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권 서평




1993년에 와타나베 마사코가 고전 소설 금병매를 만화로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는 2011년에 AK커뮤니케이션에서 정식 발매했다.

금병매는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와 더불어 중국의 4대 기서로 알려진 작품이지만 수호지와 함께 민간의 풍속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다른 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다.

수호지와 같은 세계관, 배경, 인물을 공유하고 있어 무송 에피소드에서 떡장수 무대와 결혼한 반금련이 서문경과 바람이 나서 남편을 독살하고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 무송을 사형시키려 했다가 나중에 역으로 관광당해 죽임을 당하는 내용에 이야기를 보태어 하나의 작품으로 나온 것이다.

금병매의 제목은 반금련의 금, 이병화의 병, 춘매의 매 등등 주요 인물의 이름을 한 글자씩 떼어서 지은 것으로, 당대 제일의 호색한인 서문경과 그의 다섯 번째 부인 반금련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묘사는 사실 고대 중국의 미녀상과 에로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이 보면 그다지 눈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 전족과 작은 발은 아름답고 색스럽다고 묘사하지만 현대인한테 전족은 그저 기괴한 고대 풍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색기 넘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완전 18금 성인물은 또 아니고, 요즘 시대에 일본에서는 18금 성인 만화도 하나의 장르로 달마다 수십권씩 나오고 있으니 에로도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스토리는 몰입감이 있고 흥미롭다.

이 작품을 만화로 그린 작가가 와타나베 마사코란 시점에서 재미가 보장됐다.

와타나베 마사코는 1929년생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보고 만화가로 전업하여 1952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원로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 밖에 모르는 작가다.

와타나베 마사코의 대표작인 ‘유리의 성’과 ‘성 로잘린느’같은 작품을 보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두 작품 다 악녀가 메인인데 그 묘사가 매우 거칠고 자극적이면서 섬뜩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악녀 묘사에 있어서만큼은 와타나베 마사코가 본좌다. 나이가 들어서 본 성 로잘린느도 엄청 쇼킹했고 어렸을 때 보고 나서 한동안 공포에 시달려야 했던 유리의 성 역시 충격적이었다.

이 작품은 따로 원작이 있는 만큼 악녀본색은 아니지만 각색한 작가가 와타나베 마사코인 만큼 반금련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에로한 것 말고 다른 쪽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반금련의 질투와 악행으로 여러 사람이 죽고 다치는 과정에서 주살을 벌이기도 하고, 원귀가 되어 나타나 저주하는가 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반금련과 서문경이 둘 다 악당인데 일말의 동정의 여지가 없게 묘사를 하면서 한편으로 이 둘의 악행이 얼마나 계속 될까, 또 언제 이 년놈들이 천벌을 받을까 하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애초에 이 작품의 원작은 처음 나왔을 당시 에로한 걸로만 유명했던 게 아니다. 외설성 때문에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긴 했으나 명나라 시대 상위 계층과 관리의 추악함과 타락, 무뢰한의 폭력성 등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폭로한 사실적인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야설이 아닌 기서로 손꼽힌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부인데도 서로 속고 속이며 누가 천하의 색정 남녀 아니랄까봐 바람피고 거기서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전개가 속출하면서 일일 드라마마냥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메타픽션적 설정이다. 본 작품의 오리지날 설정으로, 이 작품의 내용은 금병매라는 소설이며 소설 밖의 작가 이야기가 따로 존재한다.

수도에서 공부를 하던 중 고향에서 탐관오리 엄세번에 의해 여동생은 자살, 아버지는 누명을 쓰고 참형을 당하고 어머니마저 충격으로 소경이 된 참사를 겪은 작가 왕세정이 복수를 위해 엄세번이 즐기는 음서를 직접 집필하여 금병매라 이름 짓는데, 엄세번이 책을 읽을 때 손가락에 침을 묻혀 넘기는 걸 알고 각 페이지에 비소를 발라 차츰차츰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 소설 밖 작가의 이야기와 소설 내용이 시너지 효과를 얻어 흥미로움을 배가시킨다.

결론은 추천작! 이 작품은 와타나베 마사코만이 그릴 수 있는 금병매였다.

국내에서 와타나베 마사코의 주요 작품은 죄다 해적판으로 밖에 안 나왔고 ‘엽기괴담 콜렉션’과 함께 이 작품이 유일하게 정식 발매됐다. 때문에 나왔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오타가 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소설 밖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왕세정과 엄세번의 이름 오타가 몇 군데 보인다. 같은 세자 돌림이고 앞글자가 ㅇ이 들어가서 그런지 유독 많이 오타가 났다.



덧글

  • 꼬꼬댁꼬꼬 2011/05/23 20:32 # 답글

    아 3권까지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아 쇼킹햇어요.
  • 꼬꼬댁꼬꼬 2011/05/23 20:33 #

    2011년 정발 ㅇ그럼 제가 읽은건 해적판이군요...
  • 잠본이 2011/05/23 21:12 # 답글

    호오 유리의 성 작가가 그린 금병매라니... 흥미로운 결합이군요.
    저는 금병매 하면 어릴때 모 경제신문에서 국내작가가 각색한 버전을 먼저 봐서 빼도 박도 못할 야설로밖에 기억나지 않는 부작용이 (어흑흑)
  • 엘러리퀸 2011/05/23 21:13 # 답글

    소설 밖 이야기는 모 추리소설이 생각나네요.(제목을 말하기엔.. 그게 반전 요소 중 하나라서..--;)
    여담이지만, 수호지 - 금병매 중복 지점(?)인 무대 - 반금련은 실존 인물이라고 하는 것을 신문에서 본 것 같습니다. 근데, 소설과 다르게 멀쩡한 금실이 좋은 부부라는데 이들과 원한이 있던 어떤 사람이 저 소설 설정과 같다는 악소문을 퍼트리고 그걸 작가가 채록해 쓰면서 저 이야기가 완성되었다고 하더군요.
  • 스타라쿠 2011/05/25 21:23 # 답글

    이거 재밌겠군요.
  • 잠뿌리 2011/05/28 11:48 # 답글

    꼬꼬댁꼬꼬/ 네. 이 작품은 옛날에 해적판으로 10권 넘게 나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AK에서 나온 게 정식 발매판이죠.

    잠본이/ 와타나베 마사코 각색 아니랄까봐 팜므파탈+괴기 돋는 연출이 일품입니다.

    엘러리퀸/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 악성 루머 같은 느낌이네요.

    사트라쿠/ 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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