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2004) 2020년 전격 Z급 영화




2004년에 김두영 감독이 만든 작품. 총 제작비 30억에 한국 영화사상 최초의 한미 합작을 표방하고 있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헐리웃 액션 스타 스티브 시걸이 출현했다.

내용은 주인공 승현이 미국 LA 세계 태권도 챔피언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의 희생되어 우승을 놓치고 지하 격투장의 도박 시합에 가담해 방황하다가 1년 후 강력계 형사가 되어 딸 사랑이와 같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중, 황종철의 조직과 마찰을 빚는 바람에 형사 직을 그만두고 딸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그의 밑으로 들어가 지하 격투장에서 도박 시합을 다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승현은 연인인 민서가 사랑이를 낳다 죽은 줄 알고 있는데, 민서는 실은 살아 있었고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사랑이를 유사하고 승현은 실종됐다는 통보를 받아서 여검사로서 새 삶을 살게 되다는 막장 드라마틱한 설정이 메인이기 때문에 액션은 어디까지나 부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 승현 역을 맡은 배우인 이동준은 탤런트이면서 동시에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거머쥔 체육계의 엘리트였다. 그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태권도 홍보영화라면서 이 작품을 기획, 김두영 감독과 함께 제작했다.

극중 승현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태권도 챔피언이자 지하 격투가 출신에 딸사랑 아버지로 나오는데 근본이 탤런트이니 연기에 문제는 없지만 문제는 각본이다. 승현을 포함한 대부부의 등장인물이 너무 유치하고 낯 뜨거운 대사와 나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정말 보는 내내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극 후반부에 악당에게 하는 어설픈 영어 욕은 승현의 대사 중에서도 단연 최악이었다.

한국 호러 영화 ‘폰’에서 열연을 펼친 아역 배우 은서우가 승현의 딸 사랑이 역으로 출현했는데 극중에서 슬픈 감정에 복받쳐 올라 동산에 올라 클레멘타인을 부른다거나, 엄마와의 화해 이후 나는 캔디 주제가를 개사해서 부르는 등 80년대 영화에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작위적인 설정이 나온다.

감성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감성을 강요하고 있어서 과잉된 감정 연기와 유치한 대사가 안 좋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최악의 각본이 됐다.

최악의 각본에 화룡정점을 찍은 건 사실 스티브 시걸이다.

본 작에서 스티븐 시걸은 잭 밀러 역을 맡았다. 오프닝에서 미국 태권도 시합 때 나온 인물과 동일인인데 배우는 다르다. 오프닝에서 무명 배우가 나왔다가 극중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지하 격투장에서 재회할 때는 스티븐 시걸이 된 것이다.

스티븐 시걸은 본편에 나온 시간이 5분이 채 되지 않는데 승현과 사투를 벌이다가 패배한 뒤, 마지막에 병실로 찾아와 승현의 승리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태권도는 정신력의 무예다’라는 말을 듣고 동감한다면서 ‘고맙습니다’라는 한국말로 말하고 퇴장한다. 배역이 완전 달라진 말도 안 되는 각본에 주인공의 허세를 채워주기 위해 그 짧은 시간 등장한 것으로 총 제작비 30억 중 1/3인 12억의 출연료를 받아 챙긴 게 치명적인 문제다.

본래 100억 요구한 걸 12억으로 깎아서 지급했다고는 해도, 최후의 사투 때 승현한테 2라운드에서 두어 대 맞은 걸 빼면 3라운드 내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나중에 사랑이의 응원을 받고 다시 일어선 승현이 횟심의 돌려차기를 먹인 순간 뒷내용을 뚝 잘라먹어서 주인공한테 다운당하는 악당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데다가 직접 말하는 대사도 딱 다섯 마디라 정말 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 12억을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자기 몫을 제대로 한 건 개그맨 임혁필이다. 황종철 조직의 행동 대장으로 말끝마다 욕을 하기는 하지만 개그를 전담하고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 사실 개그맨이 조폭 역으로 출현한 것도 좀 의외의 캐스팅이라서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캐릭터를 떠나서 영화 자체로 봐도 퀄리티가 상당히 낮은데 우선 화면과 스토리 구성이 90년대 드라마필이라 전혀 영화 같지 않고 극중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인물 얼굴 클로즈업하는 촬영 기법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바로 그런 게 너무 TV 드라마 같다는 말이다.

사실 액션 연출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너무 드라마적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그 비중이 너무 적다. 때문에 액션 영화로서의 밸런스가 나빠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액션 영화 보러 극장을 찾았는데 유치한 대사가 난무하는 억지 감동 드라마가 계속 나오면 어느 누가 좋아할까?

명색이 태권도 홍보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액션이 부실하니 답이 안 나온다.

결론은 추천작(?) 과연 명불허전이란 말에 걸맞은 작품으로 복수혈전과 함께 한국 영화에 기록될 작품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작품으로 만약 30년 전에 나왔다면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70년대일 텐데 스티븐 시걸 대신 척 노리스를 섭외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 김보성이 우정 출현한다. 영화 본편에 적힌 캐스팅 배역으로는 ‘의리 출현’이라고 적혀 있고 약 1분 정도 나와서 개그를 하고 퇴장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보성이 1992년에 개그맨 이경규가 감독이 되어 만든 ‘복수혈전’에도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액션 영화들에 연이어 출현한 것은 뭔가 액이라도 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덧붙여 특별출현 배우로는 황법규 역에 남포동, 권형사 역에 권병준, 히로인 민서의 어머니인 강 원장 역에 전원주. 보육원장 역에 구천서가 나온다. 그리고 극중 승현이 조폭들의 지하 격투장에서 싸운 상대 중에서 실제 한국 프로 레슬러인 ‘노지심’ 선수와 ‘안재홍’ 선수가 나온다.

추가로 이 작품의 네이버 영화 평점이 높은 건 네티즌의 장난이며 관련 리뷰 역시 호평 일색인 건 고도의 낚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보다 거기 올라온 낚시 리뷰가 더 재밌다.



덧글

  • rock bogard 2011/11/04 11:07 # 답글

    막줄이 핵심인 듯......
  • 칼슈레이 2011/11/04 11:51 #

    공감합니다 ^^;;
  • 소혼 2011/11/04 12:50 # 답글

    극장에서 이 영화 예고편을 본 적이 있는데, 앞줄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이거 공포영화야?"이러시더군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습니다.
  • hansang 2011/11/04 15:41 # 답글

    어떤 의미론 전설이죠.
  • 블랙 2011/11/05 09:37 # 답글

    스티븐 시걸이 나중에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태권도발전기금으로 내놓았는데 이게 사실은 '클레멘타인'의 관객이 300만명(...)을 넘을 경우 받기로 했던 보너스를 내놓은 겁니다.

    결국 생색내기.
  • 먹통XKim 2011/11/05 22:25 # 답글

    청춘남미라는 책자를 보면 남미에서 탄 버스에서 스페인어로 더빙된 이 영화를 틀어주는데 사람들이 내리면서 스티븐 시걸 잠깐 나오던 그 괴상한 아시아 영화 뭐야?완전 쓰레기잖아? 욕하더랍니다

    이 책 쓴 지은이는 나 몰라라라라...
  • 잠뿌리 2011/11/10 04:05 # 답글

    rock bogard/ 그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ㅎㅎ

    소혼/ 영화 퀄리티가 호러블하지요.

    hansang/ 후대에 전설로 남을 작품이지요.

    블랙/ 그래도 시걸 횽아가 최소한의 양심은 있네요.

    먹통XKim/ 당사자한테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겠네요.
  • 잉파이터 2011/12/16 03:29 # 삭제 답글

    만약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다면...

    나는 이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다

    이 영화를 본 아인슈타인은 초신성과도 같은 뜨거운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실험실로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이 만든 상대성이론을 부정하려 할것이다.

    자신이 그 영화를 보기 전 으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현대물리학의 기초를 세운 그의 평생을 바친 연구를 뒤엎게 만든 영화

    클레멘타인..

    이 영화로 인하여 타임머신은 발명될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쓸수도 있었을 이 위대한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에

    또다시 눈에서 뜨거운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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