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큐라 (Blacula, 1972)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72년에 윌리엄 크레인 감독이 만든 영화. 흑인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흡혈귀가 흑인으로 나오며 세계 최초의 흑인 흡혈귀 영화다.

내용은 18세기에 루마니아에서 아프리카의 왕자 마누왈데가 루나와 결혼을 하여 트란실배니아 성에 찾아가 노예 해방을 요구했지만 드라큘라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흡혈을 당해 브라큘라가 되어 긴 잠에 빠져들었다가, 그가 잠든 관이 7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 안티크 업자에게 팔아 넘겨져 로스 엔젤레스로 옮겨진 뒤 잠에서 깨어나 생전의 아내 루나와 꼭 닮은 데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 작품은 70년대 흑인의 소울 문화와 루마니아의 흡혈귀 전설, 아니 정확히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큐라를 결합시켜 현대 배경의 흡혈귀물로 재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드라큘라와는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단순히 백인과 흑인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흡혈귀인 브라큘라는 뭔가 기존의 흡혈귀에 비해 조금 어설프다.

애초에 마누왈데가 흡혈을 당하는 과정도 명색이 드라큘라 백작이 사람 하나 제압하지 못하고 그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팔 다리 잡고 항아리로 뒤통수 후려서 스턴 상태에 빠트린 다음 백작님이 친히 피를 빨아주시는데 그 다음부터가 더 가관이다.

부활한 곳이 현대다 보니 택시에 치여 땅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하고, 현대 배경의 다른 흡혈귀처럼 저택이나 양옥집 등에 거주하는 것도 아니며 그냥 처음 관이 실려 온 물류 창고인 게 안습의 극치다. 왕족 출신인 것 치고는 진짜 저렴하고 빈곤한 흡혈귀다.

총에 맞아도 안 죽는다는 게 그저 대견스러울 뿐. 만약 총에 맞으면 죽는다는 설정까지 갖고 있었다면 이건 진짜 인간 극장 흡혈귀 버전이 됐을 것이다.

분노에 차 사람을 해칠 때 송곳니는 뒀다 뭐에 쓰는지 깍지 낀 양손으로 더블 엑스 핸들을 날리고, 주력 기술이 싸대기 날리기니 이게 과연 흡혈귀가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래도 브라큘라 배역을 맡은 윌리엄 마셜은 각본 상의 액션이 어색하긴 해도 연기 자체는 수준급이었고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목소리도 멋들어지게 낸다.

또 브라큘라의 최후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끝을 맺기 때문에 기존의 드라큘라에 비해 아련했다. 본 작의 명장면으로 손에 꼽을 만 했다.

괜찮았던 장면이 있다면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기존의 드라큘라 시리즈에서, 드라큘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키 아이템은 ‘거울’이었는데 이 작품은 20세기를 배경으로 했기에 브라큘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키 아이템을 ‘카메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배경이 70년대이다 보니 카메라도 엄청 구형이지만 나름 참신했다.

또 본 작품에서 유일하게 무서운 장면은 사실 브라큘라가 사람을 습격할 때가 아니라, 브라큘라에게 물린 사람이 흡혈귀로 부활해서 사람을 공격하는 씬으로, 그 중 특히 압권은 경찰서 내의 시체 안치소에서 여자 택시 운전사 와니타 존스가 벌떡 일어나 복도 맞은 편 끝에서부터 전화를 걸고 있던 검시관을 향해 복도 맞은 편 끝에서부터 달려오는 걸 정면에서 찍은 씬이 제법 오싹했다. 여기서 일어나는 씬을 창 가리개에 비춘 그림자로 표현한 게 아주 괜찮았다. (여기서 와니타 존스 역을 맡은 배우는 실제 재즈 가수인 캐티 레스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바로 배경 음악이다. 초중반까지는 호러 영화와 전혀 안 어울리는 밝고 유쾌한 펑키 음악이 장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음악의 분위기나 스타일은 흑인들의 소울 문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듣기에는 좋았지만 그 때문에 전혀 무섭지가 않아서 호러 영화란 걸 망각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 끝나기 약 30분 전부터 브라큘라에게 물린 희생자가 하나 둘씩 흡혈귀로 부활하기 시작하면서 각 잡고 만들어서 후반부는 호러 영화다웠다.

결론은 추천작. 뭔가 어설프고 낯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드라큘라 영화와 확실히 차별화된 흑인 드라큘라 영화로서 한번 쯤 볼만 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다음 해인 1973년에 속편인 흡혈귀 브라큐라의 부활(영제: 스크림 브라큐라 스크림)이 제작되었다.

덧붙여 이 작품은 흑인을 대상으로 한 컨셉 영화다 보니 출연자의 대다수가 흑인이고,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남녀 구분 없이 아프로 머리가 득실거린다. 친구랑 같이 보면서 아프로 하나. 아프로 둘. 이렇게 아프로 머리가 몇 인지 세어보기 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추가로 이 작품에서 드라큘라와 그의 전생의 연인이 현세에 부활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는 설정은, 드라큘라를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그린 프란시스 코풀라 감독의 드라큘라보다 무려 20년이나 앞섰다.

또 이 작품은 흑인 드라큘라 영화란 점에 있어서 처음 나왔을 당시 비평가로부터 무시당했지만 그렇기에 컬트영화로서 잘 알려져 있고, 소위 블랙 무비라는 흑인 영화중에선 상등급에 속한다.

이 작품은 1972년에 열린 세턴 어워드에서 베스트 호러 필름 상을 수상했다.

끝으로 이 작품 이후로 흑인 드라큘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1995년에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만들고 에디 머피가 주연을 맡은 뱀파이어 인 브루클린 때가 됐다.




덧글

  • 시그마 2010/11/26 20:08 # 답글

    저런 영화도 있었군요.
  • 참지네 2010/11/28 01:41 # 답글

    브라큐라는 공포관련 책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만........ 상상한 모습하고는 딴판이군요.
    글로 볼때는 멋들어진 신사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표지 모양새에서는 좌절.
    하지만 그래도 추억이니........
  • 놀이왕 2010/11/28 14:48 # 답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스크린4를 만들고 있는데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 뷰너맨 2010/11/29 22:02 # 답글

    (...) 표지가 참...

    ..게다가 아프로 드라큐라라니..아프로라니...푸훕!!!

    영화 내용이 개그는..아니겠지만, 어쩐지 개그로만 봐지는 것이 좀;;;;

    아...뭔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봄니다.기회가 되면 제대로 봐서 평가를 내려야 겠습니다.'ㅅ'
  • 잠뿌리 2010/11/30 22:42 # 답글

    시그마/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지요.

    참지네/ 그래도 연극 배우 출신이라 목소리 억양은 참 멋집니다.

    놀이왕/ 스크림 4 또 나오나 보네요.

    뷰너맨/ 아프로가 득실거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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