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단의 비밀 (1978) 한국 애니메이션




1978년에 박승철 감독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 라디오 드라마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전자인간337, 마루치아라치에 이어서 삼도필름에서 제작한 세 번째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일제 시대 때 77단이란 곡마단에서 곡예사 일을 하던 상호, 순자 남매가 어느날 우연히 외삼촌을 만나 출생의 비밀을 듣고 함께 떠나려고 하지만 단장한테 붙잡히는데, 실은 77단이 곡마단으로 위장한 친일 세력의 본부로 정의의 흑두건이 나타나 그들을 물리치고 남매를 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산 히어로물로 평소 때는 착하지만 모자라서 동물한테까지 무시당하는 멍충이(이름이 멍충이)가 실은 정의의 영웅 흑두건으로 진고개에서 악한 일본인을 혼내준다는 설정이 메인이다.

하지만 사실 흑두건이 활약하는 건 클라이막스의 약 10여분 정도고 40분 넘는 전반부에서 중반부까지의 부분에서는 상호와 친구인 기호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흑두건이 주인공인 것 같지만 실제 주인공은 남매의 오빠인 상호이다. 77단의 비밀이란 것이 친일 세력이 독립군의 정보를 빼낸다는 설정인데 그런 것 치고 정작 이 작품 본편에서는 독립군이 거의 안 나온다.

77단의 비밀만 그런 것일 뿐이지 메인이 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상호, 순자 남매가 곡마단을 탈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변장도 하고 양동 작전도 써보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나름대로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동생 순자는 좀 답답할 정도로 붙잡히는 역할인 반면 상호와 기호는 명콤비가 되어 동생 구출 작전에 나서니 실로 주인공답다.

흑두건 같은 경우 태권도를 베이스로 한 격투 능력 이외에 다른 기술이나 무기는 없고 허리에 차고 있는 벨트에 칼이 꽂혀 있지만, 그걸 빼서 쓰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흑두건이 격투 계열의 히어로이다 보니 나오는 악당도 격투 계열이란 점이 이채롭다. 유파를 알 수 없는 악당 독사는 둘째치고 77단 소속의 중국인 왕호는 중국 18기의 고수라고 나온다.

만약 흑두건의 비중을 좀 높이고 주인공으로 포커스를 맞췄다면 마루치 아라치에 이어 두 번째 태권 히어로가 탄생됐을지도 모른다.

결론은 평작. 명색이 액션 시대물인데 정작 히어로인 흑두건의 활약은 적은 게 좀 아쉽다. 하지만 7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다수가 SF나 로봇물이란 점에 있어서 이 작품은 액션 시대물로서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참신한 작품이다. 또 영웅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는 아이들의 행동력과 기지를 보면 실로 아동물에 적합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 감상을 찾아보면 상호 남매를 돕는 소년을 ‘조’라고 해서 친미 성향을 반영한 미국 소년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조가 아니라 기호다. 엄연히 한국인 소년이고 아예 대사로 자신의 아버지가 상호 남매 외삼촌과 친하니, 상호 또한 자신의 친구라고 말한다.

덧붙여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인에 맞서는 한국형 히어로란 점에 있어 허영만 화백의 1974년작 각시탈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시탈은 1986년에 마지막 반공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배경이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북한으로 변하고 처참한 흥행 실패로 인해 역사 속에 사라졌다.



덧글

  • 잠본이 2011/09/07 23:29 # 답글

    각시탈 애니는 뜬금없이 행글라이더 타고 북한군에게 폭탄퍼붓는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나는군요;;;
    왜 괜히 반공물로 개조해서 망쳤을는지...
  • 잠뿌리 2011/09/10 16:01 # 답글

    잠본이/ 저도 기억이 납니다. 그것도 TV에서 방영한 걸 봤었지요. 1인 행글라이더 폭격은 컬쳐 쇼크였습니다.
  • 먹통XKim 2011/09/13 13:10 # 답글

    그래도 괴작인 로보트왕 썬샤크보단 볼만했지요;;;
  • 먹통XKim 2011/09/13 13:25 # 답글

    더불어 감독인 박승철은 이후로 괴작 애니들만 주구장창 만들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죠

    슈퍼 타이탄 15,슈퍼 마징가 3....표절 괴작 애니
  • 잠뿌리 2011/09/18 00:51 # 답글

    먹통XKim/ 로보트왕 선샤크는 80년대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의 종지부를 찍은 망작이지요. 슈퍼 타이탄 시리즈도 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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