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 춘리의 전설 (Street Fighter: The Legend Of Chun-Li) 게임 원작 영화




2009년에 안드레이 바르코비악 감독이 만든 작품. 캡콤의 정식 인가를 받았고 캐나다, 미국, 인도, 일본의 합작이다.

장클로드 반담 주연의 스트리트 파이터에 이어서 두 번째 실사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다만 처음 개봉 소식이 공개된 다음에는 잠시 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정작 영화가 나온 뒤에는 봤다는 사람이 뜸했지만 말이다.

내용은 부유한 홍콩인 사업가 황이 바이슨이 지배하는 악의 조직 샤달루의 닌자 부대에게 납치당한 뒤 어린 딸 춘리만이 남아서 장성하는데, 어른이 된 뒤 꿈에 그리던 피아니스트가 된 그녀지만 우연히 자신으로부터 온 한 통의 두루마리를 보고 방콕에 가서 무예의 고수이자 전직 샤달루 간부이면서 현직 거미줄 기사단의 리더 겐을 만나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비전무술을 전수 받은 뒤 아버지 구출 작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행방을 쫓는 인터폴 형사 춘리가 원작의 설정이자만 영화판의 설정은 아버지의 행방을 쫓는 것만 그대로 두고 형사라는 직업과 겐과의 관계 같은 걸 싸그리 빼버렸다.

샤달루의 행동 무대가 방콕이란 건 원작을 따라가려고 노력한 흔적인 것 같다. 왜냐하면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바이슨은 태국의 불교 사원을 배경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달루가 원작에서처럼 세계 정복을 꿈구는 거대 조직이 아니라 여기서는 그냥 방콕이란 도시 하나를 지배하기 위해 암약하는 회사를 가장한 조직으로 나오며, 또 기껏해야 꾸민 계획이라는 게 방콕의 슬럼가를 밀어버리고 재개발하는 거라서 스케일이 너무 작다.

바이슨을 포함한 샤달루의 사천왕 중에서 사가트만 빠졌다. 발록, 베가는 그대로 나오고, 사가트의 빈자리는 칸타나라는 여자 악당이 차지했다. 하지만 간부로서의 그런 포지션이란 거지 싸움은 좆도 못하고 레즈비언이라 춘리한테 유혹당해서 화장실로 따라갔다가 존나 발리는 것도 모자라 바이슨의 인간 샌드백이 되어 존나 처맞고 퇴장한다.

베가야 뭐 애초에 가면을 쓰고 나오니 논외. 발록은 클락 던칸이 맡았는데 원작의 타이슨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인상은 강하다.

이 작품의 최종 보스인 바이슨은 원작 게임의 수령님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번듯한 사업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불우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어둠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해 마누라의 배를 가르고 끄집어 낸 딸의 몸에 자신의 선함을 넘기고 악함만을 남겨서 악당이 되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춘리 이외에 샤달루의 행적을 쫓으며 독자적인 스토리 전개를 하는 인물이 인터폴 형사 내쉬와 방콕 형사 마야인데. 여기서 내쉬는 스트리트파이터 제로의 찰리 내쉬다.

원작과 달리 군대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싸움하곤 거리가 멀어 보이는 후줄군한 형사로 나온다.

배경이 홍콩/태국이라 그런지 중국어와 태국어가 꽤 많이 나온다.

주인공 춘리는 순수한 홍콩인이 아니라 홍콩인과 미국인의 혼혈로 나와서 좀 이질감이 든다.

스토리 전개는 상당히 허접하고 두서가 없다. 너무 우연에 의지한 전개가 많고 거기에 필요한 설명이 부족하다.

춘리하면 또 기공권을 빠트릴 수 없는데 여기선 겐이 그걸 전수해주며 태극권 포즈를 취하다가 장풍을 쏘는 거라서 진짜 대박 허접했다.

배경은 방콕인데 춘리의 기본 무술 베이스는 유수라고 나오고 필살기는 태극권 장풍이라니 웃어야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건 눈짐작으로 저거 태극권 아니야? 이렇게 본 건 아니다.

태극권 특유의 자세를 취하면서 장풍을 쏜 다음 다리 움직임의 마무리 장면에서 바닥에 태극이 그려지니 빼도 박도 못한다.

춘리의 액션은 와이어를 지나치게 많이 써서 몇몇 장면은 좀 허접하게 보인다. 특히 춘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스피닝 버드킥이 나왔을 때는 대폭소였다.

겐이 사부가 되어서 춘리한테 무술을 가르치는 장면은 쌍팔년도 B급 액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구도였는데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는 걸 빼면 기존작들과 큰 차이는 없다.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거나 누군가를 찾는다거나 이러면서 은거 고수한테 무술을 배워서 격투 고수가 된 양키가 나오는 영화는 진짜 많았었다.

애초에 이 작품에서 춘리의 스승인 겐 역할을 맡은 배우가 모탈컴뱃에서 리우 캉 역을 맡았고 80~90년대 홍콩 영화의 액션 스타였던 로빈 쇼우라고 더 그런 느낌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악당들 팔을 꺾고 조금만 족쳐도 중요한 정보를 알아서 불어버리고, 스승과 악당 보스는 구면인 사이다.

악당을 다루는 방식이 상당히 난폭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걸핏하면 협박을 해서 정보를 불게하고, 총알받이로 쓰는가 하면 막판 바이슨의 최후를 완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끝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춘리 일행이 더 악당 같다.

결론은 비추천. 원작을 생각하고 보면 악몽. 원작을 생각하지 않고 봐도 너무 구시대적인 작품이다. 구시대적인 작품이라고 잘 만든 것도,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트리트 파이터를 원작으로 한 괴작 중 하나로 영화사에 남을 것 같다.

찐방 머리에 차이나 드레스, 꿀벅지의 춘리 이미지가 1%도 구현되지 않았으니 스트리트 파이터 골수팬이라면 시청을 삼가는 게 좋다.

이 작품의 엔딩에서 겐은 거미줄 기사단의 새 멤버가 필요하다며 춘리로 하여금 일본에서 개최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토너먼트에 출장하여 류를 만나보라고 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괴작에서도 속편이 만들어질 여지를 남기다니 감독이나 제작자는 둘째치고 캡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방콕 마약전담 형사인 마야 수니 역을 맡은 배우는 미국계 한국인인 문 블러드 굿이다.



덧글

  • 키세츠 2009/10/28 17:44 # 답글

    올해 마흔이라고 하더군요. 춘리양이....... 나보다 열살이나 많다니..... 쿨럭.
    어찌된게 게임원작치고 영화가 제대로 나오는 꼴을 못 보았습니다.
    좀 내용이라도 좋으면 위안이 될텐데...

    춘리, 지못미... 네요. 정말.
  • 발바로사 2009/10/28 18:56 # 삭제 답글

    게임 원작 영화로 그나마 성공작은 툼레이더에 사일런트 힐(사실 개인적 취향은 아니었지만) 정도. 실패작은... 마리오, 스파 둘 다, 모탈컴뱃(1은 b급 영화로는 나름 인기가 있었다만), 레지던트 이블(그나마 평이 좋은 1도 원작을 생각하면... 공포물에서 매트릭스를 찍다니...), DOA, 윙커맨더, 둠(서양에선 그나마 더 락 하나 때문에 먹어준 듯도 하지만...), 더블 드래곤, 우웩 불 시리즈 죄다, 맥스페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판(조금만 더 갔으면 영화가 게임이 된 역상황의 재앙인 ET와 동급이 되었을 물건). 이건 뭐 심하게 로또네요.
  • ㅇㅇ 2009/10/28 19:49 # 삭제 답글

    ㄴ 승리의 히트맨이 빠졌군요.
  • 발바로사 2009/10/28 21:02 # 삭제

    히트맨은 주위의 평판이 너무 심하게 갈리더군요. 볼만한 액션물 VS 뭔 소린지 하나도 이해안가는 스토리에 그림도 별로. 무엇보다 제가 못봐서 언급 못하죠.
  • 행인A 2009/10/28 21:03 # 삭제 답글

    이제 곧 킹오파 실사도 나올텐데....ㄷㄷㄷ
  • 잠본이 2009/10/28 21:57 # 답글

    지못미 캡콤 지못미 크리스틴크룩 OTL
  • ουτις 2009/10/28 22:17 # 답글

    이 영화가 유명해진 이유는 자동 번역 결과인 '스트리트 파이터 : 전설 전두환-리' 때문입지요... =_=
  • 헬몬트 2009/10/29 00:02 # 답글

    이거 감독이 둠 감독이던가 ㅡ ㅡ..
  • 푸켓몬스터 2009/10/29 00:40 # 답글

    아니 이건 뭐 ㅋㅋㅋㅋㅋㅋ
    태국 배경인 영화는 왜 다 이런가요 ㅋㅋㅋㅋㅋ
    정말 캡콤의 의도가 뭔지 궁금해지는군요
    말리니까 더 보고싶네요 영화가
  • 시몬 2009/10/29 02:39 # 삭제 답글

    캡콤에서 돈 들여가면서 만들었을거 같진 않은데...
  • 떼시스 2009/10/29 09:04 # 삭제 답글

    본문에 겐역의 배우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데 뒷북이군요.
    뒤에걸 먼저 읽다보니..
    스파는 너무 울궈먹어서 별로 감흥이 없네요.
    차라리 사이킥5같은 겜을 가족영화로 만드는게 더 흥행성에서 낫지 않을까 싶네요.
    해리포터처럼 CG를 사용해서 말이죠.
  • 시무언 2009/10/29 15:35 # 삭제 답글

    스토리고 뭐고 다 엉망이네요. 어쩐지 춘리 캐스팅부터 심상치 않더라.
  • 잠뿌리 2009/10/30 11:33 # 답글

    키세츠/ 춘리 여사의 대굴욕이지요.

    발바로사/ 게임 원작 영화는 괴작이 된다는 징크스가 있지요.

    행인A/ 그것도 막장 확정이지요.

    잠본이/ 캡콤과 크리스틴 크룩의 흑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ουτις / 번역 결과가 참 코믹했지요.

    헬몬트/ 네. 둠 감독 맞습니다.

    푸켓몬스터/ 캡콤이 정신이 나간 모양입니다.

    시몬/ 제작은 일본, 홍콩, 인도, 미국 합작인데 타이틀 나오기 전에 캡콤 마크가 떡 하니 붙어 있습니다. 정식 허가를 받고 만든 것 같은데 안습이지요.

    떼시스/ 사이킥 5는 해외 인지도가 떨어져서 영화화하긴 어렵지요.

    시무언/ 춘리부터가 외국인이란 게 에러지요.
  • 뷰너맨 2009/11/04 19:38 # 답글

    ....성룡 주연의. 시티헌터가 더 재밌겠군요.
  • 잠뿌리 2009/11/05 20:27 # 답글

    뷰너맨/ 시티 헌터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패러디 정말 웃겼지요.
  • 블랙 2011/12/13 18:56 # 답글

    바이슨이 어둠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의 선함을 버리고 악함만을 남겨서 악당이 되었고 바이슨이 버린 선한 힘을 받은게 로즈라는 설정은 UDON 코믹스의 스트리트 파이터 만화에서도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나오더군요. 우연인지 어느 한쪽이 참조한건지는 모르겠지만....
  • 잠뿌리 2011/12/23 11:13 # 답글

    블랙/ 코믹스판이 캡콤의 감수를 맡고 있으니 그쪽이 더 정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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