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족스(Robot Jox,1991) SF 영화




1991년에 스튜어트 고든 감독이 만든 SF 영화.

내용은 세계 3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시장 연맹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소련 연방이 세계를 둘로 나누어 지배하게 됐는데 과거처럼 전쟁을 벌이지 않고 대신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인간 파일럿이 조종하게 만들어 로봇 배틀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는 것으로, 이 로봇에 탑승하는 파일럿을 통칭 로보 족스라고 하며 두 나라의 탑 파일럿인 아킬레스와 알렉산더가 맞붙어 싸우는 이야기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CG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미니어처를 사용했으며, 거대 로보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속도감이 떨어지고 액션이 좀 허접해서 B급 무비 이상은 될 수 없다.

이 작품에 나온 로봇 액션의 육중하지만 느려 터진 속도감은 어느 것으로 비교할 수 있냐면, 로보캅에 나오는 악당 로봇 ED-209 두 대가 박터지게 싸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느릿하게 공방을 주고받는데 콕피트 안에 들어간 파일럿들만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 넘어지고 날아가며 피를 흘린다.

3차 대전의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가 황폐화되었다는 설정도 있긴 한데 배경이 너무 한정되어 있고, 관중들도 사실 초반부 이후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과연 이게 배경 설정대로 전세계를 양분한 두 세력의 운명을 건 결전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스토리는 유치해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잔인한 악당이 싸우는 아동용 로봇 액션물에 가깝고 목숨을 건 혈투 속에서 피어난 우정의 주먹 부딪치기 라스트 씬은 보는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소련에서 스파이를 보내 이쪽의 주요 인물도 살해하고, 알렉산더는 오프닝에서 미국 측의 로보 족스를 밟아 죽였는데도 그런 원한 관계를 전부 떠나 ‘우리는 친구!’이러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동 만화 같은 연출이었다.

하지만 거대 로봇의 대결이란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하게 다가온다. 로봇의 액션이 허접하긴 해도 발상 자체는 좋고, 로봇 자체의 스케일은 크며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액션이 나온다.

비록 배경 스케일은 작아 보이지만 로봇은 그와 반대로 스케일이 크게 나온다. 거대 로봇이 격납고에서부터 출격해 황야에서 싸우는데 인간이 한참 작게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로봇의 중량감이 느껴진다.

파일럿은 단 3+1명(1명은 오프닝에서 리타이어)이고 로봇은 단 두 대에 불과하지만 처음에는 인간형 기동병기로 나왔다가, 극후반부의 전투에서는 사족보행, 캐터펄트형으로 변신을 하고 우주까지 갔다 오는 등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준다.

무장도 레이저, 발칸포, 체인, 로켓 펀치, 고간에서 튀어 나오는 전기톱 등 종류가 다양하고 극후반부에 주인공 아킬레우스가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무기로 알렉산더의 로봇을 파괴하는 씬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캡콤의 벨트 스크롤 로봇 액션 게임인 아머드 워리어즈를 비롯해 후대의 로봇 액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본작에서는 마스터 슬레이브라는 명칭을 쓰는 모빌 트레이스 시스템이 나오는데 파일럿의 움직임에 따라 로봇도 움직이는 조종 방식을 말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 작품이 모빌 트레이스 시스템의 원조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건 70~80년대에 나온 한국, 일본 애니메이션인 로보트 태권 브이와 투장 다이모스에 이미 나온 시스템이다. (두 작품은 그래서 주인공 파일럿들이 각각 태권도, 공수도의 달인이다)

오히려 국가의 명운을 건 로봇 배틀이란 점에 있어서 기동무투전 G건담의 건담 배틀에 약간의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있다.

결론은 미묘. 호러 영화의 거장 스튜어트 고든이 호러 장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SF 영화를 만들었다가 흥행 실패로 인해 흑역사로 남은 작품이 됐지만, 거대 로봇 배틀이란 아이디어는 참 좋고 로봇이 주역으로 나오는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만약 이 작품이 22년이 지난 지금 현재 리부트 됐다면 실로 블록 버스터란 말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재탄생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파일럿 이름은 고대 역사의 영웅이나 신의 이름을 따왔다. 주인공은 아킬레스, 라이벌은 알렉산더. 히로인은 아테나. 오프닝에서 밟혀 죽은 로보 족스는 헤라클레스다. (이름만 보면 제일 강해야 하는데 나온 지 몇 분 만에 목숨을 구걸하다 죽는다)



덧글

  • 오오 2012/05/17 19:32 # 답글

    슬램덩크 마지막장면을 연상시키는 결말이 좀 황당했던 기억이 나는데...
    로봇 자체의 특수효과는 꽤 볼만했던 것 같아요.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로켓 펀치...는 금단의 기술...--;
  • 잠본이 2012/05/17 21:56 # 답글

    헤라클레스 지못미 OTL
    트랜스포머 만들 기술로 이거나 좀 리메이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00 2012/05/18 00:01 # 삭제 답글

    비디오 대여점에 무상배부되는 안내책자에서 얼핏 소개만 보고 만 기억이 난다
  • 블랙 2012/05/18 09:36 # 답글

    http://pennyway.net/726

    예전에 페니웨이 님이 리뷰해 주신바 있었죠.
  • 시몬 2012/05/20 03:14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론 참 재밌게 봤습니다. 기술력의 한계때문에 지금보면 답답해보이지만, 전 트랜스포머처럼 날렵하고 잽싼 로봇들보다 이런 느릿느릿하고 육중한 기체가 더 맘에 드네요.
  • 잠뿌리 2012/05/23 13:15 # 답글

    오오/ 로켓 펀치가 이 작품에선 완전 결전병기로 나오지요.

    잠본이/ 트랜스포머까지는 안 되더라도 리얼 스틸의 기술력만큼이라도 투자하면 굉장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랙/ 이 작품 리뷰도 은근히 많이 보이네요.

    시몬/ 느릿하고 육중한 게 무게감과 대형 스케일이 느껴져서 좋은 점도 있지요.
  • spawn 2012/06/03 12:29 # 삭제 답글

    페니웨이 님의 괴작열전에서 본 작품이군요. 이런 작품들은 보고 싶어도 찾기가 어렵더군요.
  • 잠뿌리 2012/06/03 17:17 # 답글

    spawn/ 실로 괴작에 걸맞는 작품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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