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왕과 비호 동자 (1982) 한국 애니메이션




1982년에 한헌명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사학비권과 무림지보인 옥패를 노리고 찾아온 흑룡왕 일당에게 암기를 맞고 패한 백인대협은 아들 비호를 숲속에 숨기고 절벽에 떨어져 죽는데, 혼자 남겨진 비호가 야생 원숭이 성성이와 친하게 지나다가 숲속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백인대협의 친구인 소노사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그에게 무술을 배워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성룡의 취권이 국내에서 히트를 쳐서 쿵푸 영화 붐에 맞춰 제작됐다. 때문에 이 작품의 전신은 성룡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주인공 비호의 이름은 취권에서 성룡이 맡은 극중 배역이 ‘황비홍’에서 유래된 것이고, 비호의 외모는 성룡을 베이스로 하여 얼굴만 한국 만화적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복장과 머리 스타일은 똑같다.

또 비호의 스승인 소노사는 성룡의 취권에서 비홍의 스승인 소화자에서 따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취권에서 소화자가 비홍한테 취팔선을 가르치는 걸 이 작품에서는 소노사가 비호에게 취팔권을 가르치는데. 그게 분명 영화 취권을 베이스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영화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생긴 건 청년이라고 해도 나이는 어려서 음주를 하지 않으며 소노사 또한 술을 마시며 취권을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취팔권이라는 게 취권이 아닌 일반 권법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 작품에서 비호는 취팔권을 위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스승의 독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캐러 갔을 때 사금사한테 물려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원숭이 성성이가 뱀을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후권(원숭이권)’을 독학으로 익혀 싸운다.

그래서 아마도 취권을 베이스로 하면서 술이란 요소를 없애고 취권영화가 나온 같은 해 성룡이 주연한 또 다른 쿵푸 영화인 사형도수도 어레인지시킨 게 아닐까 싶다.

사형도수에서 성룡이 고양이가 뱀 때려잡는 거 보고 사권에 고양이 발톱 권법을 추가해 자신만의 무공을 만드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그렇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좀 많이 눈에 띄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따라잡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 비호의 외형적 성장이 너무 빠른 반면 성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괴리감이 느껴진다.

단 몇십분 전만 해도 어린 소년이 몇 분 만에 중학생이 되더니 또 몇 분이 지난 뒤에는 청년이 되어 있다.

또 뭔가 좀 스토리 진행에 구멍이 많이 보인다.

히로인인 소연이 머리를 다쳐서 그 약을 타러 약방에 갔다가 흑룡왕의 수하인 흑사마를 쓰러트리고 약은 안 챙기고 산으로 돌아간다거나, 사부인 소노사의 독을 치료하기 위해 천년석삼을 캐다가 뱀에 물려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 후권을 익혔는데 또 여분의 약초는 안 챙기고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어이, 약 챙겨가야지!’, ‘야 임마 스승한테 줄 약초는 어쩌구!’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초반에는 옷 멀쩡히 잘 입고 있던 비호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웃통을 까고 돌아다니며 동물들과 어느새 친해졌다는 설정도 좀 너무 급작스럽다.

라스트 배틀 이후 흑룡왕이 비호한테 발리고 있던 시점에 성성이가 숲속 동물들을 데리고 횃불을 들고 흑룡왕의 집을 불태우는 것도 너무 뜬금없다.

결과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고 허점이 많은 스토리 때문에 몰입이 잘 안 된다.

그렇다고 액션이 만족스러운 건 또 아니다.

홍콩 쿵푸 영화를 만화 영화로 어레인지시키면 얼마나 어색하게 보이는 지 잘 알려주고 있다. 실사 영화에서 느릿하지만 박력있는 대련을 만화로 보니 그렇게 어색해보일 수가 또 없다. 몸은 그냥 멈춰있는데 손만 움직여 투닥투닥거리기 때문이다.

그건 당시 애니메이션 기술력의 한계라서 그런 듯 싶다.

결론은 평작. 솔직히 재미와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당시 한국 만화 영화의 표절 대상이 일본 로봇물 뿐만이 아니라 홍콩 영화란 의외의 케이스라서 이런 작품도 있다는 걸 알아둘만 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극장 개봉한 뒤 4년 후에 현대 코믹스에서 코믹스화되어 나왔다.



덧글

  • 블랙 2011/04/25 09:25 # 답글

    '취팔권'이라고 하니까 이향원님의 '무당수 취팔권'이 생각났는데 그 만화도 아동 만화라 술 안마시는 취권이었죠.
  • CARPEDIEM 2011/04/25 19:01 # 답글

    산삼을 입에 꽂았더니 저절로 쭉쭉 줄어드는 장면이 기억나는군요...
  • 먹통XKim 2011/04/27 03:58 # 답글

    비디오를 소장중인데 한번 보고 말았습니다..
  • 잠뿌리 2011/04/27 10:27 # 답글

    블랙/ 술 빠진 취권은 앙꼬 없는 찐빵 같습니다.

    CARPEDIEM/ 씹지도 않고 꿀떡 삼켰지요.

    먹통XKim/ 그냥 한번은 볼만하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3595
4012
987958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