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렬닌자 고에몬 (Goemon, 2009) 2009년 개봉 영화




2009년에 키리야 카즈아키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오다 노부나가 사망 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제패한 시대에 서민들의 영웅으로 대도로 명성을 떨친 고에몬이 우연히 서양식 상자를 훔쳤다가 거기에 숨은 비밀을 찾고, 히데요시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제 일본 역사에서 전국 시대 때 히데요시 암살을 꾸몄다가 실패하여 펄펄 끓는 기름솥에 들어가 튀겨져 죽은 고에몬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작품이 제작 기간이 3년이고 제작비가 수억이나 든 걸 생각해 보면 일본의 블록 버스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뒷배경이나 액션 씬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CG가 들어가 있다.

문제는 거대한 스케일을 순전히 CG로만 커버하기 때문에 박력에서 한계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억대 제작비로 수만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하여 재래식 블록 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는 중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큰 차이점인 것 같다.

CG로 너무 떡칠을 해서 이게 영화인지 아니면 PS2용 액션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다. 싸우다가 피나는 장면조차 전부 다 CG로 처리해서 더욱 그렇다.

엑박으로 비유를 하면 닌자 가이덴, 플스로 비유하면 시노비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오다 노부나가는 빨간색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장발에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코풀라 감독의 드라큐라를 연상시킨다.

고에몽과 사이죠 등 닌자들은 입에 철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규모 전투 씬에선 일반 잡졸들도 죄다 서양식 플레이트 메일로 완전 무장했다.

즉 배경은 일본인데 나오는 차림은 서양식이고 철포와 대포, 캐틀링 건까지 등장을 하니 이게 좀 많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유덕화 주연의 삼국지 용의 부활을 보면 중국 병사의 갑주 차림 고증이 전국 시대 일본 병사 내지는 사무라이 풍인데.. 이 작품에선 오히려 중세 서양을 답습하고 있으니 왠지 각 나라별로 콤플렉스라도 있는 모양이다.

클라이막스 전투 씬에서 주인공이 붉은색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더블 블레이드를 든 채 말을 타고 달려가 수천 대군을 가로질러가 마상 위에서 하늘 높이 뛰어올라 원수를 베어 가르는 주인공을 보면 닌자 사무라이 나이트라는 신조어라도 만들어야 될 것 같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닌자처럼 도약하는 주인공은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투구라도 사무라이 투구를 썼으면 모를까, 서양식 풀 플레이트 메일의 정점을 찍는 풀 헬름까지 썼으니 진짜 서양 콤플렉스가 쩔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모든 액션에 무게감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인 듯 싶다. 이건 뭐 권각술을 한번 겨뤄도 사람이 붕붕 날아가고 성이나 지붕을 뛰어다니는 걸 보면 너무 디지털에 의존하여 현실감이 전혀 없으니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텅 빈 느낌. 즉 빛 좋은 개살구 같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전 씨름 천하장사 출신이자 지금 현재는 K-1 선수로 활동하는 최홍만이 등장한다고 해서 봤다.

국내에서는 최홍만이 일본 영화에, 그것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심복 아왕으로 나온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직접 보니 그냥 최홍만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전체 출현씬이 러닝 타임 120분짜리 영화에서 10분이 채 되지 않으며 대사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아무래도 최홍만 안티인 것 같다.

최홍만의 인상이나 분위기 자체는 상당히 악역에 잘 어울렸지만 결국 등장신 전체를 통틀어 화살에 맞을 때 ‘쿠억’, 검을 휘두를 때 ‘쿠워.’ 단 두 마디 대사를 하고는 문자 그대로 일도양단되서 안타까웠다.

그렇게 허무하게 갈거면 왜 굳이 주인공 고에몬과 라이벌 대립을 했는지 의문이다.

인물 설정은 각 인물의 원작과 좀 다르다. 히데요시는 희대의 악당, 이에야스가 새 시대를 이끌 인물. 노부나가는 명군이지만 부하한테 배신당해 죽었고 그에게 거두어졌던 고에몽은 사이죠와 함께 닌자 수련을 받은 닌자계의 꿈나무고 사스케는 병신 찌질이로 나온다.

고에몽은 처음에 나올 땐 대도로 자유롭게 살지만, 그 뒤의 이야기 전개에 따라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산 결과는 좆망이니 뭔가 목표를 세우고 싸워라 하는 일에 책임을 져라 은인에게 충의를, 친구에게 우정을. 이딴 식의 사무라이 정신으로 도배를 하여 마무리짓기 때문에 대도 출신에 닌자 스펙을 갖고 사무라이 정신을 가진 주인공이다.

대도로서 유쾌한 모험물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대실망할 것이다. 닌자로서 유혈이 난무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

노부나가의 지나친 미화를 비롯해서 일본 색체가 상당히 강하고 사무라이 정신 ㄱㄱ 때문에 이 작품의 감성은 너무 일본적이라서, 외국인이 볼 때는 별 재미를 못 느낄 것 같다.

엔딩 역시 섀드 엔딩이라서 뒷막이 굉장히 씁쓸하다.

결론은 평작.

그냥 검 하나 들고 수천 대군에 뛰어드는 시노비 내지는 닌자 가이덴 스타일의 사무라이 검사 이야기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수천 대군이라고 해봐야 전부 CG로 만든거지만 말이다.

추가로 모든 걸 디지털로 해결한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질 게 아니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조합을 이루어야 진정한 재미가 나오는 게 진리다.



덧글

  • 알트아이젠 2009/12/16 00:29 # 답글

    그래도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곳밖에 개봉을 안했기에 놏친게 내심 아쉽네요. 나중에 DVD나오면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캐산 실사판과 같이 봐야겠습니다.
  • 카바론 2009/12/16 10:19 # 삭제 답글

    뭐냐, 단순한 눈요기 차원으로는 CG 풍부하고 색감 화려하니 괜찮은거 이상 훌륭한 축이었습니다.

    범상한 일본산 영화처럼 드라마스러운 것도 아니라 이건 뭐 영화가 극단적으로
    만화적인 연출들이 많아서 보면서 좀 튄다 싶었었는데, 그리고 또 연출만 그런게 아니라 디자인이나 컨셉도
    극히 만화책같은 웃기는 상상력 판타지가 시대극 배경에 그대로 나오니까 이거이 또 많이 웃겼고.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봤더니 맘에 들게 봤다죠.
  • 갱레이푸 2009/12/16 10:26 # 답글

    그래도 꽤 재밌게 봤던거 같음
    스토리니 그런건 대충 넘어가고 ㅠㅠ
  • 놀이왕 2009/12/16 14:27 # 답글

    오오사오 타카오가 스티븐 시걸 주연의 인 투 더 썬에서 아쿠자 두목으로 출연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 뷰너맨 2009/12/16 15:29 # 답글

    이거..아무래도 귀무자를 영화로 만들려다가 계약 실패로 어중간한 영화로 나온게 아닐까 합니다-_-;..
  • neoSpirits 2009/12/16 19:45 # 삭제 답글

    그래도 주인공의 웃음소리 '하하하하~' 이거이 매력을 느꼈습니다.
  • 잠뿌리 2009/12/18 01:02 # 답글

    알트아이젠/ 캐산 실사판은 그러고 보니 전 아직 못봤네요.

    카바론/ 개인적으로 볼 때는 CG에 무게감이 너무 안 느껴져서 박력이 좀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수천 대군이 나와도 이건 뭐 낙엽 밖에 안 되서요.

    갱레이푸/ 전 스토리를 신경써서 재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놀이왕/ 야쿠자 분위기에 어울리긴 하더군요.

    뷰너맨/ 귀무자+시노비 같은 느낌이랄까요.

    neoSpirits/ 주인공의 호탕한 웃음 소리는 괜찮았지요.
  • 2010/09/06 01:25 # 삭제 답글

    사스케는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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