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령 (女優靈, Dont Look Up.1996) 귀신/괴담/저주 영화




1996년에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어떤 촬영장에서 정신분열증에 얽힌 약간 공포스러운 스토리의 영화를 찍고 있던 감독과 스탭이 멀쩡히 상영되던 필름이 한번도 본적이 없는 다른 필름이 덧씌워져 녹화되어 있는 걸 보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됐는데, 그 필름이 실은 20년 전 그 촬영장에서 찍던 드라마 때 쓰인 필름으로 죽은 여배우의 혼령이 찍힌 뒤 신인 배우가 추락사하는 등 흉흉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나와서 꽤 화제가 됐었는데 여우령이란 제목을, 무슨 여우 귀신이라도 나오는 건지 알았지만 실제론 동물 여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여배우의 여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필름 속에 찍힌 20년 전의 TV 드라마가 주인공인 감독이 어린 시절 보고 공포를 느꼈던 방송으로, 마치 주인공이 귀신에 씌인 것 마냥 그 주변에 나타나며 긴장감을 주다가 막판에 주인공 앞에 완전한 실체를 드러내어 검은 이빨을 드러내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종극에 이르러 주인공을 오니가쿠시해버린다.

귀신의 실체가 보일 듯 말 듯 하면서 무슨 파워 게이지 모으는 것 마냥 조금씩 긴장감을 주고 마지막에 가서 게이지가 꽉 찼을 때 필살기를 날리듯 무서운 장면으로 뻥 터트리는 게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스타일이고 이것이 바로 후대에 나온 J호러의 기본 방정식이 되어버렸다.

이런 게 J호러의 매력이기 때문에 초반의 지루함이나 늘어짐은 견딜 수 있지만 문제는 필요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다.

본 작에 나온 여우령. 즉 여배우 유령은 20년 전에 찍던 TV 드라마에서 극중 등장 인물이 상상 속에 만들어낸 여자로 정신분열증에 의해 인격이 나뉘어 행동하게 됐는데, 당시 그 배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추락사를 당한 뒤 드라마 속 상상의 여자가 실제로 나타나 촬영장을 배회한다는 흉흉하 소문이 돌았고 당시 TV로 그걸 본 주인공이 깜놀해서 스튜디오 천장과 다락방을 무서워하며 그때 그 귀신을 보게 됐다. 라는 설정이 메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인공이 어째서 그런 걸 보게 됐는지, 또 그 여우령은 무슨 목적으로 나타난 건지. 왜 그 여우령에 의해 신인 배우가 추락사당했는지. 그런 게 일체 설명되지 않고 촬영 마지막날 주위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하여 촬영을 중단하자고 하는데 주인공 혼자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어’라며 촬영을 강행하는 것 또한 봐도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뭔가 주인공 혼자 알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은데 관객은 모르고, 그걸 알 수 있는 어떤 장치나 힌트도 없기에 불친절하다. 그 불친절함 또한 J호러의 특색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주인공 혼자 납득하고 무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걸 보고 있으면 답답한 느낌마저 든다. 링이나 주온처럼 저주받은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말리는 촬영을 끝까지 강행해서 그런 최후를 맞이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결론은 평작. 지금 보면 좀 평범하고 애매모호한 결말 때문에 허탈한 느낌도 들지만

여담이지만 이 작품을 링으로 유명해진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나가타 히데오 감독이 정식 데뷔작인 1985년에 나온 상자 안의 여자고, 1992년에 타카하시 히로시, 시오다 아키히코 감독과 함께 만든 3편의 옴니버스 영화 주사령이 훨씬 먼저 나왔다.

주사령에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만든 세 번째 에피소드인 ‘유령이 나오는 여관’이 영화 속 사다코 비쥬얼의 전신이었다면, 링 영화의 긴장감 고조 스타일은 이 여우령을 통해 확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덧붙여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은 훗날 여우령의 각본을 맡았다.



덧글

  • 키세츠 2011/05/03 09:41 # 답글

    J호러는 설명이 부족하다는데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그나마 가장 잘 이해되며 보았던 것이 검은 물 밑으로...
  • 마법시대 2011/05/03 10:40 # 답글

    관찰력이 부족하면 도데체 어디서 무서워해야될지 모를 영화였습니다.
    제 누나나 친구는 무서웠다던데... 저는... ㅜㅜ

    같이 보던 사람 : 저기 귀신 나왔다!
    관찰력 제로의 나 : 응? 어디?
  • BlackGear 2011/05/03 18:25 # 답글

    원래 탕하고 드러내는 귀신보다 묘하게 숨겨져 보이는 귀신이 더 무섭더군요.
  • 잠뿌리 2011/05/06 17:10 # 답글

    키세츠/ J호러의 불친절은 이제는 아예 전통이 됐지요.

    마법시대/ 확실히 화면에 집중하지 않으면 귀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긴 합니다.

    BlackGear/ 그런 게 J호러에서 주로 쓰이는 기법이고 무서운 요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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