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큐라 백작(Count Dracula.1970)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70년에 제스 프랑코 감독이 만든 작품. 크리스토퍼 리가 드라큘라 역을 맡았지만 해머 필름에서 나온 게 아니라 타워 오브 런던에서 나왔다.

내용은 브람 스토커의 원작과 동일하다.

제스 프랑코 감독은 폭력과 섹스 요소가 들어간 저예산 영화를 많이 만들어 3류 영화의 제왕이란 칭호가 붙어 있고 포르노에 가까운 싸구려 흡혈귀 영화도 양산했는데, 그런 경력을 가진 것치고는 의외로 정통파 흡혈귀 영화를 만들어냈고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60~70년대 드라큘라의 아이콘인 크리스토퍼 리가 드라큘라 역, 전쟁과 평화로 잘 알려진 허버트 롬이 반 헬싱 역, 시대의 광인이란 칭호를 받은 클라우스 킨스키가 렌필드 역을 맡는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앞서 말했듯 줄거리가 원작과 동일하기 때문에 해머 필름의 드라큐라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하며, 후대에 이르러 프란시스 포드 코풀라 감독의 드라큐라가 연상되는 씬도 몇몇 나온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해머 필름의 초대 드라큐라는 수염이 없는 맨 얼굴이었는데. 사실 소설 원작에서는 후대에서 드라큐라의 삽화가 영화의 영향으로 그렇게 그려질 뿐, 실제로 본작에서는 콧수염을 기른 신사로 나온다. 거기다 처음에는 노인으로 등장했다가 흡혈을 한 다음 젊어진 것으로 나오는데 이건 이 작품과 코풀라 감독의 드라큐라에서 재현한 설정이다.

초반에 조나단이 마차를 타고 가다가 늑대 무리와 조우한 것이나, 이후 드라큘라의 성에 가서 잠들었다가 세 명의 여자 흡혈귀에게 습격당할 뻔 한 것 등등 원작의 재현도가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초반에 그럴 뿐. 중반 이후부터 약간 오리지날 설정을 집어넣으면서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드라큘라의 하수인인 렌필드에게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있다.

정신병동에 갇힌 렌필드의 출현씬이 드라큘라 백작만큼 많다. 배역을 맡은 게 시대의 광인이라 불릴 만큼 연기력이 출중한 클라우스 킨스키란 걸 감안하면 이해는 가지만 영화 자체를 놓고 보면 재미가 떨어지게 만든다.

제스 프랑코 감독 자체가 3류 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만큼 연출, 촬영 기술, 각본이 총체적 난국을 이루어 캐스팅이 호화로운 것과 대조적으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낮은 편이다.

연출 부분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 많은데. 특히 박쥐도 모형 박쥐를 넣을 짬이 안 되는지 창문 밖에서 모형 박쥐에 와이어를 매달아 움직이는 그림자만 자주 보여주고, 극후반부에 모리스 퀸시, 닥터 세워드가 드라큐라 성에 잠입했을 때 벽에 걸린 동물 박제의 얼굴을 줌업시키면서 짐승 울음소리를 넣는 건 대폭소였다. 그 부분이 왜 웃겼냐면 까마귀나 여우는 그렇다 치고 다람쥐, 타조. 심지어는 청새치 박제 머리를 클로즈업하며 짐승 울음소리를 넣고 등장인물들이 공포에 질려 아무 이유 없이 총질을 했기 때문이다.

촬영 기술은 인물의 정면 샷만 지나치게 많이 넣어서 만화로 치면 비교적 자신있는 구도의 그림만 잔뜩 집어넣어서 싸구려 느낌이 난다.

각본의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 렌필드의 비중을 높이 잡은 것도 문제긴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망가지기 시작할 때 보면 드라큘라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십자가나 성수, 햇빛 등 흡혈귀에 대한 룰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본 작품에서는 햇빛에 의한 약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십자가와 십자가 형상을 보고 드라큘라가 도주하긴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키 아이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흡혈귀가 된 루시를 처리할 때는 말뚝으로 박는데 비명조차 지르지 않아서 무미건조하고, 흡혈귀의 신부들을 처치할 때는 소리는 나오지만 몸부림 등의 리액션이 없어서 정말 허접하다.

드라큐라 백작의 최후도 뭔가 화끈하거나 섬뜩한 것도 아닌, 그냥 궤짝에 들어가 수레에 몸을 싣고 가다가 퀸시, 세워드에게 기습당해 궤짝에 불붙어 타죽는 걸로 끝나기 때문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저렴했다.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콧수염 기른 드라큘라와 흡혈로 인해 젊어지는 등의 원작 설정 재현과 드라큘라의 독백 대사량이 많아 크리스토퍼 리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것. 그리고 드라큘라가 루시의 피를 빨 때 흡혈씬을 디테일하게 찍은 점이다.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 시리즈에서는 드라큘라가 망토를 높이 치켜들고 상대를 포옹하면서 망토로 감싸 흡혈하기에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여기서는 드라큘라가 루시를 물 때 꽤 분위기 있게 잘 만들었다.

결론은 평작.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호화 캐스팅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스 프랑코가 감독을 맡은 이상 일류가 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여담이지만 사실 클라우스 킨스키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를 펼쳐 이름을 알린 건 이 작품 이후였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아귀레, 신의 분노는 1972년에 나왔다.



덧글

  • 시무언 2011/04/08 02:54 # 삭제 답글

    그러도보이 리 옹은 블라드 체페슈 역도 맡았었죠
  • 블랙 2011/04/08 07:15 # 답글

    브람 스토커의 원작이나 그걸 바탕으로한 코풀라 감독의 드라큐라 에서 드라큘라는 햇빛이 약점이 아니죠. 한밤중에 비하면 힘을 많이 발휘할수 없을뿐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나온다는걸 잊거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듯.
  • 잠뿌리 2011/04/12 13:35 # 답글

    시무언/ 드라큘라와 정말 뗄 수 없는 인연이지요.

    블랙/ 그러고 보니 코풀라 감독의 드라큐라에 그게 있었지요. 오래되서 잊어먹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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