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서평




우리집. 만화가 사이바라 리에코가 1997년에 집필하여 그 해에 제 43회 문예 춘추 만화상을 수상한신 작품. 국내에는 2011년인 올해, AK커뮤니케이션에서 나왔다. 본래 3권 짜리 만화지만 2003년에 3권 분량이 한권으로 묶여서 단권 발매한 걸 정식 발매한 것이다.

내용은 산과 바다 밖에 없는 어촌 마을 중에서도 맨 끝에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사는 배다른 남매, 잇타, 닛타, 카노코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작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일본 현지에서 상당히 인지도가 높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도 집필아혀 현존하는 일본 여류 만화가 중 톱 클래스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림체도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국내 케이블 채널에 방영한 바 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못말리는 삼공주'가 생각난다.

그만큼 그림체가 단순하고 아가자기하면서 귀엽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의 내용은 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생의 밑바닥 중 밑바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독하게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그 분야에 뛰어들어 인생 경험을 한 다음 집필을 해서 매우 리얼하면서도 적나라하게 가난에 찌든 현실을 그리는데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보통 이런 류의 장르에서는 등장 인물의 표정을 통해서 다양하고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 작품은 인물의 표정이 아니라 대사와 시선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작가가 본래 성인 지향 만화를 그리며 인기를 얻어서 그림체가 개그 만화 느낌이 나고 약간 성인 지향의 설정이 나오긴 하지만 보다 보면 마냥 웃긴 게 아니라 감정을 굉장히 절제하는 게 눈에 띈다.

아무리 절박하고, 비참한 상황이라고 해도 등장 인물은 거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을 흘린다고 해도 과하지 않게 절제해서 오히려 더 격한 감정을 전달시켜준다.

이 감정이 너무나 잘 전달이 되고 가슴에 와닿는 것은, 만화의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작품은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불행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마약, 매춘, 야쿠자, 도박 등 온갖 어두운 요소가 다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다들 행복해지고 싶어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어려운 현실을 살아간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거기서 찾아오는 리얼함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극중 인물의 감정을 절제하니 슬픔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서 몇 배는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집'이란 타이틀을 보면 투니버스에서도 방영한 바 있는 '아따맘마'가 생각나는데(이 작품의 원제는 '우리집'이다) 그 작품과는 완전 정 반대의 음울하고 슬픈 분위기의 만화다.

겉보기와 다르게 완전 최루성 만화로 진짜 완독하고 나면 눈물 콧물 쏙 빼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멘탈 공격에 굉장히 약해서 진짜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막막했다.

'또 콧물을 뚝뚝 흘렸다.' 직접 보면 공감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 극중 대사 한 마디로 다 큰 어른 눈에 눈물 콧물 쏙 빼게 할 정도인데. 단순한 말, 대사 한 마디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사 한 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도가 대단히 높다는 걸 의미하고, 그런 몰입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작가의 감성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도 이 작품은 사이바라 리에코이기에 그릴 수 있는 만화고, 사이바라 리에코 밖에 그릴 수 없는 만화인 것 같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결론은 추천작. 어째서 이 만화가 이렇게 늦게, 발매된 지 13년 만에 국내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그림에 대한 편견 없이 내용을 보면 진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담이지만 공공장소에서 보기는 좀 어려운 만화 같다. 감정이 아무리 메마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 책을 공공장소에서 보면 목이 막막해질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본 만화 중에 가장 최루성이 높은 만화라고 자부할 수 있다.

추가로 인터넷에 사이바라 리에코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네이버 웹툰 작가 '낢'과 닮은 골이 화제다 어쩐다 라고 그러는데.. 아마 그건 사이바라 리에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을 안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낢 이야기와 사이바라 리에코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누가 더 괜찮은지를 논하자는 게 아니고, 서로 지향하는 바가 극단적으로 다른데 닮은 꼴이 어쩌구 하는 게 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이 만화보고 눈물 콧물 질질 짜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이 작품은 2003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다. 물론 아쉽게도 국내에는 개봉하지 않았다.



덧글

  • Enze 2011/01/14 05:06 #

    그림체가 귀엽다기 보다는 무서운데.. 애들 눈동자가 없는것이 꼭 공포만화 같내요...
  • 키세츠 2011/01/14 09:01 #

    뿌리님 믿고 구매목록에 추가해보겠습니다. 독후감도 제출할게요.
  • Aprk-Zero 2011/01/14 19:16 #

    정말 슬플 것 같은 작품일 것 같습니다. 매춘, 야쿠자 등 어두운 요소가 있다고하니...
    궁금합니다...
  • 2011/01/14 19: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뷰너맨 2011/01/15 21:22 #

    ....이런 종류의 작품을 접하는 일은 그다지 없습니다만, 문득

    이향원 작가님의 "떠돌이 검둥이" 가 생각납니다.


    작품내에서 희망이나 기쁨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한 동물의 이야기지만, 웬지 참 힘든 건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게 그건가 하는게...여전하다는건 참(....)

    ...에효.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보더라도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심성과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심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건(....) 생각해보니 요즘 푹 쉬지도 못했군요...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살더라도 가끔은 쉬어야할텐데...
  • 잠뿌리 2011/01/15 21:58 #

    Enze/ 저런 단추구멍 눈은 주려 여성 작가의 가족 만화에 많이 나와서 익숙합니다. 못말리는 삼공주도 아이들이 저런 눈을 하고 나오지요.

    키세츠/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비공개/ 최근에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정일하고 원고가 겹쳐서 게임도 영화도 아무 것도 못하고 있지요. 주온 관련 부분은 수정해야겠네요.

    뷰너맨/ 검둥이 하니 다음 웹툰 흰둥이가 생가가네요.
  • 먹통XKim 2011/01/19 20:16 #

    아따맘마가 생각나지만 전혀 다르군요
  • 잠뿌리 2011/01/23 08:58 #

    먹통XKim/ 아따맘마의 가난 슬픔 버젼이라고 할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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