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2010) 13일의 금요일/나이트 메어 특집




2010년에 사무엘 베이어가 감독,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은 작품으로, 웨스 크레이븐 원작의 나이트메어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내용은 엘름가에 사는 낸시와 친구들이 어느날부터인가 악몽에 시달리고 꿈속에서 중절모와 줄무늬 스웨터 차림에 칼날이 달린 손톱을 낀 화상 입은 남자를 만나 하나하나 살해당해 현실에서도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우선 이 작품은 좀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메인 스토리는 나이트메어 1과 같은데 클라이막스 때 프레디가 최후를 맞이하는 건 나이트메어 6 스타일이다.

이런 말을 하면 좀 덕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나오는 프레디는 내가 아는 프레디가 아니다. 역시 로버트 잉글런드가 아닌 프레디는 프레디가 될 수 없다.

여기 나오는 프레디는 왓치맨의 로어쉐크 역을 맡은 잭키 얼헤일리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프레디가 비록 화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맨 얼굴의 형태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오리지날 프레디를 생각해 보면 이 리부트 버전의 프레디는 생긴 게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진다.

붕대 푼 미이라 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토니 메이헴 감독의 영화 더 버닝의 크롭시 같은 느낌이라던가, 영화 스폰에 가면 쓰기 전 스폰 같은 느낌도 든다. (즉 존나 구리다는거)

거기다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를 깔고 나오는데. 목소리 깐다고 다 무서운 게 아니다. 원작 프레디도 그렇게 개후까시를 잡지 않았는데 여기 프레디는 너무 폼을 재는 거 같다. 다크 나이트는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서 배트맨이 후까시 잡으며 웅얼웅얼하는 건 전혀 본받을 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기 나오는 프레디가 그런단 말이다.

프레디는 사실 호러 영화의 악당 중에서도 꽤 재치가 있고 유머러스한 편에 속하는데 리부트 버전의 프레디는 너무 진지하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꼭 무슨 프레디의 탈을 쓴 캔디맨 같다.

캔디맨이야 본래 진지하고 암울한 캐릭터지만 프레디는 그렇지 않으니 뭔가 연기의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또 프레디 특유의 웃음 소리도 원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목욕탕에서 졸다가 가랑이 사이에 손톱 튀어나오는 거나, 복도에서 바디백에 들어간 친구의 시체가 부르는 소리 등등 1편에서 공포스러웠던 장면이 또 다시 나오기는 하는데. 순서가 너무 뒤바뀌고 연출에 사족이 많이 달려서 그저 그랬다.

특히 바디백에 들어간 죽은 친구가 부르는 씬은 원작에서 진짜 엄청 무서웠는데 이번 리메이크판에서는 후반부에 뜬금없이 튀어 나와서 좀 어이가 없었다.

트레일러만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도 실은 별거 아니었다.

영혼 드립이라도 치면 또 몰라도, 이 작품은 프레디의 과거 설정부터 아예 싹 바뀌어서 그런 드립도 못 친다.

본래 아이들을 잡아 죽이는 연쇄 살인마로서 격노한 부모들에 의해 붙잡혀 화형 당했다는 설정에서, 소아성기호증을 가징 변태 중년남으로 나와 아이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종극에 이르러 불에 타 죽었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원작 설정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변질되어 교도소에서 집단 강간 당한 수녀의 배를 빌어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 불에 타죽는 순간 고대 로마의 잠의 악령이 들러붙어 악몽의 지배자로 되살아났다는 설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변태였다는 것 보다는 카리스마 측면에서 더 나은 것 같다.

일부 국내 언론에선 프레디가 살인의 동기가 있는 살인마로 돌아왔다며 드립치던데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애초에 이 작품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트메어 1편에선 프레디가 아무나 막 죽이는 게 아니라 먼 옛날 자신을 불태워 죽인 엘름가의 어른들이 낳은 자식을 차례대로 죽이는 거였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줄넘기하면서 프레디가 온 다 드립치는 것도 원작과 비교해서 공포도가 너무 떨어졌다.

그리고 애초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건 ‘잠들면 죽는다’라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슬로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래 나이트메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공포는 극중 인물들이 잠을 자거나 혹은 어디서 잠깐 졸면 그 짧은 순간에 악몽이 시작되면서 프레디가 나타나 죽이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졸거나 잠이 드는 준비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공포의 환상부터 먼저 보여준 다음 그 뒤에 잠에서 깨어나 발작하는 장면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포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자의 패턴은 아무리 반복되도 무섭지 않는데 후자의 패턴이 반복되면 이미 익숙해져서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딱 하나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엔딩 씬이다. 사실 엔딩 씬의 내용도 나이트메어 1과 반전이 같긴 하지만 연출이 무지 잔인해졌기 때문에 그 부분은 볼만했다.

이번 버전의 엔딩 씬 자체는 나이트메어 시리즈 이전작보다는 오히려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판타즘 1편 엔딩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이건 내가 기대한, 또 내가 아는 나이트메어가 아니다. 역시 마이클 베이한테 공포 영화 제작을 맡긴 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본다.

2010년도 리메이크판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원작의 향수를 느낄 만큼 재현을 잘한 것도 아니라 지루하고 어설프고 답답하니 총체적인 난국이다.

지금까지 나이트메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한테도 그리 권해줄 만한 게 못된다. 이걸 보고 원작도 우습게 여길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존재 이의는 단 하나다. 원작자 웨스 크레이븐이 보고 빡쳐서 뉴 나이트메어 리부트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웨스 크레이븐은 나이트메어 6 프레디의 죽음을 보고 빡쳐서 뉴 나이트메어를 만들어 본인의 손으로 직접 이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프레디 역을 맡은 잭키 얼헤일리는 2010년 라즈베리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면 최악의 분장상이라던가)

새삼스럽지만 토니 토드가 아닌 캔디맨, 더그 브래들리가 아닌 핀헤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로버트 잉글런드 아닌 프레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덧붙여 마이클 베이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아미티빌 호러, 13일의 금요일 등 쟁쟁한 명작 호러물의 리메이크를 죄다 제작하면서 하나 같이 다 망쳤으니 이쯤되면 호러 영화 리메이크계의 우웨볼스럽다.



덧글

  • 2010/05/20 08: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시무언 2010/05/20 09:04 # 삭제 답글

    요새 미국애들은 개폼잡으면 다 멋있는 줄 아나 봅니다. 유머러스한 카리스마란걸 모르는건가(그러고보니 은근히 미국애들이 근엄한 캐릭터를 좋아하더군요)
  • 이젤론 2010/05/20 10:14 # 답글

    지금까지 제가 본 공포영화중에서 (구)나이트메어 시리즈를 압도하는 작품은... 글쎄요
    워낙 공포영화를 안보는것도 있지만
  • 幻夢夜 2010/05/20 21:59 # 답글

    미쿡 현지에서는 정말 처절하게 욕을 먹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작품이라고 불릴 정도.
  • 헬몬트 2010/05/20 22:31 # 답글

    이거 만든 놈들,지옥에나 가버려라

    내가 자주가는 호러영화 유명사이트 운영자님이 한마디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 헬몬트 2010/05/20 22:31 # 답글

    그럼에도 쓰늠....흥행이 성공하여 속편이 계속 나오니... ㅜ ㅜ
  • 시몬 2010/05/21 02:10 # 삭제 답글

    프레디는 다른 영화의 살인마들처럼 살인을 즐긴다기 보단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고 괴로워하는걸 즐긴다고 봅니다. 그래서 모든 나이트메어시리즈의 바디카운트숫자를 전부 합쳐도 13일의 금요일시리즈 한두편에서 제이슨이 박살낸 숫자보다 적죠.
  • 헬몬트 2010/05/21 22:50 #

    프레디 대 제이슨에서

    프레디보고 욕지거리 하던 흑인 여성에게 프레디가 잠자코 듣더니만.
    너 뒤나 보라구. 피식 웃던 거 생각납니다.

    뒤돌아보니 제이슨이 댕거덩!
  • 메리오트 2010/05/21 14:57 # 답글

    리메이크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는데 결국은 이렇게 됬군요.
    그러고보니 마이클 베이가 제작한 공포영화중에서 포스터의 엉덩이만 기억난다는 작품인 언데드도 있었죠. 정말 만드는 공포영화마다 다 말아먹는 것 같습니다. 그냥 트랜스포머나 계속 만드는게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것 같네요.(개인적으론 별로 안좋아하는 감독입니다. 트랜스포머도 그럭저럭 보기는 했는데 2는 쓸데없는 장면들이 좀 많아서 실망했고...)
  • 헬몬트 2010/05/21 22:49 # 답글

    으아아아악

    2012년에 2편 제작 예정이랍니다
  • 잠뿌리 2010/05/24 10:21 # 답글

    비공개/ 그건 희소식이네요.

    시무언/ 요즘 들어 미국 영화계에서 그런 캐릭터가 너무 드물어진 것 같습니다.

    이젤론/ 구 나이트메어 1편이 본좌였지요.

    幻夢夜/ 역대 최악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프레디의 죽음 편이 낫겠어요.

    시몬/ 프레디는 죽이기 전에 가지고 노는 걸 즐기는 거죠. 반드시 죽이긴 하는데 아무나 막 죽이는 게 아니라 원한 관계를 철저히 따져서 바디 카운트가 적은 것 같습니다.

    메리오트/ 마이클 베이의 언데드도 참 졸작이었지요.

    헬몬트/ 이 영화를 까는 호러 매니아들의 심정은 공감합니다. 원작 2편은 완전 게이물이 따로 없었는데 리부트편 2탄은 여러 의미로 진짜 쇼킹하겠네요.
  • 라리나 2013/01/31 19:29 # 삭제 답글

    아 갠적으로 이 리메이크 다 뒤엎고 다시 리부트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2편은 뭔가 독특함이라도 있었고 6편은 뭐 나름대로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매력을 10%라도 담았던 편이라면 이번 리메이크는 정말 심각하게 최악이네요
    솔직히 저도 프레디는 역시 로버트 잉글러드라는 생각을 하지만
    연세가 많으셔서..힘드시면 지금의 분장술과 CG로 충분히 그 부분은 극복할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살해씬도 다 장갑칼로 푹 푹 너무 개성이 없었습니다.
  • 잠뿌리 2013/02/02 19:59 # 답글

    라리나/ 제이슨이나 레더페이스 등은 가면을 쓰고 나오니 누가 그 배역을 맡아도 상관없지만 프레디는 고유의 얼굴이 있으니 로버트 잉글런드가 아닌 프레디는 낯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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