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2011) 2011년 개봉 영화




2011년에 김곡, 김선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백댄서 출신에 나이도 많아서 자신이 속한 아이돌 그룹 핑크 돌즈의 평균 나이를 깎아먹고 후배들한테도 무시당하는 리더 은주가 새로 옮긴 작업실에서 우연히 10년 전에 찍힌 비디오를 발견하는데, 거기 녹화되어 있는 노래인 ‘화이트’의 곡과 안무를 가져다 쓰자 빅히트를 치게 됐지만 메인 보컬이 되는 멤버가 차례대로 끔찍한 사고를 겪게 되고 화이트에 얽힌 저주가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폰서와의 어두운 관계, 백댄서 출신 노장 가수의 비애, 메인 보컬을 노리고 벌어지는 반목과 질투, 범람하기 때문에 쉽게 잊히는 아이돌 그룹의 생리, 노래 표절과 연예인 자살, 호러물을 방불케 하는 사생팬의 광기어린 팬덤 등등. 언뜻 보면 화려한 아이돌 가수의 어두운 그림자를 주요 소재 자체는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의 스토리와 전개 방식은 J호러의 아류로 변질된 K호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인가를 발견->저주의 시작->피해자 속출->실태를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저주를 해결한 것으로 착각->저주는 현재 진행형->결국 주인공도 리타이어. 벌써 햇수로 십수년 전에 나온 J호러의 일반적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한계다.

스토리 진행 방식이 여전히 J호러의 아류인 만큼 나오는 귀신의 묘사 역시 주온의 가야코, 링의 사다코의 그늘 아래 있다. 사다코 특유의 긴 머리로 한쪽 눈 가리고 다른 눈으로 내려보는 시선 구도가 어김없이 나오고 가야코처럼 각기 춤추며 덤벼드는 것 또한 자주 나온다.

그리고 저주의 실체를 파악하는 조사 과정에서 전문 용어가 많이 나와서 가수나 음악 관계자라면 쉽게 몰입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대중은 접근성이 나쁘다.

또 극중 캐릭터들이 무슨 말을 해도 대사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몰입을 방해했다. 하지만 대사 전달력에 문제가 있기는 하나 연기 자체는 신인 배우와 실제 아이돌 가수란 점을 고려할 때 그렇게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러닝 타임이 굉장히 길어서 100분이 넘어가기 때문에 다소 루즈한 진행도 문제가 있다. 링을 예로 들면 저주의 연쇄가 끝난 줄 알았다가 현재 진행형이란 걸 깨닫는 장면의 갭이 불과 몇 분이 안 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걸 무려 40분 넘게 늘려놨기에 사실상 전반부, 후반부의 2부 구성이 됐다. 그러니 늘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건 스파이더 워킹하며 각기춤 추는 화이트 원곡 주인 귀신이 아니라, 극중에 나오는 핑크 돌즈의 사생팬이다. 실제 아이돌 가수 연습생 메이다니가 배역을 맡은 신지의 리타이어 씬에서 나온 사생팬의 습격만큼은 대단했다.

뭐랄까, 완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같다고나 할까. 차라리 귀신이 아니라 사생팬이 등장하는 좀비물이나 스릴러를 찍었다면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정도로 호러블하게 나온다.

말이 씨가 되는 주인공의 최후만큼은 한순간이나마 J호러에서 완전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역대 한국 호러 영화의 히로인 중에 가장 처참한 최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결론은 평작. 소재는 흥미롭지만 진행과 연출이 J호러의 아류란 게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은주 역을 맡은 배우는 실제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함은정이고, 극중 은주가 속한 그룹 핑크 돌즈의 라이벌 그룹 퓨어는 애프터 스쿨이 배역을 맡았다.

덧붙여 이 작품에서는 표백제를 마시고 음독자살하여 오장육부가 녹아내린 것으로 나오는데, 그건 조금 과장된 표현이다. 물론 표백제는 사람이 마시면 독극물이 되지만 식도나 위를 손상시켜 인후염, 위염, 위궤양 등을 유발하고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즉석에서 장기가 녹아내리는 건 아니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인체에 유해한 독극물이라고 해도, 엄연히 빨래 같은 일상 생활에서 쓰는 물건인데 입에 들어갔다고 무슨 장기가 녹아내린다니 말이 안 된다. (그 정도면 진작 락스 제품이 다 위험물로 분류되서 폐기됐겠지)

사실 이러한 설정은 표백제보다 사상 최강 최악의 제초제로 한때 도시 괴담으로 번지기도 했던 그라목손을 베이스로 한 것 같다. 그라목손은 조금만 복용해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목초제로 그걸 마신 사람이 생애 마지막으로 쓴 글이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갔다고 해서 그 장면이 캡처되어 유포된 것이 괴담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라목손은 실제로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그라목손을 복용하면 장기가 녹아내려 산성 효과에 의해 죽는 게 아니라, 폐가 섬유화되어 폐손상에 의한 호흡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며, 즉석에서 즉사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 내로 사망하기 때문에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덧글

  • 애쉬 2011/08/28 13:31 # 답글

    락스회사에서 고소 크리 뜨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소재가 참 좋은데 좀 더 맛나게 조리했으면 싶어요
    팬들이나 멤버들이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사실
    엄한 귀신보단 이쪽을 더 강화했으면 독특한게 나오지 않았나싶어요
  • 잠뿌리 2011/08/29 09:37 # 답글

    애쉬/ 확실히 귀신보다 사생팬과 질투에 눈이 멀어 반목하는 멤버들이 더 무서운 소재였지요.
  • 빈곤와이트 2011/08/31 08:29 # 답글

    오히려 그렇기에 귀신보다 가수들을 더 강조한 것이 아닐까요?

    애초에 주제도 그렇거니와 귀신의 존재 자체보다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모습과 또 저주받은 장면을 더욱 강조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각각의 장면은 그리 독창적이라고 보이지는 않지만요.....

  • 잠뿌리 2011/09/01 15:36 # 답글

    빈곤와이트/ J호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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