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전설 테라 (1983) 한국 애니메이션




1983년에 홍상만 감독이 만든 작품. 타이틀에 쓰인 테라는 동명의 미터법 단위인 테라(Tera)가 아니라 라틴어로 ‘지구’를 의미하는 테라(Terra)다. 때문에 포스터의 Tera는 잘못 쓰인 것이다.

내용은 시리우스 별을 찾아 떠난 시리우스호가 사고를 당해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고 승무원 중 한태일만 유일하게 살아남아 냉동 캡슐에서 깨어났는데 알고 보니 불시착한 별이 환경이 완전 달라진 지구로 이형의 괴물과 유인원이 사는데, 환마 여왕과 환마 성주가 다스리는 반인반수의 녹색 인간이 지배하고 있어서 한태일이 유일한 생존자인 우아리, 우양양 남매와 파티를 맺어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1968년에 나온 프랭크 J.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을 완전 베꼈지만 환마 여왕, 환마 성주, 녹색 인간 등의 악당을 넣으면서 각색이 됐다.

주인공 한태일이 주변 상황 설명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부터 시작해 좀 작위적인 대사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의외로 괜찮다.

지구가 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확실하게 나오고 악당 역시 동기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 역시 납치된 아리를 구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꽤 짜임새가 있다.

생각 이상으로 고증도 잘 지켜서 녹색 인간 기병과 유인원이 싸울 때 몽둥이로 말의 머리를 후려쳐 낙마시킨다. 보병과 기병의 싸움 방식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주인공이 녹색 인간과 맞서 싸울 유일한 방법을 알게 된 이후, 반인반수의 녹색 인간을 타고 한손에 도끼창(헬버드가 아닌 도끼창)을 든 채 수많은 인파를 가르며 달려가는 간지나는 장면도 나온다.

인류 멸망 이후의 새로운 지구란 배경 자체가 암울한 만큼 본작품의 분위기도 아동물치고 꽤 어두운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과 차별화됐다. 바디 카운트도 아동물치고는 높은 편. 주인공 일행의 조력자가 무려 2명이나 리타이어한다. 거기다 이름 없는 우군인 유인원 무리와 환마 일당의 최후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몰살계다.

이 작품의 장르를 SF 스페이스 어드벤쳐라고 하는데 그런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본래 최종 보스가 되어야 할 환마 여왕의 활약이나 비중이 좀 낮다는 거. 물론 그 대신 환마 성주의 비중이 높아서 오른손 의수를 빼서 에너지파나 블레이드를 뽑아 쓰는 게 인상적이다.

한 가지 더 주인공 한태일은 별 다른 특수 능력도 없으면서 참 열심히 뛰고 구르고 싸우며 대활약하지만 정작 파티원인 우나리는 납치되고, 우양양은 전혀 도움이 안 되며 민페만 끼치는 잉여 캐릭터라서 몰입을 방해한다. 그 잉여보다 도움이 될 만한 캐릭터들이 초반과 중반에 사망 크리를 받고 리타이어하는 게 아쉽다.

본편에 나온 주인공 최강의 무기가 환마 성주의 의수란 점이 나름 충격적이다. 설정상 핵도 견디는 의수라고 하는데 모양새가 좀 안 나서 그렇지 배경이 되는 문명에선 최강의 무기가 맞다.

결론은 추천작. 줄거리 모방과 디자인 짜깁기 느낌이 좀 걸리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좋고 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희귀 장르의 작품이라서 한번쯤 볼만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대원 동화의 초기작이라 오프닝송이 없다.

덧붙여 이 작품에는 로봇도, 전함도 안 나온다. 거기도 내용도 어두우니 아동물이면서도 정작 아동한테 어필하기 어렵다.



덧글

  • 애쉬 2011/09/07 18:34 # 답글

    포스터의 레터링은 벤허로군요 ^-^
  • 잠본이 2011/09/07 23:32 # 답글

    박영남님의 소년 주인공(!) 연기가 인상적이었죠.
    중간에 주인공 도와주다가 리타이어하는 미개인 소녀가 더 호감이 가더만 헤로인은 하는것도 없고 T.T
  • 잠뿌리 2011/09/10 15:57 # 답글

    애쉬/ 그러고 보니 저것도 벤허 짝퉁이네요 ㅎㅎ

    잠본이/ 박영남님 하면 정말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지요. 우주 흑기사에서도 주인공 성우를 맡으셨고, 이 은하전설 테라에서는 처음에 진지한 목소리로 연기하다가 중간에 원숭이들의 왕이 된 직후에 날아라 슈퍼 보드에 나오는 미스터 손 특유의 웃음 소리를 내며 개그 연기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잡혀가서 아무 일도 안 한 잉여 히로인 우리보다는 주인공과 괜히 엮여서 수영하다 죽은 원시 소녀 캔디가 더 호감이 가긴 했지요. (이름이 캔디인데 모습은 원시 소녀란 게 웃음 포인트)
  • 시무언 2011/09/12 04:02 # 삭제 답글

    이런걸 보면 정말 한국 애니도 잘 할수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청소년용 정도로 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좀 더 추가해서 다시 제작해도 괜찮을것 같네요
  • 잠뿌리 2011/09/18 00:15 # 답글

    시무언/ 등급을 좀 높이고 유치한 내용을 싹 빼버리면 성인 대상으로 봐도 괜찮지요.
  • fanel 2012/03/26 20:12 # 삭제 답글

    저 유치원때.엄마가 이 비디오를 사주시고. 안보다가 . 국민학교 2학년때 친구들이랑 이거 보고 충격먹었던 만화네요 ㅠㅠㅠㅠㅠ 지금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내용이에요. 왜 아동용으로 만들었는지...ㅠㅠ
  • 잠뿌리 2012/03/29 13:06 # 답글

    fanel/ 이걸 어린 시절에 봤으면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과 공포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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