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형래와 광대들 (1990) 영구 무비




1990년에 임승수, 이상율, 임종호 감독이 만든 작품. 포졸 형래와 벌레 삼총사의 후속작이다. 심형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형래, 송이, 솔이가 장보고 돌아오던 길에 빈사 상태의 무사와 만났다가 일본의 첩자라는 유언을 들은 뒤, 최참판이 홍판서와 그 측근을 없애기 위해 중국의 오랑캐와 일본의 도술사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광대 삼총사와 힘을 합쳐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전작인 포졸 형래와 벌레 삼총사의 등장인물이 그대로 나온다. 보통 때는 바보, 하지만 변신하면 히어로가 되고 휘하에 형님이라 부르는 의동생 3명이 따르는 인물 관계도 동일하다.

하지만 전작의 형래는 백두건으로 변신하지만 이번 작의 형래는 그와 반대로 흑기사로 변한다. 그리고 벌레 삼총사도 이번 작에서는 도깨비 삼총사로 나왔다가 광대탈을 쓴 무사로 변신한다.

러닝 타임이 무려 150분이라 상당히 긴 편에 속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크게 2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형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로 최참판의 사주를 받은 오랑캐, 왜구와 싸우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혹부리 영감이 광대 삼총사의 도깨비 방망이를 훔치려고 하는 이야기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같은 배경, 시간을 공유하는데도 불구하고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쓸데없이 분량만 늘리는 역할만 했다. 타이틀대로라면 흑기사 파트가 메인 파트지 혹부리 영감은 서브 파트에 불과하고 굳이 그쪽 이야기가 없어도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전혀 하자가 없지만, 그런 것치고 약 1시간이 넘는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필름을 낭비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애초에 혹부리 영감이 훔치려는 도깨비 방망이가 극중에서 쓰이는 건 혹부리 영감을 혼내줄 때 한 번 나오고 끝이다. 그 이후로는 도깨비 방망이 쓰는 장면은 전혀 안 나오고 광대들도 무사로 변신해 칼을 사용하거나 권총, 바쥬카포 등의 중화기를 쓸 뿐이다.

흑기사 파트는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을 하는데 간신의 음모, 오랑캐, 왜구의 침략 등 메인 소재와 주제는 전작과 동일하다. 그래서 후속작이라고 해도 2편이란 느낌보다는 1편의 확장판. 혹은 리부트판 같은 느낌을 준다. 리부트는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자가복제다. 게임에 비유하면 화이트 버전과 블랙 버전으로 나눈 것 같다.

배경은 조선 시대인데 일부 현대 물건이 나오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광대들이 본래 정체가 도깨비라서 그렇다고는 해도, 권총, 바쥬카포를 무기로 쓰고 동굴집 안에서는 TV로 야구 중계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가 하면 동굴 밖에 설치한 CCTV로 감시까지 한다.

슈퍼 홍길동 시리즈에서는 홍길동이 타임 워프를 하기 때문에 과거에서 현대의 물건을 사용해도 이해가 갔는데 이 작품은 그런 묘사가 전혀 없어서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사실 가장 이해가 안 가고 황당한 건 흑기사의 디자인이다. 하필이면 스타워즈 최고의 악역인 다스 베이더의 디자인을 베껴서 이질감의 정점을 찍었다. 스타워즈를 모르고 보면 또 모를까, 스타워즈를 알고 보면 극중 형래가 흑기사로 변신해 다스베이더 투구를 쓴 채 에스퍼맨 목소리로 말할 때 정신이 아찔할 것이다.

전작의 백두건은 그래도 시대 배경에 어울렸는데 이번 작의 흑기사는 완전 에러. 시리즈 전통의 변신술 대사, 벤조~라는 말과 함께 변신을 하고 ‘레이저!’라는 시동어를 외치며 레이저를 쏘는데.. 정작 손에 들고 싸우는 무기는 광선검이 아니라 한국검이라 정말 당황스럽다.

권각술이 주를 이루는 액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또 주인공 형래 일행이 어떤 싸움이든 다 압승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도술사 일행에게 고전하는 전개는 파워 밸런스를 비교적 잘 맞춘 것 같다.

흑기사 파트 한정으로 메인 스토리 자체는 액션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결론은 평작. 혹부리 영감 파트로 쓸데없이 분량을 늘리긴 했지만, 흑기사 파트를 무난하게 진행한 건 그나마 좋게 봐줄 수 있다. 이 당시에 나온 아동 영화중에서 적지 않은 작품들이 주제와 목적을 상실하고 표류하기 때문에 기본을 지킨 것만으로도 평작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전작과 큰 차이점이 없는 기본 스타일의 복제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 초반에 광대들이 플레이한 비디오 게임은 컴파일의 자낙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드라이브 2개 달린 XT 컴퓨터 본체 위에 소형 TV를 올려놓고 게임기는 감춘 채 어딘가로 조이스틱만 연결해 플레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 전자 회사에서 협찬도 받지 못한 모양이다.



덧글

  • 티라노레인져 2015/04/28 22:49 # 답글

    형래 활극시리즈(?)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ㅎㅎ
    흑기사와 광대삼총사의 조합도 흥미로웠지만 대적하는 일본수행자 차림의 도술사들도 상당한 개성을 부여한것이 인상깊었습니다.기억나는 장면으로는 클라이막스 전투에서 광대들과 대적하는 도술사들이 삿갓을 벗고 기괴한 가면탈을 쓴 모습을 드러낼때네요.

    이와 함께 흘러나오는 섬찟한 bgm의 연출과 함께 광대삼총사들의 모습도 클로즈업되는데 묘한 대비감을 이루어주었죠.
  • 잠뿌리 2015/05/04 11:40 #

    그 가면탈을 쓴 게 광대들이라고 나오죠. (그래서 제목이 흑기사 형래와 광대들)
  • ㅋㅋㅋ 2017/01/03 13:23 # 삭제 답글

    난 어렸을때 추억이라 솔직히 이걸 가장 잼나게 봤어요 다양한 액션씬!
  • 이카루스 2017/01/18 21:15 # 삭제 답글

    여기 나오는 송이아씨 프로필좀 알수 있을까요 엔딩 크레딧도 없고 너무 예뻐서 궁금하네요
  • 잠뿌리 2017/01/19 22:27 #

    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오래된 영화고 아동 영화라 출현 배우 정보가 거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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