    먹통XKim/ 쿵푸 팬더 같은 작품인 줄 알고 낚여서 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ㅎㅎ 그리고 사실 이 작품 본편 내용은 꽝이지만 홍보는 그럴 듯 했습니다. CM에서 육성으로 홍보한 게 인기 개그맨 정형돈인데 정말 맛깔나게 소개했지요.
  • 눈물의여뫙 2013/06/17 18:46 # 답글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929
    요것도 쿵푸팬더 짝퉁인거 같은데 혹시 보게 되시면 리뷰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 잠뿌리 2013/07/17 21:30 # 답글

    눈물의여뫙/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 리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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