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설의 고향 6화 : 금서 - 감상 프리토크


대충 내용은 의금부 대장과 왕이 남색을 한다는 내용의 금서가 시중에 도는데 그걸 읽으면 읽은 사람이 자식이면 부모를, 아내면 남편을, 남편이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금부 대장의 아내인 현덕이 평소 책에 관심이 많고 남편 몰래 필사본을 제작하며 알바를 하던 도중 우연히 그 금서를 얻게 되는데 그걸 아들이 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해명이 귀신은 한을 품고 죽은 여귀로, 2009 전설의 고향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을 자처하면서 시사회에도 나오고, 공식 광고 타이틀에 단독 샷으로 뜨기도 한다.

하지만 전설의 고향답지는 않다. 너무 일본 공포 영화를 답습하고 있다.

일본 공포 영화인 링에서 저주의 비디오 테잎이 저주의 책으로 바뀐 것 뿐이다. 한을 품고 죽은 여귀이기는 한데 금서를 본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주살하니, 솔직히 끔찍하게 죽었다고 해도 별로 동정이 안 간다.

이 작품은 내용 전개도 링 스타일과 같다.

저주를 받는다-저주의 공포에 시달리며 도망다닌다-저주의 파해법을 찾다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다-간신히 저주에 벗어난다.

대략 이런 패턴으로 진행된다.

금서에 의해 나타나기 시작한 귀신 자체도, 링의 사다코. 주온의 가야코 풍이다.

씨받이에서 허영란이 연기한 개똥이 귀신은 그래도 대사량도 많고 한에 사뭇혀 피눈물을 흘리며 감성 공격을 가했는데 이 금서편에 나오는 해명이 귀신은 전혀 다르다.

귀신으로선 대사 한 마디 없이 그냥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타나거나, 현덕이 볼 수 없는 각도에 멀뚱히 얼굴을 들이밀고 서서 그 존재를 어필할 뿐이다.

그리고 전설의 고향에서 표현되는 한국의 귀신 상은 비운의 죽음을 당해 구천을 맴돌며 산자에게 복수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여 한을 풀고 승천하기 마련인데.. 이 에피소드의 해명이 귀신은 그게 좀 너무 뒤틀어져 있다.

원한의 대상 뿐만이 아니라 저주의 책 금서를 본 사람 전원의 가정을 파탄내는 것도 한국적인 정서와 거리가 멀다.

금서를 널리 읽히게 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라는 목적을 가졌다면 이해는 하겠는데 읽은 사람 가정을 파탄내 죽게 하니 당최 의도를 모르겠다.

읽은 사람이 죽으면 그 내용도 전해지지 않고 저자인 해명이 귀신의 원한이 뭔지 아무도 모를 텐데 어쩌라는 건지 원.

주인공 현덕도 정말 공포 영화의 히로인에 걸맞는 무개념하고 개인주의 크리 캐릭터라서 좀 짜증이 났다.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고 해도 사건의 발단 자체는 현덕의 호기심, 허세 크리 작렬 때문이고, 이후 전개에서도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다닌다.

귀신은 동정이 안 가고 주인공은 짜증나니 서로 시너지 효과를 얻어서 캐릭터 자체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링과 주온도 그렇지만 한을 품고 죽었다고 애꿏은 사람 마구 죽이는 귀신은 결코 동정표를 얻을 수 없다.

극후반부로 가면 스토리가 막 날림이 되는데 현덕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후 아무런 추리도 없이 저주의 파해법을 깨닫는거나, 남편 정희가 언데드로 되살아나 좀비처럼 뒤쫓아오는 씬 등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사실 해명이 귀신은 완전 떡밥에 낚시다. 이미지는 나름 무섭게 꾸미고 광고할 때도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그 활약은 미비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전설의 고향의 탈을 쓴 주온 내지는 링. 일본 공포 영화의 아류다.

목각귀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공포 영화 같은 구성을 띄고 있어서 맨 마지막에 성우 나레이션도 안 나온다.

그래도 전설의 고향이란 걸 생각하지 않고 보면 스탠다드한 에피소드였고 또 지금까지 나온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CG를 적게 쓴 건 칭찬해줄 만하다.

P.S1:
이번 에피소드에도 개똥이란 이름이 나온다.
씨받이에도 개똥이란 이름이 나오는데 그때는 여자고 이번엔 남자였다.
이거 작가가 개똥이란 이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다음에는 또 무슨 개똥이가 나올까.

P.S2:
극중 해명이가 쓴 금서의 내용은 의금부 대장 희정과 주상 전하의 남색. 즉 BL 이야기라고 나온다.
조선 시대 야오이 동인지 보고 저주 받고 주살 당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이 전대미문의 발상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다.
(대본 작가한테 동인녀 기질이 있는 게 분명하다)



덧글

  • 幻夢夜 2009/08/26 00:04 # 답글

    좀비 남편은 정말 뜬금없었습니다. 아니 왜? 도대체 왜 나오는 건데?

    ...그리고 이왕 귀신님이 낭독해 줄 꺼라면 찐한 부분까지 좀 해 줄 것이지

    딱 잘라버려서 정말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씁.
  • 금빛이 2009/08/26 08:54 # 삭제 답글

    흠 .... 해명이가 자신의 한을 말로 하지 못한 이유는 죽을때 혀가 잘려서 그런것 같습니다만 ㅡㅡ;;;; 제생각입니다.
  • 잠뿌리 2009/08/26 09:18 # 답글

    幻夢夜/ 좀비 남편 씬이 제일 구렸지요.

    금빛이/ 그러면 본래 끝까지 말을 못해야 정상인데 본편의 극후반부에서 해명이 귀신이 희정한테 금서를 직접 읽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 시무언 2009/08/26 14:25 # 삭제 답글

    저는 보면서 "왜 꼭 BL이어야 하나"하는 생각만 들었는데...사실 보다가 "저기서 좀비가 왜 나와!"하는 식으로 까는데 바빠서 스토리는 별로 신경을 안썼습니다(...)
  • 이준님 2009/08/26 15:13 # 답글

    개인적으로 좀 스토리를 강조해서 장미의 이름 조선시대판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독 발라 놓기까지 해서요.

    pss: 역적으로 인수분해와 고문 시범을 당한 귀신이 보복한다는 것도 사실 80년대 자주 나온 이야기였지요. --;;; 어느 버전은 "고려" 를 배경으로 해서 장군이 성노예가 된 마누라를 구한다는 스토리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 염황 2009/08/26 18:12 # 답글

    보지는 않았지만 전설의 고향에서 좀비라니 얼마나 구릴지 예상이 되는군요. 저 정도면 전설의 고향에서 조선판 바이오하자드라도 내보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응?)
  • 헬몬트 2009/08/26 19:42 # 답글

    아예 안봐요
  • 참지네 2009/08/27 00:29 # 답글

    허허, 참........ 진짜 안스럽군요.
    그냥 옛날 판으로만 기억해야 하겠내요.
  • 에른스트 2009/08/28 21:58 # 답글

    전설의 고향에서 좀비도 나오고, 저주받은 책(네크로노미콘?)도 나오고,
    결정적으로 BL서적과 동인녀도 나오다니!
  • 잠뿌리 2009/08/30 00:32 # 답글

    시무언/ 좀비는 연출이 너무 구렸습니다. 친지가 좀비가 되어 가족을 해치는 소재가 여기서 처음 나온 것도 아닌데,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팻 세미터리를 보고 배웠어야 됐어요.

    이준님/ 장군이 성노예가 된 마누라를 구하는 스토리라니 왠지 에로게 풍이네요.

    염황/ 좀비의 이미지에 사실 제일 근접한 건 2009 전설의 고향 2화 죽도의 한이었지요.

    헬몬트/ 시청률이 실제로 엄청 낮기도 합니다. 4% 밖에 안 나오지요.

    참지네/ 진짜 전설의 고향은 옛날 것보다 좋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에른스트/ 조선 시대 배경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감각이 너무 현대적이더군요.
  • 헬몬트 2009/08/30 21:34 # 답글

    안 봐도 오래 못가겠군요 ㅡ ㅡ..

  • figg 2009/09/02 09:49 # 삭제 답글

    금서 진짜 재밌게 본 사람입니다
    좀비 남편도 상당히 괜찮았구요. 금서의 내용이나 의미도 가만히 보면 정치적인 색깔이 있습니다. 단순히
    동인녀 얘기가 아닙니다.

    판타지나 라이트 노블을 무조건 허무맹랑하다,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라고 욕하면 좋겠습니까?
    장문의 비판글을 쓰려면 좀 더 생각해보고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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