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레퍼스 (Night Of The Lepus.1972) 괴수/야수/맹수 영화




1972년에 윌리엄 F. 클랙스톤 감독이 만든 괴수 영화.

내용은 산토끼의 수가 엄청 불어나서 처치 곤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 동물학자 로이 배넷이 산토끼에게 약품을 투입해 실험을 하던 중 그의 어린 딸 아만다 베넷이 토끼한테 그런 짓을 하면 싫다며 아버지 몰래 실험용 토끼를 일반 토끼우리에 집어넣어 풀어주었다가, 그 토끼에 의해 다른 산토끼들이 거대화되어 무리 단위로 몰려다니며 인간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의 토끼는 대형견 사이즈로 인간을 떼지어 습격해 잡아먹는 식인 토끼인데,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토끼로 바꾼 것이다.

극중 토끼들이 사람을 덮치는 건 건 물론이고 말무리를 습격해 잡아먹기도 하고, 들소가 토끼 무리를 보고 놀라서 달아나는 것 등을 보면 자연의 파워 밸런스가 완전 붕괴된 것이 실감난다.

토끼가 피 묻은 앞니를 내놓고 마치 사자처럼 으르렁거리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달아나며 집안에 꼭꼭 숨는데 토끼들이 쳐들어오는 등 나름대로 괴수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데 아무래도 70년대다 보니 특수효과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실제 토끼 무리를 미니어처 세트에 풀어 놓고 카메라로 찍었다. 그래서 토끼 무리가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장면은 거의 안 나온다. 아주 가끔 나오는 사람 공격 씬은 진짜 토끼가 아닌 인형 옷을 뒤집어 쓴 사람이다.

이 토끼 러쉬 필름도 하나의 씬을 여러 번 반복해서 쓴 곳도 있고, 필름 위에 필름을 덧씌우는 방법을 써서 짝퉁이라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도 있다.

토끼 무리의 러쉬는 거의 대부분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정말 느릿느릿하게 보여서 사실 그다지 위협도 되지 않는다.

웃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 나름 진지하게 만든 것으로, 본 작의 식인 토끼는 괴수 그 자체로 1975년작 테리 길리엄 감독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 나온 킬러 토끼 같은 개그적인 존재와는 길을 달리한다.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웃게 만들어 준다. 본 작의 등장인물들은 식인 토끼의 위협에 벌벌 떨면서 악착 같이 살아남으려고 발악하고, ‘식인 토끼가 습격해 와요! 모두 힘을 합쳐 싸웁시다!’이런 대사를 날리자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동참하는 모습까지 나온다. 보는 사람은 웃기지만 극중 인물들은 정말 진지하게 심각한 것이다.

습격의 장소가 시골 마을이라서 스케일이 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개 사단이 출동해 괴수 영화의 약속된 승리의 엔딩을 위해 토끼 무리를 몰살하는 대화력전은 잘 나왔다.

열차 선로에 전류를 흐르게 하고 멀리서 기관포, 화염 방사기를 갈기는데 디아블로 3에서 부두술사가 좀비 벽을 바닥에 깔고 불수제비와 독침 연사로 원거리 딜을 하는 것만 같았다.

괴수들은 몰살당하지만 에필로그 말미에 꼭 몇 마리 남아 있어서 아직 사건이 다 끝난 건 아니란 암시까지 나오는 건 괴수 영화의 뻔한 레파토리인 것 같다.

결론은 미묘. 시체들의 밤을 토끼 버전으로 바꾼 쌈마이 괴수 영화로 완성도나 촬영 수준이 정말 뒤떨어진다. 이런 작품이 어째서 그 유명한 MGM(메트로 골든윈 메이어)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참고로 MGM에서는 벤허, 007 시리즈,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 등등 수많은 명화를 배급한 곳이다)

하지만 식인 토끼의 대습격이란 유래 없는 소재가 나오니 경험상 한번쯤 볼만할 수도 있다.



덧글

  • 잠본이 2012/07/18 19:15 # 답글

    테즈카 오사무의 단편만화 '워빗'(were+rabbit)에서 저주에 걸려 괴물로 변하는 토끼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거기서는 한마리 뿐이었는데 여기선 떼로 몰려나오는군요. 컨셉 자체는 신선하니 제대로만 만들면 꽤 그럴싸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끼가 의외로 성깔있는 동물인지라...
  • 잠뿌리 2012/07/20 12:28 # 답글

    잠본이/ 토끼 성격이 썩 좋지는 않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7771082
6260
9591128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