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돈가스 - 장수 분식 2020년 음식


3월 1일부터 4일까지 건대입구역에 있는 만화 총판 코믹 갤러리에서 전 품목 30% 세일 행사를 하고 있다.

건대 입구를 마지막으로 간 게 진짜 수년 전의 일인데.. 이번 할인 행사를 놓칠 수가 없어서 어제 저녁에 바로 갔다.

전철로 1시간 거리라 절대 가까운 곳이 아닌 만큼 책도 사고 건대입구에 있는 맛집도 가볼 겸 여러가지 준비를 했었다.

오후 6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7시가 좀 넘은 시간이라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코믹 갤러리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건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쭉 직진하다 보면 포장마차나 주위 팻말에 만화 총판이 가까이 있다고 적혀 있어서 찾기 쉬웠다.

예전에는 만화를 무지 많이 모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경제적 여건 상 꼭 모으는 만화 몇 권만 몇달에 한 번씩 깨작깨작 샀는데..

이번에는 30% 할인 행사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한, 사지 못한 책을 한꺼번에 샀다.

물론 지갑이 대출혈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책만 사고 그냥 돌아가기는 뭐해서 맛집을 찾아갔다.

이번에 찾아간 맛집은 건대입구에서 유명한 돈가스집인 장수 분식이다.


가게 위치는 건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쭉 직진하다가 국민은행 현금 인출기가 나오면 거기서 바로 좌측 골목 안쪽에 있다.

네이버 지도창으로 볼 때는 역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자리가 좀 협소한데.. 어쨌든 자리를 잡고 앉고 보니 음식값은 선불로 지급하고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 식기와 가위, 물 등은 전부 셀프로 직접 가져다 먹어야 했다.


각 테이블 마다 메뉴판이 있었는데 메뉴를 쭉 보니 단품 메뉴는 벽에 적혀 있고 셋트 메뉴는 이런 코팅 용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장수 셋트는 2인분 기준이라고 하는데, 왕돈가스+왕돈가스 메뉴에 혹해서 그걸 주문했다.


음식을 주문하면 가장 먼저 김치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가져다 준다.

더 가져다 먹고 싶으면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데.. 기본찬의 종류가 이 김치 하나 뿐이다.


이것이 돈까스를 시키면 나오는 밥.

접시에 담아서 주는데 밥을 추가하려면 따로 돈이 든다. 밥 추가에 공기밥 1개로 1000원이 든다.

그런데 셋트 메뉴 시켜서 밥 두 개 가지고 왔는데 한 개 도로 가지고 갈까요? 라고 묻는 종업원 아주머니의 말이 좀 기분이 언짢았다.


에피타이져로 수제비가 나왔고 셋트를 시켜서 두 그릇이 나왔지만 솔직히 맛이 없어서 두 그릇 다 남겼다.

본래는 칼국수가 나온다고 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수제비다.

딱 계란 푼 수제비라서 국물 맛이 계란국 맛이다.


왕돈까스 등장!

기본 구성품은 돈가스, 야채 샐러드, 마카로니, 단무지.


돈까스 두께는 과연 소문대로 크긴 컸다.


한 조각 크게 잘라서 한 입 덥석!


다시 한 조각 크게 잘라서 우적우적!

본격적인 맛 감상에 들어가자면..

우선 소스맛은 별로다. 슈퍼 마켓에서 파는 돈가스용 소스 맛이라 너무 자극적이고 달아서 쉽게 질린다.

근데 이게 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금방 꺼내 부운 소스가 아니라 미리 꺼내놓은 지 시간이 꽤 지난 듯 끈적끈적해졌다.

소스가 진한데 양배추 샐러드에 뿌려진 게 케찹이라서 야채를 먹어도 느끼함과 진함이 중화가 안 된다.

크기는 소문대로 크긴 한데 너무 바짝 튀긴 건지 아니면 기름 상태가 좋지 않은 건지 튀김옷이 바삭거리지 않고 딱딱해서 식감이 좋지 않았다.

분식집 돈가스 티가 너무 난다고나 할까.

이걸 잃어버린 한국 경양식 돈가스의 맛을 찾아서.. 라고 하면 좀 문제의 여지가 있다.

경양식 돈가스와 분식집 돈가스의 차이를 생각해봐야 한다.

경양식 돈가스는 온누리에 생돈가스나 정광수의 돈가스, 용산 용사의 집에서 만들어 파는 것처럼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를 브라운 소스로 뒤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식집 돈가스는 반대로 너무 튀겨 딱딱한 식감을 자랑하는 돈가스 덩이에 시중에서 파는 걸쭉하고 진한 소스를 뿌려 먹는 거다.

속내용물인 고기도 사실 크기가 크니까 보통 사람들은 이게 고기를 여러장 겹쳐서 튀긴 줄 알고 있는데.. 잘라서 단면도를 보면 고기는 한장 뿐이다.

고기를 겹친 게 아니라 지방이 응고된 게 고기 위 아래로 두껍게 쌓이고 그 위로 지나치게 두꺼운 튀김옷이 자리잡은 것 뿐이다.

이게 빵가루가 아니라 밀가루라서 크기가 더 커 보이지만 그 대신 튀김 자체의 맛이 떨어진 것 같다.

솔직히 여기 돈가스는 양으로 먹지 맛으로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왕돈가스 가격이 단품으로 시키면 4000원인데 분명 그 가격에 비하면 양은 많지만 맛이 떨어져서 적극 추천하기가 어렵다.

식신 원정대에서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맛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다! 라고 자막으로 드립쳤는데 솔직히 그건 광고성 멘트고. 현실은 가격이 저렴한 만큼 맛도 저렴했다 였다.

여기 왕돈가스가 가격 대비 양은 지존이란 것도 이제는 옛 전설이 되어버렸고 지금 현재는 신대방 삼거리역에 있는 온누리에 생돈까스에 왕좌를 넘겨준 것 같다.

온누리에 생돈까스에서 2500원짜리 일반 돈가스를 시키고 곱배기로 1000원을 추가해 세 조각을 먹는 게, 여기 왕돈가스보다 양과 맛이 훨씬 낫다.


어쨌든 한 그릇은 다 먹긴 했는데 남은 한 그릇은 더 먹을 수 없었다.

배가 어느 정도 차긴 했지만 솔직히 이게 두 그릇 연속으로 먹을 정도의 맛은 없었다.

소스가 너무 진해서 더 먹으면 무리가 올 것 같아

인터넷에 올라온 감상기를 보면 후식으로 칼국수를 준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나보다.

후식은 알짤 없고 칼국수가 나오는 조합은 장수 셋트 메뉴로 웃돈을 주고 시켜야 한다.

가장 마음에 안 든 건 두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가게의 위생이고 두번째는 포장 시스템이다.

이 가게는 식신 원정대나 리얼 코리아 등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나라 운동부 등 음식점의 위생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에 딱 걸린 적이 있었다.

그만큼 가게 위생은 안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첫 방문해서 음식 주문할 때 주방을 보니 돈가스 소스를 담은 양철통 겉으로 소스가 줄줄 흐르는 걸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두번째로 포장 시스템은 사실 이 가게에 처음 온거라 멋모르고 왕돈까스+2개가 나오는 7000원짜리 장수 셋트 1을 시켰다가 결국 하나를 통으로 남겼는데.. 포장해 준다고 해서 포장을 받고 나니 돈까스만 달랑 건져서 팩에 어거지로 밀어 담고는, 밥은 왜 포장 안해주냐고 묻자 그걸 진작에 말하지 다 포장해 놓고 말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기에 그냥 돈까스만 포장해서 가지고 와야 했다.

종업원 아주머니가 핀잔을 준 건 아니라서 면전에서 볼 때는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지만, 집에 오고 나니 뭔가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

여기 밥은 따로 추가하면 공기밥으로 1000원을 받을 정도로 밥 리필에 인색한데 그걸 포장도 해주지 않으니 이거 원..

결론은 빛 좋은 개살구. 소문만 믿고 찾아갔다가 낭패를 본 가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집으로 온 이후의 에필로그를 쓰자면..


이것이 포장해 온 왕돈가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아. 오직 돈가스 한 덩이만 달랑 들어 있다.


뚜껑 개봉!


끄트머리랑 살짝 잘라서 한 입에 먹고.. 남은 걸 야식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밥통에 밥이 없었다.

냉장고 구석진 곳을 차지한 차가운 식빵에 곁들여 먹으려고 해도 너무 쉽게 질려서 결국 완식은 포기.


크기에 비해 속은 훵하다. 속 빈 강정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남은 건 타파통에 넣고 봉인!

그나마 타파통에 딱 들어가 뚜껑까지 안정적으로 닫혔다는데서 작은 위안을 얻었다.


남은 건 내일. 아니, 오늘 아침이나 저녁의 밥 반찬으로 삼을 예정이다.

괜히 장수 셋트를 시켜서 이게 뭔 짓인지 ㅠㅠ

뭐 다시는 그 가게에 갈 일이 없겠지만 어쨌든 이걸 교훈 삼아 너무 양만 쫓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양이 많아 좋아도 최소한의 질은 따져야 겠다.

P.S: 코믹 갤러리에 갔다 온 수확물..


양손에 이 검은 봉지 두 봉을 들고 집에 오는 게 꽤 힘들었다.


지갑이 대출혈을 일으킨 만큼 권수도 꽤 많다. 약 30여권이 넘어가는데 이 중 최고가는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최근 발매한 도해 근접 무기다.

사실 이번 기회에 DC/마블 히어로 그래픽 노블도 구하고 싶었지만 권당 가격이 너무 쎄고 종류도 많아서 포기했다.



덧글

  • 시대유감 2010/03/04 00:17 # 답글

    솔직히 저긴 거품이 좀 많죠. 돈까스 속도 좀 부실하고...
  • 참지네 2010/03/04 01:22 # 답글

    돈까스도 잘보고 먹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5000원 이상에 200원짜리 고기가 덩그러니 나오는 모습만 보거든요.
    그래도 대형마트나 전문점에서 나오는 돈까스는 양심이 있더군요.
  • 콜드 2010/03/04 05:14 # 답글

    그래도 좋은 데 하나 알고 갑니다 :)
  • 메리오트 2010/03/04 12:59 # 답글

    정말 속빈 강정이군요(...) 그러고 보면 돈까스 먹은지도 꽤 된 것 같네요.
    P.S-누라리횬의 손자가 눈에 띄는군요.
  • 카이º 2010/03/04 16:00 # 답글

    헉, 만화책 정말 많이 쟁이셨네요 ㄷㄷㄷㄷ

    무거우셨겠[...]



    그보다 솔직히 온누리에가 너무 저렴하긴 한거 같더라구요~
  • 2010/03/04 22: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헬몬트 2010/03/05 07:03 # 답글

    비싸고 부실하고 절대 가지 말아야겠군요
  • 헬몬트 2010/03/05 07:03 # 답글

    그나저나.메탈하트와 유령왕이라~윤재호 작가분 작품 좋아하시나 봐요.
  • 잠뿌리 2010/03/08 00:26 # 답글

    시대유감/ TV에 여러번 나온 것 치곤 별로였습니다.

    참지네/ 차라리 전문점 가서 먹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콜드/ 혹시 가신다면 돈까스보단 다른 메뉴를 드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메리오트/ 이번에 8권 전부 구했습니다. 예전부터 벼르고 있었지요.

    카이º / 온누리에 생돈가스가 많이 저렴하긴 하지요.

    비공개/ 좀 그렇지요. 아마도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헬몬트/ 네. 윤재호 작가의 잡지 단편 데뷔작 때부터 챙겨 봤던 애독자입니다.
  • 헬몬트 2010/03/08 21:39 # 답글

    오 반갑네요~윤재호 작가 초기작들 저도 소장중인데

    엔젤컵이나 인 드림 월드. 그리고 단편 모음...메탈하트까지

    다만 유령왕은 임달영 원작 소설이 워낙 평이 안좋고..개인적으로 이 사람 건 줄거리가 뭐냐 이거..
    라서 여태 안 건드리고 있답니다..
  • 잠뿌리 2010/03/13 23:08 # 답글

    헬몬트/ 엔젤컵,인드림월드,원플러스원,메탈하트등 지금까지 나온 걸 다 모았고 유령왕도 사실 소설 원작 만화는 잘 안보지만 윤재호 작가가 그린거라 일단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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