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에 피터 웨버 감독이 만든 작품. 양들의 침묵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원작자 토마스 해리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며 미국, 프랑스, 영국 3국 합작이다.
내용은 한니발 렉터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휩쓸린 라트비아의 숲속 오두막집에서 부모를 여의고 어린 여동생 마샤와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독일군에게 발견되어 동생이 식용으로 살해당하고, 렉터 혼자 간신히 살아남아서 소련군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수용되었다가 파리에 사는 일본인 숙모 무라사키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프리퀼로 한니발 렉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라트니아 귀족 자제로 부모 형제를 전부 잃고 실어증에 걸리지만 미망인인 숙모에게 의지해 살면서 목소리를 되찾고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된 뒤.. 과거 자신의 여동생을 잡아먹은 독일군 잔당에게 복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한니발은 어쩐지 양들의 침묵 시리즈의 그 한니발과 동일 인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이 각색됐다. 단순히 젊은 한니발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한니발 배역을 맡은 가스파르 울리엘은 나름 호연을 보여주었지만 문제는 캐릭터와 설정 그 자체에 있다.
미망인 숙모는 일본인이고 공리가 배역을 맡았으며 한니발에게 사무라이 정신과 검도를 가르친다. 본작에서 한니발은 원작에서 입에 쓰인 구속구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사무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본도를 휘둘러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적장의 머리를 베어 그 수급을 취한다는 사무라이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아메리카 닌자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오리엔탈 판타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서 사무라이와 닌자 같은 건 예전부터 애용되어 온 소재이기는 한데 그게 한니발 렉터에게 적용이 되니 매우 어색하다. 일본이 배경이 아니고 프랑스에서 그러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본 작의 한니발은 기존의 이미지인 식인 의사, 연쇄 살인마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검은 옷을 입고 은밀하게 행동하며 검으로 상대를 찌르고 도륙하는 닌자처럼 나온다.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원수들을 찾아가 도륙하는 게 메인 스토리이다 보니 이전 작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거나 말로 농락해 죽이는 지적 살인 요소가 다 사라졌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양과 지식, 카리스마도 사라졌다.
인육에 집착한다는 것 이외에 이전 작의 한니발 렉터와 겹치거나 공유하는 게 전혀 없다. 그저 암울한 과거가 있고 복수에 미친 살인귀로 나올 뿐이다.
호러 영화의 악당보다는 슈퍼 히어로물에 나오는 퍼니셔, 스폰, 울버린처럼 과격한 다크 히어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원수를 무작정 찾아가 닥치고 돌격. 죽이고 또 죽이다가 결국 목적된 바를 이루는 전개라서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가 되어버렸다. 렉터가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호러도, 스릴러도 아니다.
무엇보다 렉터의 아이덴티티가 이질적이다. 본래 렉터는 선천적인 살인귀로 천재적인 지능과 악마와 같은 카리스마가 있지만, 여기 나오는 렉터는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동생의 사고로 인해 후천적인 살인귀가 되었다. 때문에 여기서 찾아오는 갭이 너무 커서 몹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렉터가 살인귀로 변모하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아니다. 극중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 각성해서 바로 복수 모드로 돌입하니 이건 뭐 저레벨 몬스터 한 마리 잡고 단번에 만랩 찍어서 보스 레이드 가는 것 같다.
히로인 무라사키는 그저 한니발에게 위험한 짓은 그만두라고 말리거나 인질로 잡혀 짐이 되는 역할 정도로만 나온다. 이전 작의 히로인인 클라리스 스탈링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극중 무라사카는 겐지 이야기 저자의 후손이란 설정도 가지고 있는데 렉터를 거두어 들였다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로 가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역키잡이다.
그런데 사실 이 러브 라인이 굉장히 애매하게 나온다. 일단 설정은 서로 사랑을 한다. 라지만, 극중 렉터는 사랑과 복수 사이에 갈등하지 않는다. 오로지 복수에 올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말려도 전혀 듣지 않는다. 상황이 그러니 막판에 렉터가 무라사키에게 고백을 하고 이별을 하는 장면이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타이틀만 한니발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지 정작 극중에 그 어디에도 우리가 아는 한니발 렉터는 없다. 이 시리즈 최악의 졸작이다. 한니발 렉터란 걸출한 캐릭터를 이렇게 망가트리다니, 나와서는 안 될 작품이 나와 버린 것 같다.
내용은 한니발 렉터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휩쓸린 라트비아의 숲속 오두막집에서 부모를 여의고 어린 여동생 마샤와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독일군에게 발견되어 동생이 식용으로 살해당하고, 렉터 혼자 간신히 살아남아서 소련군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수용되었다가 파리에 사는 일본인 숙모 무라사키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프리퀼로 한니발 렉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라트니아 귀족 자제로 부모 형제를 전부 잃고 실어증에 걸리지만 미망인인 숙모에게 의지해 살면서 목소리를 되찾고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된 뒤.. 과거 자신의 여동생을 잡아먹은 독일군 잔당에게 복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한니발은 어쩐지 양들의 침묵 시리즈의 그 한니발과 동일 인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이 각색됐다. 단순히 젊은 한니발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한니발 배역을 맡은 가스파르 울리엘은 나름 호연을 보여주었지만 문제는 캐릭터와 설정 그 자체에 있다.
미망인 숙모는 일본인이고 공리가 배역을 맡았으며 한니발에게 사무라이 정신과 검도를 가르친다. 본작에서 한니발은 원작에서 입에 쓰인 구속구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사무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본도를 휘둘러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적장의 머리를 베어 그 수급을 취한다는 사무라이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아메리카 닌자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오리엔탈 판타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서 사무라이와 닌자 같은 건 예전부터 애용되어 온 소재이기는 한데 그게 한니발 렉터에게 적용이 되니 매우 어색하다. 일본이 배경이 아니고 프랑스에서 그러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본 작의 한니발은 기존의 이미지인 식인 의사, 연쇄 살인마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검은 옷을 입고 은밀하게 행동하며 검으로 상대를 찌르고 도륙하는 닌자처럼 나온다.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원수들을 찾아가 도륙하는 게 메인 스토리이다 보니 이전 작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거나 말로 농락해 죽이는 지적 살인 요소가 다 사라졌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양과 지식, 카리스마도 사라졌다.
인육에 집착한다는 것 이외에 이전 작의 한니발 렉터와 겹치거나 공유하는 게 전혀 없다. 그저 암울한 과거가 있고 복수에 미친 살인귀로 나올 뿐이다.
호러 영화의 악당보다는 슈퍼 히어로물에 나오는 퍼니셔, 스폰, 울버린처럼 과격한 다크 히어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원수를 무작정 찾아가 닥치고 돌격. 죽이고 또 죽이다가 결국 목적된 바를 이루는 전개라서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가 되어버렸다. 렉터가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호러도, 스릴러도 아니다.
무엇보다 렉터의 아이덴티티가 이질적이다. 본래 렉터는 선천적인 살인귀로 천재적인 지능과 악마와 같은 카리스마가 있지만, 여기 나오는 렉터는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동생의 사고로 인해 후천적인 살인귀가 되었다. 때문에 여기서 찾아오는 갭이 너무 커서 몹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렉터가 살인귀로 변모하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아니다. 극중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 각성해서 바로 복수 모드로 돌입하니 이건 뭐 저레벨 몬스터 한 마리 잡고 단번에 만랩 찍어서 보스 레이드 가는 것 같다.
히로인 무라사키는 그저 한니발에게 위험한 짓은 그만두라고 말리거나 인질로 잡혀 짐이 되는 역할 정도로만 나온다. 이전 작의 히로인인 클라리스 스탈링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극중 무라사카는 겐지 이야기 저자의 후손이란 설정도 가지고 있는데 렉터를 거두어 들였다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로 가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역키잡이다.
그런데 사실 이 러브 라인이 굉장히 애매하게 나온다. 일단 설정은 서로 사랑을 한다. 라지만, 극중 렉터는 사랑과 복수 사이에 갈등하지 않는다. 오로지 복수에 올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말려도 전혀 듣지 않는다. 상황이 그러니 막판에 렉터가 무라사키에게 고백을 하고 이별을 하는 장면이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타이틀만 한니발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지 정작 극중에 그 어디에도 우리가 아는 한니발 렉터는 없다. 이 시리즈 최악의 졸작이다. 한니발 렉터란 걸출한 캐릭터를 이렇게 망가트리다니, 나와서는 안 될 작품이 나와 버린 것 같다.
덧글
문제는 갑툭튀한 일본인 숙모와 쟈포네스크틱한 설정들임. 사실 과거의 원수들을 찾아서 복수한다라는 플롯은 전형적이기도 하고 감독의 연출이 좀 미숙하기도 해서 B급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납득해줄 수 있겠는데 사무라이 갑옷과 카타나와 오니 가면이 나오면서 그냥 쌈마이가 되었음. 진짜 양들의 침묵의 렉터 가면씬을 연상시키는 오니 가면 착용씬은 그냥 '아 이거 진짜 입에서 험한말이 나오려는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임.
근데 이게 더 골때리는건 원작 소설도 이모양이라는거. 그나마 소설쪽이 아주 쪼금 더 볼만하긴 함.
시몬/ 네. 그런 설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알았는데 한니발 4부작 중 한 편이고 소설판 전부 토마스 해리스가 쓴 것이니 그 설정이 정식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생뚱맞은 다크 히어로가 됐지요.
mmst/ 일본도 휘두르는 거랑 오니 가면 쓸 때 진짜 욕나왔지. 생각해 보면 버팔로 빌의 나방 유충이 아시아산이고 레드 드래건의 이빨 요정이 일본에 가서 환생설 듣고 미치광이 된 거 보면 자포네스크 끼가 충만한데 한니발 라이징에선 그게 절정이지.
299/ 소설도 실망스러운 건 마찬가지군요.
먹통XKim/ 역시 그런 결과가 나왔군요. 충분히 실패할 만한 졸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