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장 관우 (關雲長, The Lost Bladesman, 2011) 2011년 개봉 영화




2011년에 맥조휘, 장문강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유명 액션 배우인 견자단이 주인공 관우 역을 맡았다. 원제는 ‘관운장’이고 국내 개봉명은 삼국지: 명장 관우다.

내용은 하비성 전투 이후 포로의 신분으로 조조 밑에 들어간 관우가 백마성에서 안량을 베고 의형인 유비가 원소 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유비의 세 번째 부인인 기란을 호위하여 천리행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스토리의 골자는 관우천리행으로 오관참육장이 메인인데 의형인 유비와의 우애보다는, 유비의 세 번째 부인인 기란을 오랫동안 혼자 짝사랑해왔으며 형수인 걸 알면서도 그 연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비극적인 로맨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애초에 관우는 누른 대춧빛 얼굴에 봉황의 눈썹을 갖고 삼국 수염을 휘날리는 위풍당당한 모습에 8척 키의 기골이 장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신장 175cm의 견자단이 그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세상에 알려진 관우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게 당연한 것이며 실제로 영화상에 나오는 관우를 보면 그게 현실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관우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관우를 형상화했다고 보기보단 ‘견자단’의 관우인 것 같다.

관우 동상이나 삽화의 스탠드 포즈를 취하고 에필로그에서 관우 코스츔을 제대로 갖추고 나온 걸 빼면 그냥 오리지날 무장의 이야기인 것 같다.

애초에 이 작품의 제목은 관우지만 관우와 조조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며 의형제인 유비와 장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촉나라 사람은 회상씬과 자객을 가장한 전령, 유비의 부인들 이외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조조도 난세의 간웅이 아니라 소인배를 자처하는 대인배로 나오며 그 묘사나 비중에 있어선 사실 상 관우보다 더 주인공에 가깝다.

말이나 행동, 천하를 생각하는 마음만 보면 완전 성군이며 그가 모시는 한나라의 황제는 완전 찌질이고 유비와 손권은 전혀 나오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견자단이 관우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기대를 모은 것은 바로 액션 때문인데 트레일러는 멋지게 만들었지만 사실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게 끝이다.

정말 의외라고 할 정도로 이 작품의 액션씬은 비중이 낮은 편이며 대규모 전투는 초반부에 나온 백마성 전투 하나 뿐이다.

그 이후에는 관우 천리행에서 오관참육장이 나오는 관계로 대규모 전투씬이 전혀 안 나온다. 오관참육장에서도 한복, 맹탄과 싸울 때만 다수의 병사들이 나올 뿐. 그 외 다른 장수들과 싸울 때는 전투를 상당히 축약했고 특히 관우 천리행에서 가장 돋보이는 무기 유성추를 사용한 변희와의 전투는 싸우는 장면 자체를 줄였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친다.

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룡언월도 같은 경우도 중반부 일 대 일 싸움 때 뚝 부러지는 관계로 청룡도 위주의 싸움은 거의 하지 않으며 오히려 좀 생뚱맞다 싶은 맨손 전투가 많이 나온다.

나중에 가면 숲을 질주하며 노도 쓰고 쌍검을 들고 싸우는 등등 관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그런 액션이라도 좀 많이 나왔으면 볼만했겠지만 100분이 넘는 러닝 타임 중에 액션씬은 다 합쳐도 30분 정도 밖에 안 되고 라스트 배틀 또한 포스터에서 말한 홍보 문구인 비장한 전투란 말이 무색하게 그냥 숲속에서 황제가 복병 데리고 나와서 뎀비는 거 혼자서 쳐 바르다가 조조가 말려서 싸움 끝. 엔딩으로 직결되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시시하게 끝난다.

관우의 삶에 있어 최후이자 가장 비장한 전투인 맥성 전투를 단순히 관우가 손권한테 잡혀 디졌어요. 라는 나레이션으로 축약한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이 관우의 장수됨을 묘사하기 보단 늑대의 용맹과 양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로 상징하여 어지러운 천하에 연심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다운 모습을 묘사하기 때문에 액션 비중보단 비극적 로맨스의 비중을 높였으니 거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로맨스 부분도 관우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며 그 대상인 기란은 과거 한 때 유행어로 따지면 천하의 개 쌍시읏 뇬이기 때문에 아마도 극장에서 보던 사람 다수가 속으로 욕을 했을 거라 추정된다.

관우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타박하기 바쁘고, 관우의 본심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이용하려고 했으며 마지막엔 잊을 수 없는 선물까지 주기 때문에 정말 악랄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은 평작. 되도 않는 로맨스가 주를 이루어 여자 때문에 실컷 셔틀짓을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보답도 못 받는 지지리궁상인 모습은 충절과 신의의 관우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제목만 관운장이지 삼국지의 관우가 아닌 견자단의 관우다. 관우란 걸 떠나서 견자단 영화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겠지만 삼국지의 관우란 계속 떠올리면 보는 내내 괴리감에 빠질 것이다.

여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여자 때문에 유비에게 돌아가고, 여자 때문에 자기 목숨을 걸어 삼형제의 약속도 저버릴 뻔한 관우를 삼국지를 아는 당신은 납득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물론 특정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영화니 각색의 자유가 있으며 원작이나 인물사에 없던 로맨스를 첨가하는 것은 역사극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왜 하필 그게 ‘관우’냐고 묻고 싶다.

여담이지만 의외의 캐스팅이 백마성 전투에서 견자단의 관우에게 일합에 베인 안량 역을 맡은 배우가 전소호란 사실이다. 전소호가 강시 선생 시리즈에선 임 도사의 제자로 얼굴이 잘 알려졌지만 이후 이연걸의 태극권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등장했었는데 여기서도 그런 포지션이었다.




덧글

  • 진정한진리 2011/05/31 18:15 #

    중국에서 관우는 관신이라고 불릴 만큼 추양받는데 감독이 나중에 욕먹지 않았을까 걱정되네요(....)
  • 시무언 2011/06/01 09:50 # 삭제

    요재지이 보면 관우 욕했다가 꿈에서 주창에게 혼나는 내용이 나오는데 감독도 비슷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려나합니다(...) 그냥 수염만 길다고 다 관우가 아닌데 말이죠
  • 메리오트 2011/06/01 15:16 #

    아는 사람왈 자기가 본 삼국지 관련 영상물중 가장 재미없었다고 하더군요. 견자단은 꽤 좋아하지만 이건 결국 안보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 시몬 2011/06/01 23:34 # 삭제

    중국에서 관우는 관우라고 불리지 않고 관공, 관신, 관제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숭배되고 있죠. 견자단 꽤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때문에 욕이나 바가지로 처먹을까봐 걱정됩니다.
  • opiana 2011/06/01 23:53 # 삭제

    분명 작품으로서의 존중이 필요하지만 본토에서는 쓰레기보다 더한 쓰레기로 추앙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유비의 부인과의 짝사랑에서 이미 이 영화의 망조의 기운을 보고 만것 같네요.
    감독은 과연 무슨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걸까요?
  • 잠뿌리 2011/06/03 13:25 #

    진정한진리/ 우리 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할 때 민감한 것처럼 중국에서는 관우를 소재로 할 때 민감하죠. 그런 걸 감수하고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시무언/ 요재지이 현대판이 있었다면 감독이 주창한테 혼좀 났을 것 같습니다.

    메리오트/ 극장판 영화로 나왔던 삼국지 적벽대전이나 용의 부활보다 더 재미없는 건 사실입니다.

    시몬/ 삼국지 골수 팬과 관우의 팬층에는 욕을 먹을만하지만 의외로 평가는 좋은 모양입니다. IMDB 평점은 5.8로 간신히 턱걸이로 평균을 넘었지요.

    opiana/ 관우에 대한 재해석을 한 거겠지만 역시 왜 관우인가? 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삼국지 연의든 정사든 간에 명장들의 열전에 여자나 사랑이 끼어드는 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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