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 대전쟁 (1972) 한국 애니메이션




1972년에 용유수 감독이 만든 작품. 1965년에 일본에서 나온 괴수 영화 괴수 대전장과는 제목만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내용은 21세기에 핵보유국들이 ‘그라디오라스’라는 행성을 새로 발견하고 거기 내장된 엄청난 지하 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던 중, 에른스트가 이끄는 범죄 조직 ‘스펙터’에서 만든 로봇 괴수들의 방해를 받아 탐사 로켓이 불발되고 급기야 탐사를 중지하라는 경고와 함께 전 세계 각 도시에 괴수를 파견해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하인리히 박 박사가 알리 박사와 협력해 괴수를 물리칠 수 있는 슈퍼 자이안트를 연구 개발하는데 그 과정에서 에른스트의 부하 X-1이 박 박사의 아들을 납치해 연구를 무산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배경의 건축물을 꽤 신경 써서 묘사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건축물이 나온다. 그래서 괴수들이 나타나 도심을 파괴할 때 꽤 리얼하게 다가온다. 파괴 행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실제 존재하는 건물에서 난동을 부리는 게 리얼함의 포인트 같다.

파리는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한국은 숭례문과 남산 어린이 회관 등이 배경 건물로 나온다.

이 작품의 포스터나 홍보 문구를 보면 전 세계 도시를 파괴하는 괴수들에 맞선 슈퍼 자이안트의 대활약!이라고 하지만 사실 본편 내용을 보면 그건 그저 낚시에 불과하다.

분명 괴수가 잔뜩 나와 전 세계에서 난동을 부리긴 하지만 본 작품의 주된 내용은 괴수물이 아니라, 괴수 로봇을 만들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악의 조직과 그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중 슈퍼자이안트의 출현신은 사실 전체 러닝 타임을 통틀어 약 10분가량 밖에 안 된다. 즉, 인류 멸망 직전에 나타난 영웅의 대활약으로 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건 맞는데 그 분량은 너무나 짧다.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박 박사의 아들 꾀돌이지만 활약상을 보면 진 주인공은 김준교 수사관이다. 꾀돌이는 개그를 하거나 납치를 당하는 역할 정도로만 나오고 다른 인물들 역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 없이 우왕좌왕하는데 오직 김준교 수사관 혼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모든 걸 다 해결한다.

혼자 적진에 침투하고 위장 잠입에 변장까지하며 종극에 이르러 슈퍼 자이안트가 되어 괴수들을 몰살시키니 이쯤되면 정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따로 없다.

꾀돌이는 번개 아텀과 황금 철인 등 용유수 감독의 작품에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활약상이 적다.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꾀돌이 나오는 씬은, 꾀돌이가 선상에서 낚시를 하다가 톱 상어를 낚아 올렸는데 톱 상어가 빡쳐서 직립보행하고 양팔을 꺼내 자기 톱날 코를 뽑아다 검처럼 휘둘러 싸우는 장면이다.

결론은 평작. 국내에 선보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SF 괴수물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이지만, 용유수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독창성과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 나온 돈 욕심에 악당과 손 잡았다가 죽기 직전 개심하는 쿠트 박사의 외모는, 김청기 감독이 로보트 태권 브이를 만들 때 가프 박사의 외모로 따왔다. 또 쿠트 박사의 손녀 ‘마리’는 카프 박사의 로봇 딸 ‘메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것 치고 이 작품의 디자인은 결코 독창적이지 않다. 슈퍼 자이언트의 디자인은 1971년에 나온 일본의 특촬물 ‘미러맨’, 괴수들은 ‘울트라맨’, ‘고지라’에 나온 괴수들을 모방했다.



덧글

  • 잠본이 2011/09/18 01:36 # 답글

    X-1선생 얼굴은 왠지 우주전함 야마토2의 조더 대제 생각이 나던데 자세한 생김새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착각인지도 모르겠네요.
  • 잠뿌리 2011/09/22 10:04 # 답글

    잠본이/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데즈카 오사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느낌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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