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1992) 영구 무비




1992년에 전유성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외딴 시골 마을에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형래는, 어느날 아버지가 개똥을 밟고 미끄러져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게 되어 어머니의 유품인 여자 내복과 츄리닝 잠바, 바지를 입고 무작정 도시로 상경하여 고아원에 몸을 의탁했다가 복싱에 관심이 생겨 권투 도장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당시 심형래가 KBS에서 방영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인 유머 일번지에서 하던 꽁트 코너를 베이스로 해서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래서 일명 칙칙이라고 해서 입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소리를 내는 개그를 비롯해서 해당 코너에 나온 슬랩스틱 코미디가 많이 나온다.

극중 주인공 이름 자체가 심형래고 분장이나 액션이나 꽁트에 나온 그대로이기 때문에 사실 연기력이나 캐릭터 자체는 영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모자라지만 착한 바보 형이라는 캐릭터는 여전하고 시도 때도 없이 몸개그를 하거나 횡설수설하는 것도 똑같다.

다만, 그래도 영구와 다른 점도 분명히 있는데 그게 바로 복싱이다. 극중 영구는 문자 그대로 헝그리 복서로서 초중반에는 온갖 고생을 다하지만 후반부에서 체육관에서 쫓겨난 이후 고아원 아이들과 특훈을 해서 각성, 염원하던 프로 데뷔를 해서 상대 선수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리고 챔피언이 도전한다.

훈련을 하고, 체급을 맞추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등 복싱 영화다운 장면도 나온다. 물론 누가 영구 영화 아니랄까봐 그게 다 개그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복싱 경기는 형래가 주인공 보정을 받아서 다 이기긴 하지만 상대 선수 설정이 만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져서 재미있다.

빡빡이 선수는 실연당해 머리를 밀었는데 대머리를 이용해 빛나리 공격을 하고, 청동거인 선수는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간식으로 쇳조각을 먹다가 몸이 청동이 됐으며 황소 선수는 진짜 소처럼 밭을 간다. 오히려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왕손 선수가 개성이 떨어질 정도다.

영구가 강에서 수면을 내리꽂자 폭탄이 터지듯 물보라가 솟구쳐 오른다거나, 청동거인 선수가 바위를 맨 주먹으로 박살내는 등 과장된 액션이 나오는데 그건 수련 과정에만 나오지 실제 시합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 만약 그게 그대로 반영됐다면 이 작품의 제목은 칙칙이의 내일의 챰피온이 아니라 칙칙이의 세기말 구세주 전설이 됐을 것이다.

복싱 쪽 스토리는 그야말로 왕도적 전개를 따르고 있는데 히로인이 나오는 만큼, 이런 장르의 스포츠 액션물에서 흔히 따르는 전개인 ‘히로인을 납치해 협박, 승부를 조작하는 악당의 시도’가 어김없이 나온다.

주병진, 김미화, 최양락, 양종철, 김학래, 엄용수를 비롯해 다양한 개그맨이 총 동원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전부 다 단역이나 엑스트라에 가깝다. 심형래 이외에 다른 개그맨이 본 작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우겨 넣은 것이 아니라 작은 역할이지만 각자 맡은 일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코치, 해설자, 목욕탕 주인, 고아원 원장, 관객, 손님 등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온다.

결론은 추천작. 몇몇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한 장면과 연출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영구 영화 중에서 비교적 멀쩡한 수준이고, 스포츠 액션물의 왕도적 전개를 충실히 지켰기 때문에 나름대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개그맨 전유성의 감독 데뷔작이다.

덧붙여 확실히 이 작품의 계보를 이은 건 2007년에 나온 챔피언 마빡이 같다.



덧글

  • 잠본이 2012/03/18 15:05 # 답글

    중간에 영구가 배고파서 식당 유리창을 들여다보며 입맛 다시니까 그 안에 앉아서 밥먹던 손님이 재수없다고 저리가라고 막 손을 휘젓는 장면이 있는데 그 손님이 전유성씨라서 대박 웃겼었죠 >_<
    역시 전유성씨는 심각한 얼굴로 정색하고 개그하는게 제일 잘 어울리는...

    안타까운 건 원작 코너에서 코치역을 열연했던 임하룡 성님이 못나오신 것 정도일려나;;
  • 먹통XKim 2012/03/19 21:17 # 답글

    이거 망했답니다..오죽하면 전유성이 나중에 티브이에 나와서 개그맨들이 영화 감독 하는 것 이야기하자 저도 이 영화 만들고 한동안 고생했답니다..이러시더군요.
  • Boo君 2012/03/19 22:02 # 답글

    그당시 톱 개그맨이던 주병진씨가 제일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짧게 웃겼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극장에 보러 오라고 홍보용 책받침(!)을 뿌렸는데, 각 개그맨들이 무슨무슨 역으로 나오는지가 나와 있었는데 주병진에게는 "코미디계의 신사 주병진은 무슨 역일까요?" 라는 짧은 문장 하나.

    ...결과적으로는 주병진씨가 나오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네요.
  • 뷰너맨 2012/03/21 19:17 # 답글

    쩝..어린 시절에는 극장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작품 이였습니다. 호흡이 적절한게 가장 좋았지요.
  • 시몬 2012/03/22 02:30 # 삭제 답글

    제가 기억하는게 맞다면 윗글에 나온 청동거인이 주병진씨였던거 같은데.
  • 잠뿌리 2012/03/22 11:57 # 답글

    잠본이/ 그게 참 아쉽지요. 같은 코너에 나왔던 故 양종철도 출현했는데 임하룡만 나오지 못했지요.

    먹통XKim/ TV 토크쇼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Boo君/ 저는 카메오 출현 중에서는 김미화가 순악질 여사 컨셉의 목욕탕 주인으로 등장하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ㅎㅎ

    뷰너맨/ 아동물 중에서는 드물게 극장에서 볼 만했습니다.

    시몬/ 아닙니다. 엄용수, 김학래가 경기 해설자로 출현했는데 주병진은 해설자들 바로 뒤에 앉아있다가 해설자 사이를 파고들어 V사인을 그리는 장난스러운 관객역으로 출현했습니다^^;
  • 곧휴잠자리 2015/06/23 14:37 # 답글

    티비 개그프로의 극장판 격이네요.
  • 잠뿌리 2015/06/25 15:44 #

    아동 영화가 당시 인기 개그 프로의 코너를 영화하한 게 많습니다.
  • 랩퍼투혼 2018/10/08 11:37 # 답글

    영구형님 왜 까이는 캐릭터가 되신걸까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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