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최초로 구입한 컴퓨터는 내 기억이 맞다면 8비트 컴퓨터인 X2였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난 너무 어려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기에 8비트 컴퓨터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또 3.5인치 디스켓 게임은커녕 베이직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한 채 재믹스 팩이나 꽂아서 MSX 게임을 즐겨야 했다.
그러다 어느날 X2가 사라지고 16비트 컴퓨터가 집에 들어왔다.
IBM-PC인데 컴퓨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양이 아마 16비트에 모니터는 허큘리스/CGA 지원. 5.25인치 드라이브가 두 개 달린 컴퓨터였다.
사실 PC 키드로서의 게임 라이프는 그 16비트 XT 컴퓨터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비트 컴퓨터 시절에는 OS는 무조건 MS-DOS를 사용했고 유틸리티는 V3와 PCTOOLS 정도만 썼던 기억이 난다.
이 당시엔 사실 도스로 부팅만 해도 다른 프로그램을 다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도스만 잘 구하면 장땡이었다.
도스는 XT 시절에 2.0~3.0 도스를 썼던 기억이 난다.
PCTOOL 같은 경우는 당시에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던 유틸리티였지만, 사실 그때 막상 사용할 때는 카피할 때만 썼었다.
카피를 할 때 ... 이 쩜 표시가 한 카 한 칸 채워지다가 끝까지 다 채워져야 복사 완료인데, 한 칸 남겨 놓고 에러가 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였기 때문에 항상 가슴을 졸였었다.
플로피 디스켓은 당시 기억으로 에러가 잘 났고, 하드와 달리 디스켓 넣는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었던 관계로, 디스켓을 넣으면 틱틱 하는 읽는 소리가 나오고, 드라이브의 램프에 녹색 불이 켜지면서 전기가 들어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었다.
게임을 하다가 불시에 디스켓을 뽑거나, 디스켓에 에러가 있으면 거친 소리가 울리다 에러 메시지가 나오거나, 아니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단지 드라이브에 불만 들어오고 회로 돌아가는 전기 소리만 들리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하드 지원 용량이 10~20메가 밖에 안 됐는데 그마저도 아주 고가의 레어템이기 때문에 나 같은 서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때 당시 즐겼던 게임은 EA에서 나온 [죽음의 스키], 브로드 번드의 [페르시아의 왕자], 타이투스의 [선사시대(고인돌], 그 외 [남북전쟁] 등이 있다.
게임을 닥치는 데로 긁어모아 100여장이 넘는 5.25인치 디스켓을 종이 상자에 담아서 보관했었다.
생일 선물로 5.25인치 공디스켓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용량을 다 합쳐도 지금 현재 시대에선 고화질 사진 서너 장 용량 밖에 안 되겠지만 그때는 참 그게 좋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PC 게임을 구하서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평일 날에는 학교 친구들 집을 순회하면서 서로 게임을 카피하거나, 혹은 매주 토요일마다 개방하는 컴퓨터 학원에 친구 따라 놀러가서 새로운 게임을 얻는가 하면 용돈을 모아 컴퓨터 가게에 가서 게임을 구해서 했다.
그 당시 박스 팩키지 게임은 가격이 비쌌고 박스만 한국어로 씌여 있을 뿐이지 내용물은 전부 영어에 외국 게임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산 박스 팩키지 게임은 [동서게임미니채널]에서 출시한 달핀 소프트웨어의 [미래전쟁]이다.
한국 최초의 게임 잡지 [게임월드]에 실린 공략이 너무 재미있어서 산 게임이지만,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처음 화면을 넘어가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게임을 박스 팩키지 정품만 팔지는 않았다.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아예 서류철을 하나 작성하여 게임 리스트를 쫙 프린팅하여 2D 게임 1장에 500원. 2HD 게임 1장에 1000원. 공디스켓 값을 포함하면 1000/1500원을 받고 게임을 복사하여 판매한 것이다.
그 시절에는 한국에서 저작권의 개념이 너무 희박했었다.
동네 컴퓨터 가게는 저런 스타일로 운영됐는데 정식 배급사는 한술 더 떠서 외국에서 무료로 공개된 쉐어웨어 게임이나 데모 게임 등을 미니 사이즈의 박스 팩키지에 예쁘게 포장하여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이때 나온 흑역사가 [둠]과 [DJ 공룡], [디지와 친구들 시리즈]로 동서 게임 미니팩 시리즈로 나온 거였다.
컴퓨터 학원의 경우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로 개방하는데. 주로 초등학생들이 이용했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친구 따라 놀러오는 나 같은 아이도 많았었다.
컴퓨터 학원이 강의실 별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제 1강의실이 특히 인기였었다.
학원 내 유일하게 컬러 모니터가 탑재된 AT 컴퓨터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16비트 컴퓨터는 XT와 AT로 나뉘어져 있다. 당연히 AT가 성능이 더 좋고 더 많은 용량의 저장 장치를 지원한다.
2HD 디스켓은 XT에선 아예 읽어들일 수 조차 없었다.
거기다 무엇보다 VGA 컬러 모니터란 게 가장 큰 메리트가 있었다.
흑백 모니터에 AT 본체 구성의 컴퓨터를 가진 애들은 주변에 꽤 있었지만 컬러 모니터까지 가진 애들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컬러 모니터는 하드만큼이나 비싸고 희귀했던 것이다. 그 귀한 걸 매주 토요일마다 할 수 있다는 게 어린 시절의 낙 중 하나였다.
게임도 항상 흑백으로만 하다가 컬러로 하면 느낌이 무지하게 다르다.
요즘 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그 시절의 흑백 모니터는 CGA가 고작 4색 밖에 지원을 안 했다.
허큘리스는 그나마 색 지원수가 더 낮아서 무려 2컬러 그래픽이었지만 오히려 화면이 더 깔끔하게 나왔다.
디스켓 시대의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은 하드 시대가 도래했을 때였다.
하드 시대의 PC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기로 하고, 우선은 허큘리스 XT 시대의 게임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선사시대. 본래 제목은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는 고인돌이란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블루스 브라더스와 더불어 XT 시절 국내 컴퓨터 학원계를 평정한 타이투스표 양대 액션 게임 중 하나였다.
블루스 브라더스가 2인용을 하면 버그 때문에 1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없는 반면, 이 게임은 1인용이라 혼자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다.
용량이 2D 3장으로 당시로선 표준 2장보다 1장 더 많은 편이었다.




무도관. XT 시절에 가장 널리 알려진 대전 액션 게임이었다.
가라데, 검도, 쌍절곤, 봉 등 네 가지 유파 중 하나를 골라 무도관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출전하여 싸우는 것인데..
나기나타 든 여자가 존나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항상 거기까지 가서 깨졌다가 수십 번을 도전하여 엔딩을 봤을 때는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합 소리다. 워어이~ 이야아~ 하이이~ 하는 음성이 PC스피커로 투박하게 들리는데 듣다 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것 같다.




제논 2 ~메가 블래스터~. 원제는 길지만 그 당시엔 사실 제논 1이 있는 지도 몰랐고 대부분 제논으로 알고 있었다.
개중에는 몹 중에 올챙이처럼 생긴 애들이 나온다고 해서, 게임 제목 자체를 올챙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었다.
대만에서 만든 다운레이더라고, 1944란 짝퉁 제목으로도 더 잘 알려진 게임과 더불어 XT 시절의 양대 종 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다운레이더와 달리 이 게임은 1인용 밖에 안 되지만 돈을 모아 무기를 살 수 있는 시스템과 스크롤을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
전 장비를 다 탑재한 슈퍼 아이템은 구입하면 제한 시간이 달랑 5초라 최강 조루지만 어쨌든 간지 넘쳤다.
그리고 보니 진행 도중 얻을 수 있는 옵션 중에 기체 아랫 부분에 달려서 총알을 쏘는 게 있는데 어렸을 땐 그걸 다들 똥고포라고 불렀던 기억도 난다.







원제는 어보이드 더 노이드. 하지만 흔히 피자배달로 알려진 게임이다.
사실 이 게임은 도미노 피자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게임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걸 몰랐고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도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돈 받고 카피를 팔았다.
어쨌든 이 게임도 XT 시절의 인기작 중 하나로 윗층으로 올라갈 수록 난이도가 상당했다.
이 게임 진행 팁 중에 엔딩을 보기 위해선 전화기를 받아서 열쇠를 얻어야 하는데.. 사진에 나온 것처럼 잘못 받으면 폭발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
이 게임도 엔딩을 정말 어렵게 봤는데 컨티뉴가 없고 라스트 스테이지인 옥상까지 올라가기도 힘든데, 가장 어려운 곳이 옥상에서 풍선 폭탄을 피해야 하는 스테이지라 진짜 손에 땀을 쥐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엔딩 장면에선 식스펙 복근을 자랑하며 점원이 피자를 무사히 배달하는 걸로 끝나는데, 시바 진짜 피자 한판 배달하려고 이 고생을 하다니 질렸다.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적으로 나오는 토기 개놈들의 웃음 소리랄까. PC스피커로 들리는 특유의 웃음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남북전쟁. 원제는 노오스 앤 사우스.
XT 시절에 가장 인기 있는, 최고의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물론 삼국지 2도 인기 많았지만, XT 시절인 초등학교 때 삼국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전략 시뮬에 대한 개념도 안 잡혀 있었으니..
이 게임만큼 쉽고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게 또 없었다.
진행은 단순해서 그냥 부대를 여러 지역으로 이동시켜 부대끼리 맞붙으면 리얼 타임 전투가 벌어지니 그때 적 부대를 격파하면 된다.
포병을 잘만 다루면 좋지만 포탄 다 떨어지면 후퇴하고, 딱총 든 보병은 항상 부대 단위로 움직이니 컨트롤이 안 좋은데.. 나무 따위에 걸려 놓게 해서 한 마리만 따로 빼내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액션 쾌감은 역시 기병 컨트롤이랄까. 기병을 조작해 적진을 쓸어버리는 게 최고였다.
그 이외에 적의 수송 기차를 습격하거나,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 기지 맨 끝에 깃발을 꽂는 것 등 횡 스크롤 액션 게임 모드도 따로 나오기도 하고, 인디언이나 멕시코인이 공격해 무작위로 부대를 없애거나, 바다 근처에 있으면 바다에서 지원군이 오는 등 재밌는 요소가 참 많았다.
여기까지가 XT 시절 당시의 게임을 몇 개 소개한 거다.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DOSBOX의 환경에서 그래픽 모드를 허큘리스로 수정했다. 지금 현재의 컴퓨터에서 허큘리스 화면을 구현하다니 새삼스럽지만 진짜 DOSBOX는 대단한 에뮬레이터인 것 같다. (거기다 옛날 풍의 PC 스피커도 완전 지원한다!)
사실 XT 시절의 인기작은 아직 한참 많이 있지만.. 최소한 CGA 지원을 하고 있어서 패스했다.
사실 허큘리스에서 SIMCGA란 유틸리티를 사용하면 CGA 전용 게임을 허큘리스의 규격에 맞게 구동을 시킬 수 있게 해주는데 그 유틸까지 찾아서 하기는 좀 번거롭고, 그렇다고 DOSBOX의 환경을 CGA로 바꾸면 색 자체가 4색이 되기 때문에 본래 취지에 좀 어긋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난 너무 어려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기에 8비트 컴퓨터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또 3.5인치 디스켓 게임은커녕 베이직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한 채 재믹스 팩이나 꽂아서 MSX 게임을 즐겨야 했다.
그러다 어느날 X2가 사라지고 16비트 컴퓨터가 집에 들어왔다.
IBM-PC인데 컴퓨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양이 아마 16비트에 모니터는 허큘리스/CGA 지원. 5.25인치 드라이브가 두 개 달린 컴퓨터였다.
사실 PC 키드로서의 게임 라이프는 그 16비트 XT 컴퓨터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비트 컴퓨터 시절에는 OS는 무조건 MS-DOS를 사용했고 유틸리티는 V3와 PCTOOLS 정도만 썼던 기억이 난다.
이 당시엔 사실 도스로 부팅만 해도 다른 프로그램을 다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도스만 잘 구하면 장땡이었다.
도스는 XT 시절에 2.0~3.0 도스를 썼던 기억이 난다.
PCTOOL 같은 경우는 당시에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던 유틸리티였지만, 사실 그때 막상 사용할 때는 카피할 때만 썼었다.
카피를 할 때 ... 이 쩜 표시가 한 카 한 칸 채워지다가 끝까지 다 채워져야 복사 완료인데, 한 칸 남겨 놓고 에러가 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였기 때문에 항상 가슴을 졸였었다.
플로피 디스켓은 당시 기억으로 에러가 잘 났고, 하드와 달리 디스켓 넣는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었던 관계로, 디스켓을 넣으면 틱틱 하는 읽는 소리가 나오고, 드라이브의 램프에 녹색 불이 켜지면서 전기가 들어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었다.
게임을 하다가 불시에 디스켓을 뽑거나, 디스켓에 에러가 있으면 거친 소리가 울리다 에러 메시지가 나오거나, 아니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단지 드라이브에 불만 들어오고 회로 돌아가는 전기 소리만 들리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하드 지원 용량이 10~20메가 밖에 안 됐는데 그마저도 아주 고가의 레어템이기 때문에 나 같은 서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때 당시 즐겼던 게임은 EA에서 나온 [죽음의 스키], 브로드 번드의 [페르시아의 왕자], 타이투스의 [선사시대(고인돌], 그 외 [남북전쟁] 등이 있다.
게임을 닥치는 데로 긁어모아 100여장이 넘는 5.25인치 디스켓을 종이 상자에 담아서 보관했었다.
생일 선물로 5.25인치 공디스켓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용량을 다 합쳐도 지금 현재 시대에선 고화질 사진 서너 장 용량 밖에 안 되겠지만 그때는 참 그게 좋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PC 게임을 구하서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평일 날에는 학교 친구들 집을 순회하면서 서로 게임을 카피하거나, 혹은 매주 토요일마다 개방하는 컴퓨터 학원에 친구 따라 놀러가서 새로운 게임을 얻는가 하면 용돈을 모아 컴퓨터 가게에 가서 게임을 구해서 했다.
그 당시 박스 팩키지 게임은 가격이 비쌌고 박스만 한국어로 씌여 있을 뿐이지 내용물은 전부 영어에 외국 게임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산 박스 팩키지 게임은 [동서게임미니채널]에서 출시한 달핀 소프트웨어의 [미래전쟁]이다.
한국 최초의 게임 잡지 [게임월드]에 실린 공략이 너무 재미있어서 산 게임이지만,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처음 화면을 넘어가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게임을 박스 팩키지 정품만 팔지는 않았다.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아예 서류철을 하나 작성하여 게임 리스트를 쫙 프린팅하여 2D 게임 1장에 500원. 2HD 게임 1장에 1000원. 공디스켓 값을 포함하면 1000/1500원을 받고 게임을 복사하여 판매한 것이다.
그 시절에는 한국에서 저작권의 개념이 너무 희박했었다.
동네 컴퓨터 가게는 저런 스타일로 운영됐는데 정식 배급사는 한술 더 떠서 외국에서 무료로 공개된 쉐어웨어 게임이나 데모 게임 등을 미니 사이즈의 박스 팩키지에 예쁘게 포장하여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이때 나온 흑역사가 [둠]과 [DJ 공룡], [디지와 친구들 시리즈]로 동서 게임 미니팩 시리즈로 나온 거였다.
컴퓨터 학원의 경우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로 개방하는데. 주로 초등학생들이 이용했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친구 따라 놀러오는 나 같은 아이도 많았었다.
컴퓨터 학원이 강의실 별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제 1강의실이 특히 인기였었다.
학원 내 유일하게 컬러 모니터가 탑재된 AT 컴퓨터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16비트 컴퓨터는 XT와 AT로 나뉘어져 있다. 당연히 AT가 성능이 더 좋고 더 많은 용량의 저장 장치를 지원한다.
2HD 디스켓은 XT에선 아예 읽어들일 수 조차 없었다.
거기다 무엇보다 VGA 컬러 모니터란 게 가장 큰 메리트가 있었다.
흑백 모니터에 AT 본체 구성의 컴퓨터를 가진 애들은 주변에 꽤 있었지만 컬러 모니터까지 가진 애들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컬러 모니터는 하드만큼이나 비싸고 희귀했던 것이다. 그 귀한 걸 매주 토요일마다 할 수 있다는 게 어린 시절의 낙 중 하나였다.
게임도 항상 흑백으로만 하다가 컬러로 하면 느낌이 무지하게 다르다.
요즘 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그 시절의 흑백 모니터는 CGA가 고작 4색 밖에 지원을 안 했다.
허큘리스는 그나마 색 지원수가 더 낮아서 무려 2컬러 그래픽이었지만 오히려 화면이 더 깔끔하게 나왔다.
디스켓 시대의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은 하드 시대가 도래했을 때였다.
하드 시대의 PC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기로 하고, 우선은 허큘리스 XT 시대의 게임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선사시대. 본래 제목은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는 고인돌이란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블루스 브라더스와 더불어 XT 시절 국내 컴퓨터 학원계를 평정한 타이투스표 양대 액션 게임 중 하나였다.
블루스 브라더스가 2인용을 하면 버그 때문에 1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없는 반면, 이 게임은 1인용이라 혼자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다.
용량이 2D 3장으로 당시로선 표준 2장보다 1장 더 많은 편이었다.




무도관. XT 시절에 가장 널리 알려진 대전 액션 게임이었다.
가라데, 검도, 쌍절곤, 봉 등 네 가지 유파 중 하나를 골라 무도관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출전하여 싸우는 것인데..
나기나타 든 여자가 존나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항상 거기까지 가서 깨졌다가 수십 번을 도전하여 엔딩을 봤을 때는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합 소리다. 워어이~ 이야아~ 하이이~ 하는 음성이 PC스피커로 투박하게 들리는데 듣다 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것 같다.




제논 2 ~메가 블래스터~. 원제는 길지만 그 당시엔 사실 제논 1이 있는 지도 몰랐고 대부분 제논으로 알고 있었다.
개중에는 몹 중에 올챙이처럼 생긴 애들이 나온다고 해서, 게임 제목 자체를 올챙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었다.
대만에서 만든 다운레이더라고, 1944란 짝퉁 제목으로도 더 잘 알려진 게임과 더불어 XT 시절의 양대 종 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다운레이더와 달리 이 게임은 1인용 밖에 안 되지만 돈을 모아 무기를 살 수 있는 시스템과 스크롤을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
전 장비를 다 탑재한 슈퍼 아이템은 구입하면 제한 시간이 달랑 5초라 최강 조루지만 어쨌든 간지 넘쳤다.
그리고 보니 진행 도중 얻을 수 있는 옵션 중에 기체 아랫 부분에 달려서 총알을 쏘는 게 있는데 어렸을 땐 그걸 다들 똥고포라고 불렀던 기억도 난다.







원제는 어보이드 더 노이드. 하지만 흔히 피자배달로 알려진 게임이다.
사실 이 게임은 도미노 피자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게임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걸 몰랐고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도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돈 받고 카피를 팔았다.
어쨌든 이 게임도 XT 시절의 인기작 중 하나로 윗층으로 올라갈 수록 난이도가 상당했다.
이 게임 진행 팁 중에 엔딩을 보기 위해선 전화기를 받아서 열쇠를 얻어야 하는데.. 사진에 나온 것처럼 잘못 받으면 폭발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
이 게임도 엔딩을 정말 어렵게 봤는데 컨티뉴가 없고 라스트 스테이지인 옥상까지 올라가기도 힘든데, 가장 어려운 곳이 옥상에서 풍선 폭탄을 피해야 하는 스테이지라 진짜 손에 땀을 쥐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엔딩 장면에선 식스펙 복근을 자랑하며 점원이 피자를 무사히 배달하는 걸로 끝나는데, 시바 진짜 피자 한판 배달하려고 이 고생을 하다니 질렸다.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적으로 나오는 토기 개놈들의 웃음 소리랄까. PC스피커로 들리는 특유의 웃음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남북전쟁. 원제는 노오스 앤 사우스.
XT 시절에 가장 인기 있는, 최고의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물론 삼국지 2도 인기 많았지만, XT 시절인 초등학교 때 삼국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전략 시뮬에 대한 개념도 안 잡혀 있었으니..
이 게임만큼 쉽고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게 또 없었다.
진행은 단순해서 그냥 부대를 여러 지역으로 이동시켜 부대끼리 맞붙으면 리얼 타임 전투가 벌어지니 그때 적 부대를 격파하면 된다.
포병을 잘만 다루면 좋지만 포탄 다 떨어지면 후퇴하고, 딱총 든 보병은 항상 부대 단위로 움직이니 컨트롤이 안 좋은데.. 나무 따위에 걸려 놓게 해서 한 마리만 따로 빼내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액션 쾌감은 역시 기병 컨트롤이랄까. 기병을 조작해 적진을 쓸어버리는 게 최고였다.
그 이외에 적의 수송 기차를 습격하거나,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 기지 맨 끝에 깃발을 꽂는 것 등 횡 스크롤 액션 게임 모드도 따로 나오기도 하고, 인디언이나 멕시코인이 공격해 무작위로 부대를 없애거나, 바다 근처에 있으면 바다에서 지원군이 오는 등 재밌는 요소가 참 많았다.
여기까지가 XT 시절 당시의 게임을 몇 개 소개한 거다.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DOSBOX의 환경에서 그래픽 모드를 허큘리스로 수정했다. 지금 현재의 컴퓨터에서 허큘리스 화면을 구현하다니 새삼스럽지만 진짜 DOSBOX는 대단한 에뮬레이터인 것 같다. (거기다 옛날 풍의 PC 스피커도 완전 지원한다!)
사실 XT 시절의 인기작은 아직 한참 많이 있지만.. 최소한 CGA 지원을 하고 있어서 패스했다.
사실 허큘리스에서 SIMCGA란 유틸리티를 사용하면 CGA 전용 게임을 허큘리스의 규격에 맞게 구동을 시킬 수 있게 해주는데 그 유틸까지 찾아서 하기는 좀 번거롭고, 그렇다고 DOSBOX의 환경을 CGA로 바꾸면 색 자체가 4색이 되기 때문에 본래 취지에 좀 어긋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덧글
역시 세월의 힘이랄까요.
부도관에서 나기나타 든 여자는 검도 선택하여 죽어라 점프 머리내려치기 하면 쉽게 이긴 기억이 납니다.
초반 캐릭까지는 가라테로 점프킥 위주로 몰아붙여 잡고 그 뒤부터 무기를 사용했지요.
저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학원에서만 게임을 했는데
선생님이 엄해서 쉬는 시간만 할 수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딱 15분인데 이 시간동안 페르시아 왕자 어디까지 가느냐가 우리 학원생들들 사이에서 초 경쟁!
지금 생각해보면 타임어택도 이만한 타임어택이 없는 듯.
대우8비트 컴퓨터에서 팩꽂고 게임하던 것도 생각나네요.
그러고 보니 덱스더 도 재밌었고.(허큘리스 그래픽으로 했었지요.아.)
테트리스는 그 때도 있었고 말입니다.아아.고인돌도 기억나네요 엔딩에서 반쪽 근육만 엄청 커졌던...
이후로 gods 라던지 FOX 도 재밌었습니다만, PC게임 고전 중엔 가장 기억에 남은건
"키란디아의 전설 시리즈" 랑 "어둠속에 나홀로 시리즈" 로군요.
액션과 어드벤쳐의 맛이 좋았었는데 말입니다...키란디아의 전설은 1만 한글화 되어서 2는 제대로 못했고 3는 무려 공략집이 없음에도 꽤나 스스로 머리를 굴려가며 클리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음악도 좋았고. 킹스 퀘스트 시리즈도 재밌었고.아. 어나더 월드도..아 그립군요.
icaruscoromic/ 저때가 좋은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흑백으로 잘 만든 게임이 참 많았지요.
정시퇴근/ 허큘리스 모니터의 녹색 액정화면이 참 추억이 깊지요.
놀이왕/ 최근에도 다시 나왔군요.
mmst/ fox는 기본이 CGA지원이라 허큘리스 지원되는 게임만 넣어서 패스했지. CGA, 흑백에서도 돌아가는 게임 맞아.
캡틴더틀/ 어렸을 때는 가라데가 무지 나빠서 안 썼는데 나이 들어서 그거 쓰니 끝판 깨고 엔딩도 봤습니다. 날라차기 러쉬가 쓸만했지요.
키세츠/ 저는 맨 처음 컴퓨터+게임기로 플레이했던 게 X2 8비트 컴퓨터에 재믹스 팩 꽂아서 할 때였지요.
파벨/ 추억의 게임들이지요 ㅎㅎ
幻夢夜/ 토끼 웃음 소리가 진짜 짜증났었지요.
Kane/ 그게 XT시절 거의 유일한 3인용 게임이었지요.
뷰너맨/ 덱스터도 재미있지요. IBM-PC용으로 이식된 게 원작 MSX보다 초월이식이라고 할 만한데, 게임아츠 작품이고 시에라가 이식했는데 젤리아드도 거기서 나왔지요.
비공개/ 네. 제가 본래 가지고 있던 셋트와 엮어서 있는 것 없는 것 솎아내고 있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