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킹(1980) 한국 애니메이션




1980년에 배영랑 감독이 만든 작품. 1977년에 고유성 화백이 ‘우등생’에 연재했던 동명의 SF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안드로메다 성운 저편 오리온 별의 여자 과학자 오스카가 지구의 위기를 감지하여 로보트 킹과 설계도를 지구의 유철, 호연, 깐돌이에게 전해주어 세 사람은 허 박사의 지휘 하에 비, 바람, 번개란 코드 네임을 가지고 로버트 킹을 조종하여 지구를 침략한 마왕 가네발과 도라도 박사를 물리치는 이야기다.

로보트 킹의 메카 디자인이 故 요코야마 미츠테루 원작으로 1967년에 나온 자이언트 로보에 등장한 적 기체 GR2와 디자인을 부분적으로 표절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GR2의 67년 원작 디자인을 보면 로보트 킹이 모티브를 얻어서 디자인된 것에 가깝다. 67년에 나온 원작 GR2와 92년에 OVA에 나온 GR2의 디자인은 엄청 다른 느낌이다.

그런 디자인의 표절 논란을 넘어서 명작으로 남을 수 있는 건 스케일이 큰 세계관에 박력이 넘치는 전개, 유머러스한 분위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 고유한 장점이 많아서 그런 것인데 이 애니메이션판에는 그런 점이 하나도 계승되지 않았다.

고유성 화백의 원작은 무려 13권 분량이지만 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단 한 편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원작과 다른 점이 많다. 홍보 포스터를 보면 원작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지만 실제로 본편에서는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이 완전 달라졌다.

본래 사이보그 소녀로 개성만점이었던 호연은 이 애니메이션판에서는 공기 히로인이 되어 버리고 진 히로인 자리를 외계인 소녀 위나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유철은 원작의 주인공 유탄인데 호연을 내버려 두고 위나와 연애질을 하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비중이 없고, 원작의 감초 캐릭터 고 박사의 대체 캐릭터로 등장한 깐돌이(이름이 깐돌이다)는 스카우터 역할과 야옹 믹서기 개발 이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사실 주인공 3인방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배신 크리로 주인공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위나와 근 미래 SF 시대에 쌍절곤을 휘두르며 광선총으로 무장한 적 병사들을 때려눕히는 일당백의 무용을 뽐낸 고 대장이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종래의 로봇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주역 기체의 활약이 미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태권 브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극중 로봇 배틀은 단 세 번 등장하는데 주역 기체인 로보트 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로켓 펀치, 손가락 미사일, 팔꿈치 미사일, 부메랑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고 적 기체 또한 그에 못지않은 다양한 무기, 기술을 사용할 정도로 항상 전투가 팽팽하게 진행된다. 그 때문에 유쾌, 상쾌, 통쾌의 3박자를 갖추지 못해서 흥미진진한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지는 못한 것 같다.

원작 만화에서 정말 강력하게 묘사된 로보트 킹이 여기서는 너무 비실비실하다.

로봇의 활약이나 싸움보다는 오히려 인간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러닝 타임의 대부분에 로봇보다 사람, 외계인의 스토리가 나온다. 극 후반부도 사실 라스트 배틀보다 사실 적기지 내부에 잠입하는 스토리가 더 비중이 높으니 왼손, 아니 로보트 킹은 그저 거들 뿐이다.

적기지를 폭발하는 최후의 공격도 로보트 킹이 아니라 주인공 3인방의 초능력 같은 것에 의한 것이라, 거기까지 보면 과연 이 작품이 로봇물인지, 아니면 에스퍼물인지 모르겠다.

결론은 평작. 당시 로봇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주역 기체가 꽤나 고전하는 설정과 인간 위주의 진행 등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평범한 작품이 됐다. 원작의 입장에서 보면 흑역사로 쳐야할 것 같다.



덧글

  • CARPEDIEM 2012/04/13 19:28 # 답글

    비! 바람! 번개!
    주제가는 활기차고 좋았는데 정작 본편 스토리는 어딘가 찜찜했던 기억이 나서 미묘하네요.
  • 애쉬 2012/04/13 19:42 # 답글

    원작 살해였군요;;;;

    예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수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악당들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
  • JOSH 2012/04/13 20:20 # 답글

    원작 말아먹은 면에서는 아주 쇼킹했죠.

    고박사(깐돌이?)의 대량생산로봇이 차라리 더 활약이 좋았던거 같다는 기억이 가물가물....
  • 잠본이 2012/04/13 20:36 # 답글

    지금 와서 보면 신나게 까대며 보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울끈불끈 근육과 엄숙한 눈매의 로봇킹에 익숙해져 있다가 통나무스런 팔다리에 왠지 졸린듯한 눈매의 GR2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 놀이왕 2012/04/13 21:12 # 답글

    http://goyusung.egloos.com
    고유성 작가님의 개인 이글루입니다... 반달가면 만화도 그렸더군요...
  • 오오 2012/04/13 22:00 # 답글

    원작에서는 완전 무적이었는데...여기서는 약체 로보트 킹...
    그리고 이거 거의 먹튀로 만든 거라 원작자이신 고유성님은 관여도 못하고 저작권료(--;)도 못받은 흑역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만화영화판의 주인공들은...달타니어스에서 모셔온 듯 하더군요.

    그래도 극장에서 할머니 손붙잡고 가서 본 기억이 납니다.
  • 블랙 2012/04/13 22:33 # 답글

    적 로봇 병사의 머리를 연필깍이(?)로 갈아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로보트킹 원작 만화에도 나오는 장면이더군요.
  • Nine One 2012/04/14 14:11 # 답글

    그런데 은근히 저 포스터... 진짜 GR-2를 따라했군요.

    원래 로보트 킹의 머리는 GR-2가 모델이 아니고 울트라 세븐입니다.

    저 머리에 달린 반달은 사실 "킹 슬렛쉬"라는 부매랑입니다. 때서 던질 수 있어요. 지저대작전 편에서 쓰는 장면이 나오고 그 뒤는 감감 무소식이죠.
  • 블랙 2012/04/15 09:27 #

    애니메이션에서는 최종보스를 저 반달 부메랑 던져서 죽였습니다.
  • 잠뿌리 2012/04/22 01:40 # 답글

    CARPEDIEM/ 사실 그 비, 바람, 번개의 삼총사 코드 네임도 원작과 전혀 다른 노선이긴 했지요 ㅎㅎ

    애쉬/ 원작 만화에서는 그래서 악당들도 매력적이지만, 이 애니메이션판에서는 그런 요소가 완전 사라져서 악당도 몰개성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JOSH/ 네. 깐돌이가 극중 대사로 자기 월급 다 털어서 만들었다는 야옹 믹서기의 활약이 훨씬 재미있었지요.

    잠본이/ GR-2의 초기 디자인은 철인 28호 초기 버전처럼 원통형 몸에 졸린 눈매를 가지고 있어서 확실히 근육 마초 바바리안 느낌 나는 로보트 킹과 대조적이지요.

    놀이왕/ 네. 이글루 사용하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른 만화도 포스팅하시더군요.

    오오/ 정말 흑역사 맞군요.

    블랙/ 그 야옹 믹서기의 활약이 유일하게 볼만했지요.

    Nine One/ 머리에 달린 반달 장식은 Gr-2 맞습니다. 울트라 세븐의 머리날은 방향이 다르지요. 이 애니메이션판에서도 반달 부메랑을 쓰는데, 자칫 잘못하면 사용자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설명이 나오는 결전 병기 같은 설명이 나오지요.
  • 랩퍼투혼 2018/10/08 11:43 # 답글

    이런 컨텐츠 삭제하지 말고

    세상에 공유하지

    안타깝다.

    훌룡한 것을 떠나서~ 성공한 것을 떠나서~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썩어가는 게

    통탄스럽구나!!!

    저런게 있는줄도 몰랐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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