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왕 (冒險王: King Of The Road.1995) 홍콩 영화




1995년에 정소동 감독이 만든 작품. 이연걸과 관지림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열반의 경지를 앞둔 석가세존이 삼장법사에게 은밀하게 전한 것으로 삼라만상의 진리가 담겨 있어 미래를 볼 수 있는 무아진경이 후세에 이르러 중국의 마지막 황제 시대 때 중국 침략을 목적으로 일본이 탈취하여 보관하고 있던 중, 모험왕이라 불린 위박사가 중국 정부의 론장군으로부터 밀명을 받아 경전을 되찾기 위해 나서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3개월 동인 중국 본토의 문화 유적지를 배경으로 삼아 거대한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고 홍콩판 인디아나존스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메타픽션적인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실 이 작품은 정통 모험물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현역 소설가 주시걸이 이혼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소설을 쓰는데. 거기에 주시걸의 후배들과 마누라까지 가세하면서 서로 돌아가며 모험왕 소설을 집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주시걸이 쓰다가 그가 자리를 비운 틈에 후배들이 집필하고, 후배들이 자리를 비우자 주시걸이 또 쓰고, 그가 안 쓰자 마누라인 모니카가 대신 쓰고 그러면서 각자 스타일에 맞게 특정 요소가 추가되고 수정되면서 모험왕의 이야기가 완성되어 간다.

이혼 위기에 직면한 주시걸이 집필할 때는 여자는 못 믿을 존재란 생각에 히로인이 악랄하게 나오고, 반면 모니카나 후배들이 집필할 때는 히로인이 착하게 나오는 등의 변화가 있어 이런 요소들이 자잘한 재미를 준다.

모험왕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삼국 시대의 목우유마를 황소 형상의 거대한 살인 병기로 등장시켜 불을 내뿜고 스파이크 캐터필터로 깔아뭉게거나, 선조 대대로 경전을 지켜 온 관동 제일방파 염방, 방랑무사 등등 설정은 으리으리하지만 그 표현은 좀 애매하다.

목우유마는 오프닝 씬에 한번 써먹고 말고, 염방과 방랑무사 설정은 간지와 좀 거리가 멀게 나온다. 신문사로 위장한 방파에 나무로 만든 바구니 같은 걸 머리에 쓰고 나와서 이게 어딜봐서 방랑 무사인지 모르겠다.

인디아나 존스가 인디와 나치의 대결 구도가 주를 이룬다면 이 작품은 모험왕과 일본의 대결 구도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마루타 생체 실험 설정이 나오는 건 그렇다 쳐도 난데 없이 닌자 부대가 나오거나 스모 선수가 벽을 뚫고 튀어나와 덤비는 걸 보면 좀 너무 판타지틱하게 간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이연걸이 등장한 만큼 화려한 무술 실력을 뽐내고 액션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발차기가 간지나며 모험왕이 아무래도 소설가가 쓴 소설이다 보니 주무기가 와이어 달린 발사형 펜촉인 것도 특이했고 우산과 조립형 다절편을 무기로 쓰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연걸 영화의 전매특허라면 역시 매 작품마다 특색있는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작비를 100억이나 쓰고 세트와 배경에도 돈을 팍팍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좀 작은 느낌을 주는 거다.

이연걸이 주문을 맡았고 때문에 모든 일을 무술로 해결하는데. 모험 영화와 무술 영화는 엄연히 달라서 무술. 즉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치와 기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요소가 없다.

떨어지고, 날아가고, 도망치고, 무너지고, 온갖 함정을 돌파하며 보물에 가까워지는 모험물 특유의 로망이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의 모험물적 요소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전도 찾는 과정이나 입수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되어 있어 정통 모험물로서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캐릭터와 스타일이 모험물에 맞지 않는다는 거라고나 할까. 인디아나 존스에서 인디가 채찍이 아니라 권각술을 펼쳐 나치들을 때려잡고 보물을 찾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에 가까운 모험물을 홍콩 영화로 찍는 게 가능한 배우는 성룡 뿐이며, 성룡의 용형호제 시리즈가 차라리 이 작품보다 더 인디아나 존스에 가까운 스타일의 모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결론은 추천작. 모험 영화로선 약간 어색하지만 모험왕 외적인 요소인 현실의 주시걸 스토리까지 더하면 그럭적저럭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모험왕 소설 속에선 이연걸의 제자, 소설 밖에선 후배로 나오는 조연 배역을 맡은 게 금성무다. 금성무는 1993년에 데뷔했기 때문에 경력이 얼마 안 돼서 이 작품에선 그냥 개그 담당 쩌리짱으로 나온다.

덧붙여 이 작품은 이연걸 영화인만큼 이연걸 영화의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극중 모험왕과 대립하는 일본인 역으로 나오는 게 이연걸의 정무문에서 후지테라오카 역으로 나온 주비리고 관지림은 이연걸의 대표작 황비홍 시리즈 전편에 걸쳐 히로인 소균 역으로 나왔으며, 이 작품이 나오기 이전에 찍은 작품인 태극권, 의천도룡기의 영향으로 극중 모험왕은 태극권까지 펼친다.



덧글

  • 떼시스 2011/03/06 16:53 # 답글

    주비리라고 하는 배우는 악역단골이더군요.
    홍콩판 게리 부시랄까...
  • 차원이동자 2011/03/07 10:16 # 답글

    아...이거 초딩때 참 재미나게 봤던기억이 납니다.
  • 먹통XKim 2011/03/07 21:59 # 답글

    군복무 당시 비디오로 봤고, 티브이로도 방영하여 보긴 봤는데 영 별로였어요.
  • 셀러리맨지옥 2011/03/07 22:48 # 삭제 답글

    2010년까지 저 소설가의 설정을 몰랐습니다.비디오테이프랑 tv판에서는 안나왔거든요
  • 뷰너맨 2011/03/10 09:40 # 답글

    아...이게 이랬었군요...전 그저 오락물로서 무난하게 본 작품 이였습니다..
    처음 보았을 땐 아무 생각도 없었던 탓도 있고(...)
  • 잠뿌리 2011/03/12 18:04 # 답글

    떼시스/ 주비리는 진짜 어지간해선 다 악역 배우로 나오지요.

    차원이동자/ 저는 이 작품이 한창 개봉했을 때 중딩 시절이었지요.

    먹통XKim/ 취향타는 영화이긴 합니다.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가 될 수 없었지요.

    셀러리맨지옥/ 사실 그 설정이 아주 중요한데 편집 과정에서 그걸 빼면 단팥 없는 찐빵이 되지요.

    뷰너맨/ 아무래도 모험이 주를 이루다 보니 그런 메타픽션 요소는 잘 눈에 띄지 않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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