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U(2010) 2019년 일본 만화




2010년에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그린 작품. 국내에서는 2011년에 정식으로 발매됐고 상하편 두 권으로 완결됐다.

내용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해져 내려온 종말의 예언에 등장하는 초월적 존재가 손오공, 제천대성, 하누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거대한 원숭이신인데, 거기서 신외신에 의하여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나뉘어 정신은 수백 개로 나뉘어 인간의 몸을 빌어 살아가고 육체는 한없이 증식하여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면서 그런 사실을 미리 파악한 엑소시스트 칸티드 일행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수많은 종교와 전설, 신화를 믹스하여 종말론으로 연결시키는 오컬트 미스테리 드라마로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한다.

그런데 사실 제천대성 손오공이란 단어 하나만 보면 딱 연상되는 화려한 도술 배틀이라던가, 엄청난 액션 같은 걸 기대하면 좀 실망할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분위기나 스타일, 전개 방식은 판타지 액션물이 아니다. 인간을 완전 초월한 그런 능력은 없는 일행들이 현자와 유물을 찾아다니며 미스테리에 접근해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외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세계가 멸망당할 위기에 처했고 초대형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으며, 중세 유럽의 정복자 피가로가 현세에 부활하여 흑마술을 사용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는 등 배경 사건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반면 주인공 일행은 그 모든 사건에서 한 발 떨어져서 각 캐릭터의 대사와 설명을 통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대사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대사만 봐도 사건 진행을 알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극중 비중이 적고 활약도 미비하며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 보단 관전자 혹은 소설의 화자 역할만 충실하게 하기에 전개가 루즈하고 심심하다.

분명 배경 설정은 굉장하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설명만 나온다. 작중에서 위기에 처하고 이런 저런 고생을 하는 건 주역도, 조역도 아닌 단역과 엑스트라들이다.

주인공 일행은 생명의 위협 한 번 느껴보지 않고 언제나 무대의 안전선 안쪽에서 이런 저런 말만 하다가, 다소 뜬금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키 아이템이 되어 세계 종말을 맞는데 큰 역할을 하니 좀 당황스럽다.

냉정하게 말하면 코즈믹 호러 스케일을 가진 것 치고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완전 용두사미다.

결론은 미묘. 수많은 종교, 신화, 전설이 곧 하나로 귀결된다는 배경의 장대함은 멋지지만, 정작 본편 스토리 진행은 너무 심심해서 애매한 작품이다. 이런 스타일의 설정 짜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고가 될 만한데 내용 그 자체의 재미에 대해서는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 독자로서 어디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세계’와 ‘배경’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흥미진진하겠지만, ‘캐릭터’,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너무 심심할 것이다.

덧붙여 그림체는 이 작품 자체보다 더 큰 호불호가 갈리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성의 없어 보인다고 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우주적 신비가 담겨 있는 방대한 스케일이라 극찬한다. 개인적으로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 외형 묘사나 일부 디자인을 보면 날림 같고 특히 액션씬 같은 경우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사루의 증식으로 인해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휩싸이는 모든 장면들의 연출은 스케일이 압도적으로 커서 그 부분만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하다.



덧글

  • TokaNG 2012/06/07 22:32 # 답글

    오~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네요.
    기회가 되면 절판되기전에 꼭 사봐야겠습니다.

    이번달엔 책을 좀 많이 샀으니 당장 다음달에라도...
  • FlakGear 2012/06/08 11:37 # 답글

    고증과 배경에만 신경쓰면 극적요소에는 신경못쓰게 된다는 증명일까요.
  • 잠뿌리 2012/06/11 11:11 # 답글

    TokaNG/ 저는 건대 코믹 행사 때 일괄 주문하려고 했었는데 절판된 건지 품목에 없어서 홍대까지 가서 구입했지요 ㅎㅎ

    FlakGear/ 방대한 지식을 늘어 놓고 설명을 해주지만 정작 그것을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에 대해선 고민해 보지 않은 느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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