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견 (White Dog, 1982)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82년에 사무엘 풀러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여배우 줄리가 어느날 우연히 자기 차에 치인 개 클레멘타인을 치료해주고 키우게 됐는데 실은 그 개가 흑인만 공격하도록 훈련된 개로 동네에서 흑인 피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줄리가 클레멘타인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흑인 사육사 키즈에게 일을 맡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단 장르를 분류하자면 호러 영화에 가깝지만 실제 내용은 인종 차별의 잔인함을 고발한 슬픈 영화다.

인종차별 주의자에 의해 흑인만 공격하도록 훈련을 받은 개인데 그걸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흑인 사육사 키즈의 노력이 진짜 짠하게 다가온다. 그냥 안락사를 시켜도 되지만 키즈 본인이 흑인이라서, 죄없는 흑인을 공격해 죽이는 클레멘타인의 저주 받은 굴레를 벗기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훈련을 잘 받는가 싶더니 키즈가 웃통을 까고 검은 피부를 드러내자 곧바로 이빨을 드러내며 짖는 클레멘타인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인종차별의 잔혹함이 느껴진다.

오로지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견에 의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벌어지는 무차별 살인이 이 작품의 공포 포인트인 것 같다.

특히 교회에서조차 피살자가 나오고 그걸 본 키즈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너무 애처로웠다.

호러의 관점에서 보자면 희생자의 피로 물든 모습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그대로 드러낸 클레멘타인의 모습은 상당히 호러블하다. 맥스 3000과 쿠조와 비교가 안 된다. 확실히 세인트 버나드보다는 셰퍼드가 더 마견스럽다고나 할까.

클레멘타인의 흑인에 대한 공격성을 없애는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난 순간 클라이막스에 나온 반전은 섬뜩 하다기 보다는 너무 슬펐다.

작품의 스토리가 클레멘타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촬영 기법이 돋보인다. 인간 배우가 아니라 개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개가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날 때 눈을 뜨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찍는다거나, 철조망에서 탈출하는 장면과 사람을 해치는 장면 등 비중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온다.

이 작품은 또 극단적인 인종주의 때문에 미국에서 몇 년 동안 상영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클레멘타인에 의해 흑인들이 피살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온다.

클레멘타인의 설정 자체가 당시 기준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만 했다. 백인 주인이 젖을 뗀 아기 개를 주정뱅이 흑인 사육사한테 맡기고 주인의 명령으로 구타와 학대가 자행되어, 그렇게 맞고 자란 개가 공포심을 분노로 바꾸어 백인에겐 순종. 흑인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백인 주인은 손녀까지 데리고 나와서 살인견을 키웠다고 비난하는 줄리에게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따지고 잘먹고 잘 살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의를 불러일으킨다. 작품 전체적으로 흑인만 죽고 백인은 한 명도 안 죽으니 충분히 논란이 될 만 하다. 이쯤되면 진짜 완전 백인이 인류의 악적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면 음악을 꼽을 수 있다. 유명한 작곡가 앤니 모리꼬네가 참여해서 음악이 내용과 매우 잘 어울린다.

결론은 추천작. 극단적인 인종주의 때문에 문제가 되긴 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시사하는 바도 크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IMDB 평점은 무려 7.1이다.

덧붙여 옛날에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어디선가 마지막 반전만 언급하며 나름 무서운 호러 영화라는 감상을 봤는데,. 중간 과정을 생략해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덧글

  • 떼시스 2009/07/21 08:58 # 삭제 답글

    처음에 제목만 보고 개가 켈베로스 정도 되는가보다 생각했건만 내용은 백인의 유색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의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당시 꽤 진지하게 봤지요
  • 헬몬트 2009/07/21 19:17 # 답글

    유태인 작가인 로멩 가리 원작 소설을 일부 각색한 영화이죠

    감독인 풀러도 유태인이지만, 그는 상업성을 배제하며 저예산급에서
    자기 뜻대로 만들길 요구하여 메이저들과 마찰이 커서 평생을 마이너급 영화에서 주로 활약했습니다. 마지막 영화인 마담 엠마(이 3류 에로틱 제목 하곤!)
    --원제목은 돌아오지 않은 강-만 해도 엄청나게 상업적으로 잘려나가면서
    그를 좌절시켰다는 ㅡ ㅡ..


    원작자 가리도 2차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나치를 숨어 살아야했고 인종차별로 고생했으며, 이후 이스라엘이 나치처럼 인종차별을 한다고 비난했다가
    유태인들 돈빨에 엄청 고생했었죠..

    이런 것도 있고 여러가지 원인으로 1980년 12월 이 영화 만들어지기 얼마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헬몬트 2009/07/21 19:21 # 답글

    정말이지 영화가 참 애절하죠

    교회에서 흑인이 물려죽던 장면(기독교를 명분으로 인종차별과 흑인 학살에 써먹은 백인-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공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조차도
    성경과 총칼로 아프리카를 피로 물들인 게 누구였습니까? 기독교를 내세우며 우리 흑인들이 거부하면 마구잡이 학살과 노예화하던게 누구였던가요? 이렇게 울분을 토해냈으니 ...-- 들을 풍자하듯이..유태인도 기독교에서 그랬기에 풀러는 이걸 은근히 까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마저도

    사람을 죽였으니 할 수 없다. 죽이는 수 밖에..

    하지만

    아뇨!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하던.

    마지막에 그 반전을 보니


    그 백인 영감(인종차별)과 비스무리하게 생겼습니다;;

    자기를 살인도구로 만든 자에 대한 개의 분노였을까요?
  • 잠뿌리 2009/07/23 01:35 # 답글

    떼시스/ 진짜 무지 진지한 작품입니다.

    헬몬트/ 아마도 자기 본래 주인과 비슷한 체형에 나이 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흑인만 공격해 죽이던 개가, 이제는 백인만 공격하게 된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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