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갑자기 (1981)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81년에 고영남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생물학계의 권위자이자 나비를 연구하는 강유진이 희귀종 나비를 채집하여 집에 돌아오는데 그때 찍은 사진의 필름 속에 이상한 목각인형이 찍혀 있었고 그걸 본 유진의 아내 선희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다가, 어느날 유진이 지방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하녀로 데리고 온 무당의 딸 미옥이 어머니의 유품이라며 목각인형을 가지고 온 걸 보고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흔히 한국 공포 영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는데. 총 러닝 타임 1시간 40여분으로, 솔직히 전반부에서 중반부까지 해당하는 1시간 때까지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선희가 남편과 미옥의 사이를 의심하면서 의부증을 갖고 목각인형의 존재와 약물 복용으로 인한 환각 증상이 겹치면서, 미옥이 하는 모든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며 히스테릭을 부리기 때문에 사실 그 분위기나 스타일이 정통 호러는 아니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같은 스릴러 풍이었다.

집안의 안주인과 새로 온 하녀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봐도 하녀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작품의 미옥은 무녀의 딸로 옛날식 표현으론 덜렁이, 일본식 표현으로 치면 도짓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도는 결코 나쁜 게 아닌데 희선이 과민반응하면서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녀가 개봉한 시기에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에로한 씬이 많이 들어가 있어 세미 누드, 가슴 노출, 떡씬 등등 18금 장면이 속출하여 지금 다시 봐도 온 가족이 모여볼 수 없는 선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노출이 많은 게 무당의 딸이자 하녀로 들어온 미옥으로, 이기선이 배역을 맡았는데 나이도 젊고 몸매도 좋다는 설정에 충실하게 나와서 희선의 의부증을 자극하는 역을 잘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호러물로 변하는 것은 희선이 의심과 환각을 이기지 못하고 광녀로 각성한 때부터 시작한다.

집안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함정을 만들어 놓고 미옥을 추락시킨 이후, 남편과 딸이 집을 비우고 희선 혼자 폭풍우 치는 날 밤의 집안에 혼자 남은 부분부터 몰입감과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목각인형과 죽은 미옥의 환영에 시달리면서 호러도도 급상승한다.

사실 이 작품에 나오는 목각인형은 설정 상 미옥의 어머니가 무당이라 용두산 신령이 깃든 인형이라곤 하는데 생긴 게 하얀 옷을 입고 하얀 칠을 한 처녀 귀신의 형상 같다. 은근히 한국보단 일본풍으로 설녀나 귀녀 스타일에 가까웠다.

작품 전반부와 중반부에 걸쳐 이 인형이 등장할 때는 인간 사이즈로 나타나도 얼굴 생김세 자체는 인형 그대로라 그다지 무섭지 않았었다.

그런데 미옥이 추락사한 후 환영으로 다시 나올 때 목각인형과 똑같은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재등장하여 희선을 괴롭히기 때문에 그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인형보다 인형 분장한 사람이 더 무서운 거였고, 또 기본적으로 인형이 생긴 것도 무서운데 손에는 쓰르라미 울적에나 나올 법한 작두를 들고 있기에 작두를 치켜 든 채 깔깔거리며 웃으며 쫓아오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희선이 집에 혼자 남을 때 밖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미옥의 환영이 작두로 창문을 깨고 쫓아오고 희선이 몇 번이고 반격을 날려도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깔깔거리며 덤벼든다.

전개 상 미옥이 미쳐서 환영을 보는 것이니 그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끝나기 20분 전부터 시작되는 희선의 나홀로 집에는 엄청 기합이 들어가 있다. 이 20분만 따로 놓고 봐도 한국 영화 공포물의 고전으로 손에 꼽힐 만 하다고 생각한다. 단 20분의 영상으로 당시까지 한국 영화에선 아무도 상상할 수 없고 시도하지 못한 걸 집어넣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이 작품에서 절정의 연기를 선보인 것은 배우 김영애로 의부증을 앓고 환영에 시달리다가 끝내 미쳐버리는 희선 역을 맡았다. 극 후반부의 광기 어린 연기가 상당히 뛰어났고, 으스스한 결말을 장식한 마지막 씬의 연기도 절정을 이루었다.

파극은 이미 예고됐지만 라스트 씬은 지금 봐도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한 번 보며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결론은 추천작. 한국의 호러 영화를 논하기 위해서 꼭 봐야할 정도의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초중반까지의 전개가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비슷하다고 해서 개봉 당시 시대에 저평가 받았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만약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나왔으면 희선 역의 김영애가 연기상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글

  • akii 2010/10/16 15:35 # 답글

    81년 작품이면 상당히 고전이군요. 그나저나 '의부증' 아닌가요?
  • 이요 2010/10/16 18:18 # 답글

    저 이거 어릴 때 TV에서 봤는데, 아직도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김영애 정말 소름 돋을 정도였죠.
  • 키세츠 2010/10/16 21:59 # 답글

    오... 한번 구해보아야 겠네요.
  • 2010/10/17 21: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0/10/18 18:28 # 답글

    akii/ 아, 의부증 맞습니다. 잘못썼네요.

    이요/ 라스트 씬이 진짜 레알 소름돋지요.

    키세츠/ 강추할 만한 작품입니다.

    사부로/ 한국 영화 문화 진흥원 회원 가입을 하면 계절이나 특정 시즌에 고전 한국 영화를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인터넷 방영을 합니다. 예를 들어 괴수 특집 주간에는 불가사리와 용가리, 이조괴담 등이 상영되었지요. 달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다르니 시즌을 잘 타야 합니다.
  • 아셰드 2010/10/19 16:13 # 답글

    다만 고영남 감독이 이후로 영화들이 영...아니라서 묻혀졌죠..지금은 고인이 되셨더군요
  • 잠뿌리 2010/10/23 18:16 # 답글

    아셰드/ 이후의 작품이 영 아니라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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