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충무공 이순신(1997) 한국 애니메이션




1997년에 변강문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내용은 조선 시대의 명장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후의 일을 일기로 기록한 난중일기를 각색한 것이다.

제목은 난중일기지만 정작 이순신 장군의 출현은 임진왜란 이후부터로 스토리 중반에 해당한다. 출현 후에도 원균의 모함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 때문에 전과 후의 빈 부분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가 나온다.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닌자를 침투시켜 거북선을 파괴하거나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과 이순신 장군하면 빠질 수 없는 원균과 김성일 등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탐관오리들로 인해 나라가 기울 때 이순신 장군이 출전해 학익진 전술과 거북선 투입 등으로 왜적을 물리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실제 난중일기에 나오지 않는 오리지날 캐릭터들의 존재로 닌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나대용이나 그와 마찬가지로 왜구에게 부모를 잃은 소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게 이순신 장군 등장 이후에는 이 두 사람이 완전 병풍 신세가 된다.

그런데 병풍 캐릭터인 것 치고 두 사람에게 할애한 분량이 적지 않아서 필름 낭비로 보일 정도다.

거기다 표지에 검을 들고 나온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면도 그것만 보면 뭔가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난중일기에 본편에서 등장하자마자 바로 죽는다. 1981년에 김성칠 감독이 만든 한국 애니메이션 ‘성웅 이순신과 그 아들 면’과 비교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등장시킨 거냐고!)

그리고 극중 오리지날 설정으로 이순신 장군의 옥에 있을 때 뜬금없이 도깨비 같은 존재가 튀어나와 현혹하거나, 어머니나 스님의 호통이 나오는 등등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함을 받아서 옥살이를 하니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왜 그런 식으로 표현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의 성장 과정을 그린 게 아니라 장년의 나이가 되어 장군이 된 뒤부터 등장하기에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묘사를 하지 않고 언급도 안 하는 관계로 그런 연출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혼란만 일으킨다.

그래도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독백하는 씬이나, 노량해전 직후 12척의 배 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독백하는 씬 등 난중일기 안에서도 강렬하 인상을 남겨주는 씬 등이 구현되어 있는 건 다행이다.

특히 12척의 배 독백 부분이 굉장히 비장미가 넘치는데 그 부분을 정말 신경 써서 잘 만들었다면 명장면이 되었을 거다. 문제는 독백만 비장미가 있지 그 뒤에 이어진 최후의 전투와 마무리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거북선의 경우, 이미 완성된 뒤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결전 병기로 아군을 구원하는 장면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만드는 과정의 드라마틱한 설정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캐릭터 각본이 너무 엉망이라서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크게 떨어트린다. 어째서 이 작품이 난중일기란 타이틀을 걸고 나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차라리 이 작품보다 KBS에서 방영한 TV 애니메이션인 ‘역사 만화 한국 위인전’에 나온 이순신 장군 에피소드가 훨씬 낫다.

결론은 평작. 타이틀에 맞게 이순신 장군의 비중을 높였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쟁 기념관의 후원과 해군의 추천사가 스텝 롤보다 먼저 올라온다.

덧붙여 전국 관객 1831명으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추가로 이 작품에는 오류가 좀 있는데 도입부에서 닌자들의 습격 이후 한양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가는 전령이 분명 처음엔 나대용이었는데 궁성에 도착한 뒤에는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어 있다.



덧글

  • 시그마 2011/11/02 22:25 # 답글

    저런 애니메이션도 있었군요.
  • 젠카 2011/11/03 03:10 # 답글

    여기 1831명 중 한명 있어요~
  • 블랙 2011/11/03 09:41 # 답글

    언젠가 MBC에서 방영한적 있었죠. 초반에 갑자기 닌자들의 습격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 먹통XKim 2011/11/03 23:35 # 답글

    그래도 그 해 해던 ㅡ ㅡ..임꺽정보단 낫습니다..진짜 이거 티브이로 보다가 도중에 틀어버렸어요

    1997년에 80년 초반 애니를 만들었어요..효과음과 막판 안녕 ~~글자까지!
  • 잠뿌리 2011/11/04 10:28 # 답글

    시그마/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이지요.

    젠카/ 역사의 산 증인이시군요.

    블랙/ 닌자들 나오는 비중이 너무 커서 좀 그랬습니다. 거기다 닌자들에게 너무 무력해서 나라 치안이 땅에 떨어진 느낌이지요 .

    먹통XKim/ 임꺽정 애니메이션도 관객 통계를 보면 이 작품과 대동소이하지요.
  • 원한의 거리 2011/12/31 15:35 # 삭제 답글

    여담이지만 나대용은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주인장께서 하신 리뷰에 묘사되는 모습과는 좀 다르지만, 이순신 휘하의 무관이었으며,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에서도 거북선을 타고 선두에서 왜선을 공격했던 돌격장으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또한 거북선을 건조할 당시의 책임자이기도 하였습니다.
  • 잠뿌리 2012/01/04 21:42 # 답글

    원한의 거리/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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