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의 방정식 PC98 게임









1996년에 아보가드 파워즈에서 발매한 게임. 자사의 인기 게임인 흑의 단장의 속편이다. 제작 노트에는 심리학과 양자론을 모티브로 한 스즈자키 탐정 사무소 파일 제 2탄을 표방하고 있다. (제 1탄이 흑의 단장이다)

내용은 전작인 흑의 단장으로부터 1개월 후 원 정신과 의사인 쿠사나기와 탐정 스즈자키가 새로 구입한 빌딩에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한솥밥을 먹고 살게 됐는데, 3년 전 스즈자키가 기억상실 및 다중인격 장애로 정신 의료 센터에 수용됐을 때 쿠사나기가 환자와 의사로 만날 무렵 벌어진 사건이 3년 후인 현재 다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같은 탐정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 스즈자키와 쿠사나기, 두 인물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데. 스토리 비중 상으로 주인공은 스즈자키지만, 플레이어가 감정을 이입하는 캐릭터는 오히려 개별 일러스트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쿠사나기에 가깝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건 스즈자키인데 앞서 말했듯 주인공 포지션이라 본 작에 나오는 이벤트의 약 80%를 할애 받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쿠사나기 쪽이 병풍 신세다.

쿠사나기 시점으로 진행을 하다가 수수께끼를 앞두고 고민하면서 의문을 던질 때, 스즈자키 시점으로 전환되어 거침없이 해결하니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스토리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려준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추리할 요소가 적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꽤 재미있는 편이다.

3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사건이 진행되는 관계로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없다.

스토리가 일직선으로 진행되는데 선택지에 따라 분기가 갈리는 게 중간에 있고, 그 분기의 조건이라는 게 누구랑 뿅뿅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국 메인 스토리는 한줄기라 어떤 루트를 타고 오든 다 이어지기 때문에 분기의 중요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냥 자기 취향에 맞는 캐릭터와 뿅뿅하는 정도의 의미로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게임 자체가 H씬이 들어가든 말든 상관없는 분위기의 미스테리 탐정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H씬이 들어간 것 자체가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고 분위기에 안 맞는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H씬의 밀도나 강도가 낮은 편은 아니라서 마냥 뺄 수도 없는 묘한 구석이 있다.

초중반까지는 나름 미스테리 추리물로 잘 나가지만 결말 부분이 너무 시시해서 맥 빠지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러브 크래프트 신화에 나오는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소재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엔딩에 나오는 편지 씬은 딥 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소재료지 주재료는 심리학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러브 크래프트 신화의 분위기가 풍기는 것은 아니다.

엔딩 이후 마치 영화의 보너스 트랙처럼 스텝롤이 다 올라간 다음에 나오는 숨은 에필로그 씬이 있다.

뭔가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여운을 주는 엔딩과 달리 에필로그는 매번 거사를 치르기 직전에 뭔가의 방해로 실패하던 쿠사나기와 아키가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고 나름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꼽자면 오컬트 계 잡지인 유그드라실의 전속 라이터 타키사와 요코다. 트러블 메이커이긴 하지만 반대로 또 큰 활약을 하니 없어선 안 될 주요 인물이다.

시스템 인터페이스는 좀 불편한 편으로 일단 키보드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메시지 스킵도 불가능하며 세이브와 로드는 대화가 다 끝난 다음 캐릭터 개별 일러스트가 나온 상태에서 화면이 정지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개별 일러스트가 나온 상태에서는 동급생의 그것처럼 포인트로 클릭하여 대화를 하거나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추리 어드벤쳐란 장르인 것 치고는 조사의 비중이 낮고 대화만 해도 스토리의 절반 이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스토리 진행 중 컴퓨터를 조사할 때 미니 게임 몇 가지를 할 수 있는데. 일단 찾아놓기만 하면 본편에서 플레이하지 않아도 게임이 끝난 뒤 오마케 모드에서 느긋하게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전작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고조가 떨어지는 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고 실로 어드벤쳐란 장르에 걸맞는 재밌는 게임이었다.

여담이지만 스즈자키 탐정 사무소 파일 제 3탄인 인공실락원은 나온다는 말만 무성하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덧붙여 본 작의 후반부에 나오는 작은 어촌의 기묘한 신앙인 데이후 신사에서 숭배하는 완즈님이란 건 러브 크래프트 신화의 데이곤을 일본 토착 신앙으로 어레인지한 설정인데 AK커뮤니케이션에서 번역 출간한 도해도감 크툴후 신화에서 해당 설정이 수록되어 있으며, 참고 문헌란에 게임 항목에 흑의 단장과 ES의 방정식이 쓰여 있다.

추가로 전작 흑의 단장은 세가 세턴용으로 이식된 바 있지만 후속작인 이 ES의 방정식은 PC9801용으로 처음 나오고 그 다음에는 윈도우 95용으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덧글

  • 헬몬트 2010/08/26 22:40 # 답글

    96년 치곤 작화가 좋군요
  • 메리오트 2010/08/27 06:03 # 답글

    일러스트가 꽤 괜찮군요. 은근히 보면 H씬이 있다는게 오히려 방해가 되는 에로게들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무려 인스머스의 그림자(...)
  • 뷰너맨 2010/08/31 21:55 # 답글

    ...하지만, 일본어를 이해할줄 모르면...

    ...가끔 생각나는 일입니다만, 과거엔 번역은 불가능해~ 라는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은 참 별의 별 번역프로그램이 태어난 상황이지만, 그래도 역시 일본어를 제대로 알아두게 된거랑은 역시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하아.


    전작 흑의 단장 세턴판 그림과 음악은 참 좋았는데 말예요.
  • 잠뿌리 2010/09/01 14:29 # 답글

    헬몬트/ 손에 꼽힐 마한 90년대 일러스트지요.

    메리오트/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일본 고대 신앙으로 어레인지 했습니다.

    뷰너맨/ 전 번역기의 힘을 빌려 게임을 하고 있지요.
  • 이탈리아 종마 2012/04/24 11:48 # 답글

    아키가 아니라 노조미 아닌가요?
  • 잠뿌리 2012/04/30 11:57 # 답글

    이탈리아 종마/ 번역기로는 아키라고 뜨는데 원어가 노조미라면 번역 오류일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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