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데이즈 (End Of Days, 1999) 사타니즘/데모니즘 영화




1999년에 피터 하이암스 감독이 만든 작품. 액션 스타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를 주연에, 연기파 배우 가브리엘 번을 조연으로 기용했다.

내용은 1979년 별이 일직선을 이룰 때 태어난 여자 아이가 악마의 사제단에 의해 빼돌려져 독사의 피를 먹이는 의식을 치른 뒤. 1000년이 끝을 맞이한 섣달 그믐밤 날, 마왕 사탄과 교접하여 그 씨를 잉태하고 지옥의 문이 열려 보이지 않은 존재들이 현대에 구체화되어 세계가 종말한다는 기독교의 예언에 따라 성장한 아이를 지키기 위한 교황의 온건파와 아이를 죽여 종말을 막으려는 추기경의 강경파가 대립하는 가운데 사타니스트들이 아이를 비호하는 삼각관계 속에 1999년 세기의 끝을 얼마 앞 둔 날. 범죄 조직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고 알콜 중독자가 되어 사설 경호원이 된 전직 형사 제리코 케인이 우연히 거기에 끼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완전한 악은 완전한 선만이 처단할 수 있다는 주제 하에 666의 숫자를 거꾸로 뒤집어 999 앞에 1을 붙여 종말이 임박한 세기의 끝에서 액션 히어로 아놀드가 인간의 몸에 빙의하여 사타니스트들을 이끌고 덤벼드는 사탄으로부터 한 소녀를 지키는 내용으로 축약할 수 있다.

종말이 임박한 세기의 끝에 인간의 몸에 깃든 악마란 설정은 오멘을 연상시키는데, 정작 본편 내용은 아놀드가 사탄으로부터 한 소녀를 지키며 싸우는 오컬트판 터미네이터 풍으로 진행된다.

소녀와 마찬가지로 별이 일직선을 이룰 때 태어난 은행 청장의 몸에 깃든 사탄은 괴력과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 2의 액체 금속 T-1000처럼 아놀드와 소녀를 쫓아온다.

연기파 배우 가브리엘 번이 맡은 사탄은 굉장히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의 추종자들이 일처리를 못하면 맨 주먹 한 방에 얼굴을 터트려 죽이거나, 목에 꽂힌 유리조각을 푹 쑤셔 죽이는가 하면. 추종자의 아내와 딸과 교접을 하기도 하고 노상에서 기름 오줌을 싸고 담뱃불을 붙여 방화를 하기도 한다. 총에 맞아도 상처가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무적 기믹이라 더욱 더 사이보그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신에 대한 패배의식이 쩔어서 그냥 말로만 폭풍 까임만할 뿐 정작 마왕으로선 카리스마가 좀 떨어진다. 오멘 3에 나오는 샘닐의 데미안과 비교된다.

전개는 터미네이터인데 세기말 악마가 나오는 설정 상 일단 종교 오컬트의 상징물도 많이 나온다. 사탄을 저격하려다 실패한 신부가 병원 천장에 십자가처럼 매달려 양손, 양발에 메스와 가위로 꽂혀 피를 뚝뚝 흘린다던가, 사타니스트한테 공구리 당한 주인공 제리코가 십자가형에 처해지는가 하면 추기경 산하 바티칸 기사들도 나오고 사탄을 숭배하는 악마의 사제단도 나온다.

하지만 종교 오컬트가 그저 상징처럼 나오기만 할 뿐이지 한 번도 메인으로 다뤄진 적이 없고, 쉴 세 없이 화염 폭발이 일어나고 총질이 벌어지며 지진이 일어나는 것 등등 요란한 특수 효과만 잔뜩 나온다. 특히나 폭발을 위주로 한 특수 효과가 지나칠 정도로 많아서 오히려 눈에 걸린다.

사탄이 죽은 인간을 일시적으로 되살리거나, 환영을 보여주는 능력이 있어서 제리코와 그의 친구 프란시스 등이 악의 유혹에 시달리는 것도 나오지만 고민을 별로 안 하고 너무 빠른 결단을 내려서 나오나마나가 되어버렸다.

이 작품이 특이한 점은 아놀드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면 나온다.

20세기를 풍미한 액션 히어로 중에 한 명인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가, 본인이 출현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매맞는 역으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총 러닝 타임이 약 2시간 가량 돼서 상당히 긴 데, 러닝 타임 1시간 30분 동안 아놀드가 배역을 맡은 주인공 제리코는 진짜 인정사정없이 맞고 다닌다.

사설 경호원 일 하다가 총 맞는 걸로 시작해 악마의 사제단 아줌마한테 맨 주먹으로 쳐 맞고 사탄한테 뚜드려 맞아서 죽을 뻔 한 데다가, 비 오는 날 사타니스트한테 둘러싸여 속칭 공구리 당해 기절할 정도로 처 맞는데. 그렇게 무기력하게 쳐 맞는 게 전체 러닝 타임 중 약 90여분에 해당한다. 1시간 30분 동안 신나게 맞기만 한다는 것이다. 코만도와 코난 시절의 아놀드를 생각하면 진짜 상상도 못할 일이,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나머지 30분 분량 중 20여분 분량은 전형적인 아놀드식 액션으로 진행이 되면서 총화기로 중무장한 놀드 형이 이름 없는 엑스트라들을 휩쓸어 버리면서 1시간 30분 동안 뚜드려 맞은 걸 다 갚아준다.

라스트 10여분 동안 예배당에서 드러난 사탄의 실체는 박쥐 날개 달린 입 없는 괴물 같이 생겨서 좀 허접했고, 아놀드 형아 몸 속에 사탄이 빙의되어 영적 사투를 벌이는 게 딱 엑소시스트 아놀드 판이다.

결말도 역시 엑소시스트풍이 돼서 한 사람의 희생이 세상을 구한다로 귀결된다. 어째서 성당에 있는 천사 동상에 가짜 칼이 아니라 진짜 칼. 그것도 롱소드가 들려져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히로인 크리스틴 요크 배역을 맡은 건 1997년에 제 54회 베니스 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로빈 튜니인데.. 다른 작품은 몰라도 이번 작품에 출현 했을 때는 외모도 떨어지고 연기력도 바닥을 기어서 그다지 히로인한테 몰입도 되지 않거니와, 아무리 악은 선으로 밖에 물리칠 수 없다곤 해도. 히로인 하나 살리려고 극중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걸 보고 있으면 짜증이 샘솟는다.

결론은 비추천. 오멘으로 시작해서 오컬트판 터미네이터로 전개됐다가 엑소시스트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다.

피터 하이암스 감독,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가브리엘 번, 로빈 튜니. 이 네 사람한테 드래곤볼에 소원을 빌어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의 흑역사로 자리 잡을 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극중 케인이 아침은 거르며 안 된다며 중국집 페스트푸드 요리, 먹다 남은 피자, 바닥에 떨어진 피자 조각 등과 술을 넣고 믹서기로 갈아서 마시는 장면이다.



덧글

  • 잠본이 2010/06/19 11:49 #

    아놀드형님이 원없이 처맞은 이유는 아무래도 영양결핍 때문인 것 같군요(...세상에 저게 식사라니)
  • 씽고님 2010/06/19 13:38 #

    군인들에겐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었는데요 ㅎㅎ 군대에서 비디오로 봤던 기억이...
  • 차원이동자 2010/06/19 16:55 #

    이름도 제리코 케인이라니... 멋집니다..
  • Saga 2010/06/19 18:33 #

    이 영화가 주지사님 심장수술 끝나고 나서 처음 찍은 영화인지라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 저러다 심장 멈추는 거 아닌가 싶어서...
  • 행인A 2010/06/19 20:14 # 삭제

    주말의 명화로 공중파에서도 간간히 틀어줬고
    케이블에서도 자주 틀어주는 영화라 꽤 많이 봤었네요
  • 헬몬트 2010/06/20 00:56 #

    웃기게도 이거 개봉당시 앤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봐서리;
  • 메리오트 2010/06/20 09:35 #

    주지사님의 오컬트 영화라는 점은 뭔가 특이한데 내용물은 터미네이터라니(...)
    그나저나 아침식사가 정말 최악이군요. 차라리 거르는게 나을듯.
  • 잠뿌리 2010/06/20 21:16 #

    잠본이/ 그러고 보면 예년에 비해 나이도 들어서 근육 양도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씽고님/ 재밌게 본 분들도 계시나보군요.

    차원이동자/ 이름이 좀 간지나지요.

    Saga/ 심장 수술 후 바로 찍은 거라니; 투혼을 발휘했군요.

    행인A/ 저도 케이블 방송으로 봤습니다.

    헬몬트/ 그러고 보니 그때 앤드 오브 에반게리온도 나왔군요.

    메리오트/ 아놀드 횽아의 필모 그래피로선 처음이자 마지막 종교 오컬트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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